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드 메타버스, 오픈 메타버스 아우르며 공격적 시장 공략
에픽 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기업들도 메타버스 시장 쟁탈전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페이스북이나 에픽 게임즈 같은 공룡 기업들은 장차 메타버스 세상에서 새로운 ‘빅 브라더’가 될 것인가.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메타버스란 개념은 낯설지 않을 만큼, 수 많은 전문가와 테크 관련 기관들이 메타버스의 실용성과 활용 범주, 사례 등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아이알에스글로벌이나 아이디지(IDG), 캐널리스 등과 같은 국내외 시장조사기관들이 오픈 메타버스 혹은 그 반대 개념의 폐쇄형(Closed)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테크 산업 일각에선 새삼 ‘빅 브라더’ 출현을 예고하는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그 당사자로서 가장 짙은 ‘혐의’를 인정받는 곳이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진작부터 매우 공격적인 전략으로 폐쇄형 메타버스로 일관하면서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회사는 이미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인 2014년부터 오큘러스와 신신경(뉴런) 원리를 컴퓨터에 접목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CTRL-labs’를 인수했다. 현재도 웨어러블 기기 회사 핏비트(Fitbi)이나 게임 개발 엔진 유니티(Unity)와 합병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VR을 뛰어넘는 쌍방향의 또 다른 가상세계, 즉 메타버스 기술과 밀접한 곳들이다.
페이스북의 이런 행적을 분석한 아아알에스 글로벌은 “이는 1~5년 후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향후 50년 이상을 내다본 투자”라며 “현재 전 세계 빅 테크 기업들 중에서 메타버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페이스북인데, 그 규모가 매년 15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 20억을 웃도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가히 압도적이다. 또 대부분이 열성적으로 페이스북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나 콘텐츠도 세계 인구 만큼이나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다는 평가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실제를 오가며 쌍방향의 수많은 사람들 간의 무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의 도구로 평가된다. “그런 도구를 압도적으로 장악한다는 것은 곧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의 잠재력이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알에스 글로벌은 그러나 “어떤 특정한 기업이 메타버스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계했다. 우선 지금까지의 페이스북의 행적이나 구조 등을 생각하면, 이 회사는 오픈된 메타버스를 만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다. 기왕의 SNS 플랫폼에서도 페이스북은 다른 플랫폼과는 협력하지 않고 경쟁사를 인수하여 하나의 에코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그런 선례에 비춰 메타버스 역시 폐쇄형(closed)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VR과 달리 같은 가상현실이라도 1인칭 시점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어떤 점에선 지금의 페이스북 모습과 닮은 꼴일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당분간 일정한 참여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폐쇄형 메타버스를 운영하다가, 언젠가는 점차 그 외연을 넓히며 오픈 메타버스로 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들 시장조사기관의 애널리스트들은 “특정 기업이 메타버스를 제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는 마치 한 회사가 인터넷을 제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그렇게 되면 그 기업은 어떤 국가나 정부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빅 브라더’의 출현이란 해석이다.
페이스북 말고도 세계 최대 게임회사인 에픽 게임즈의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도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패권’을 노리고 있다. 이미 로블록스는 이미 메타버스의 다양한 특징, 즉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며, 누구나 무제한으로 참가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거래 기능과 경제적 특징을 지니며, 온오프라인 및 오픈 혹은 폐쇄형 메타버스 경험을 하게 한다. 그래서 그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실제 물건을 만들어 경제적 거래를 하거나, 사회적 관계를 맺기도 한다.
아직은 그러나 이들 회사들은 마이크로버스 또는 폐쇄형 메타버스에서 크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처럼 장차 오픈 메타버스를 완비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런 형태의 메타버스는 모든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이 전지구적 비즈니스 공간이듯, 메타버스가 이제 그 자리를 대체하며 미래의 경제와 비즈니스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일단 아이알에스 글로벌은 “오픈 메타버스의 경우 통일된 아이덴티티와 소유권을 가진 디지털 자산, 오픈 스탠더드 및 프로토콜, 분산형 거버넌스, 그리고 국제적이며 유동성 있는 경제ㆍ통화가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하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에 참여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고, 모든 당사자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개념을 정리했다.
전문가들도 “원론적으론 지금의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오픈된 메타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그 행태와 지배 구조가 어떠냐에 따라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그런 정도의 기술적 크리에이터 능력을 가진 회사는 단연 페이스북이 으뜸이다. 그 뒤를 에픽 게임즈 등 몇몇 글로벌 게임기업들이 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