SK ‘16Hi HBM3E’ 공개에, 삼성 “‘5세대 HBM3E, 엔비디아 납품”
HBM 부문 SK 앞선 가운데, 내년 ‘HBM4, 엔비디아 납품’이 변수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4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임을 강조하며 스택당 최대 48GB의 16Hi HBM3E 메모리를 공개한데 이어, 삼성도 “5세대 HBM3E 메모리가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재로선 SK하이닉스가 한 걸음 빠르고, 이를 삼성이 추격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양사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첨단 고대역메모리 HBM3E를 둔 양사의 경쟁은 최근 많은 외신들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SK하이닉스로부터 고대역폭 메모리를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AI붐’으로 몰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삼성과의 거래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삼성은 지난번 엔비디아 테스트 부적격의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듯, 이날도 “오는 4분기엔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4일 16단짜리 차세대 16Hi HBM3E 메모리를 보란 듯이 공개했다. SK하이닉스의 곽노정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16-Hi HBM3E 메모리를 공개하며, “업계 최고 용량인 48GB 샘플과 최고 용량, HBM 제품 중 업계 최고 수준의 레이어 수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해당 메모리 솔루션의 첫 번째 샘플은 2025년 초에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SK 최 회장에 “HBM4, 납품 6개월 당겨달라”
그런 가운데 이날 공교롭게도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SK하이니스에게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밝혀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이런 소식을 전한 기술매체 익스트림테크는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2025년 하반기에 고객에게 칩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SK하이닉스 대변인은 해당 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단지 처음 목표했던 것보다 빠르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더 빠른 배송을 요구하는 젠슨 황의 요청은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그만큼 엔비디아로선 GPU에 사용되는 더 높은 용량의 에너지 효율적인 칩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엔비디아에 몰려드는 주문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즉 AI 기술 훈련과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고, 칩셋에 필수적인 HBM 칩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에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과 같은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올해 밝혀지지 않은 업체에게 최신 12단 HBM3E를 공급할 계획인 SK하이닉스는 “내년 초엔 더욱 발전된 16단 HBM3E 샘플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이날 곽노중 대표이사가 ‘SK AI SUMMIT’에서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엔비디아 겨냥, HBM 신기술 경쟁
삼성전자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주요 고객과 공급 계약을 진전시키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개선된’ HBM3E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주요 고객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알려지기론 삼성전자도 내년 하반기 차세대 HBM4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은 SK하이닉스가 한 발 앞서 가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3D 검사 장치를 통합, 12단 HBM3E의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번 ‘서울 SK AI 서밋’에선 마침내 48GB 16-GB 메모리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16-Hi HBM 시장은 HBM4 세대부터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기술 안정성 확보를 위해 48GB 16하이트 HBM3E를 개발해 왔으며, 내년 초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2단 제품 양산이 가능한 ‘Advanced MR-MUF’ 공정을 적용, 16단 HBM3E를 생산하는 한편, 백업용으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도 개발했다. 16-하이 제품은 12-하이 제품에 비해 훈련은 18%, 추론은 32%의 성능 향상을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저전력·고성능 제품 경쟁력을 살려 PC 및 데이터센터용 LPCAM2 모듈인 1cnm 기반 LPDDR5, LPDDR6도 개발 중이다. 또한 PCIe 6세대 SSD, 고용량 QLC 기반 eSSD 및 UFS 5.0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도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 등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 공급업체가 되기 위한 여정이 진행 중이며, 현재 ‘주요 고객’에게 8-Hi HBM3E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타임즈’는 “삼성의 메모리 사업 부문의 김재준 부사장은 엔비디아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면서 “대신 삼성이 ‘주요 고객’과 HBM3E 공급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고 전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주요 고객’은 곧 엔비디아를 가리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삼성 “엔비디아로부터 HBM3E 공정 자격 인정받아”
현재 삼성은 HBM3E 8스택과 12스택 제품을 모두 양산, 판매하고 있다. ‘주요 고객’을 위한 품질 테스트 프로세스의 상당 단계가 완료되어 4분기에 판매가 확대될 예정이다. “‘주요 고객’의 차세대 그래픽 처리 장치(GPU) 프로젝트에 맞춰 개선된 HBM3E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삼성의 설며이다.
‘BusinessKorea’ 보고서는 “삼성이 이미 엔비디아로부터 HBM3E 공정에 대한 ‘자격’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에 삼성이 SK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 함께 HBM 공급업체 목록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HBM 공급업체로 확정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지면, 이는 삼성으로선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디지타임즈’는 “삼성은 AI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엔비디아와 같은 AI 대기업과 협력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삼성은 나름대로 차세대 HBM4 공정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HBM4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TSMC에서 반도체 필수 요소를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특히 6세대 HBM 메모리는 메모리와 반도체를 단일 패키지로 통합했기 때문에 AI 제품의 세대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의 저력은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도 “글로벌 최고 로직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HBM4세대부터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을 적용, 최고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두 회사의 경쟁은 12단 HBM3E, 그리고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공개한 16단 HBM3E, 그리고 내년 HBM4로 이어지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특히 삼성이 SK하이닉스를 따라잡거나 추월할지도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