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버전 브라우저, 앱, 플랫폼 출시때마다 사용자들 ‘저항’
“옛것이 편하다”에 맞서 ‘어떻게 혁신 기술 대중화할 것인가’가 과제
얼리어댑터나 베타 테스터들과는 달리 많은 소비자들은 글로벌 IT기업들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기술이나 신제품을 처음엔 불편해 한다.
실제로 MS 윈도우 업그레이드나 구글 등의 웹 브라우저 개선 등과 같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초기 사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거나 아예 ‘앙시앵 레짐’으로의 회귀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글로벌 빅데크 기업들은 이른바 기술 혁신을 시도할 때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게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연령층이 높은 소비자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짙다. 세무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윤 모씨(48)는 “곧 윈도우11이 나온다는데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기존 윈도우 체제에 익숙해있던 그는 최근 달라진 웹 브라우저 환경에 애를 먹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나 구글 크롬이 아직 손에 익지 않는다”면서 “특히 종래 윈도우10이나 X와는 달리 ‘즐겨찾기’에서 항목 하나를 찾아본 후엔 다시 메뉴 전체를 처음부터 스크롤해야 하고 검색 기능도 예전보다 불편한 것 같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나 일부 브라우저는 종전 윈도우 체제에선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는 어쩔 수 없이 엣지나 크롬을 이용하고 있다.
신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비단 윤씨와 같은 국내 사용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처럼 사용자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빅테크들의 기술혁신 퍼레이드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늘 끊임없이 기술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 십 년 간 컴퓨터 운영체제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윈도우를 혁신적으로 뒤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윈도우 11 출시를 앞두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나 구글 역시 각자 신기술이나 신제품 개발과 출시를 앞두고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특히 윈도우11은 시작 메뉴 위치 자체를 바꾸는 식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져 이미 베타 테스터(시험 사용자들)들로부터도 ‘획기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이는 다른 인터넷 브라우저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사파리나, 웹 기술 커뮤니티 모질라가 개발한 파이어폭스 등도 사정은 같다. 특히 구굴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지구촌에서 널리 사용되는 Gmail 플랫폼을 전면 개편하는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사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mail은 남녀노소가 가장 많이 애용하는 공유 이메일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 개선과 업그레이드의 폭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사용자들의 반응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알파벳은 “생산성을 크게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반발과 저항이 자못 신경쓰이는 듯한 분위기다. 그래서 이들 빅테크 기업 일각에선 언론이나 사전 릴리즈를 통해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꼭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단지 사용자의 선택사항일뿐”이라는 간접 홍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 대해 “대중들의 요구에 순응만 하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두고 “만약 헨리 포드가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자동차보다는) ‘더 빠른 말’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며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비록 처음엔 사용자들이 혼란스러워하거나 불편을 호소하더라도 고집스레 최첨단 신기술을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애플의 첫 아이폰의 사례를 들었다. 즉 “모바일 기기가 처음 나온 후 10년 간 모든 유사제품들의 공통사항이었던 물리적 키보드와 스타일러스 펜을 뛰어넘는 새로운 폼 팩터를 선보였고, 그게 나중엔 업계의 표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의 사례가 곧잘 인용되곤 한다. 페이스북은 기존 기능이나 디자인을 선택사항으로 제공하면서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즉 완전한 신제품으로의 교체가 이뤄질 때까지 사용자들의 불편이나 개선사항을 꾸준히 수집, 반영하는 것이다.
애플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신개념의 모바일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주소 표시줄을 이동시키고 버튼을 숨긴 기능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애플은 사용자들이 기존의 브라우저 레이아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섰다.
MS 역시 오랫 동안 익숙한 OS만을 사용해온 고객들을 배려하기 위해 별도의 ‘사용자 지정’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 이를 두고 일부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신제품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애매모호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즉 “옛것과 새것을 동시에 아우르고자 하면, 전통적인 버전을 그대로 접목하는 과정에서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질라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측은 “완전한 신기술에만 올인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제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과감히 옛 버전의 브라우저를 폐기한 전례가 있다.
아마존 역시 자체 앱 스토어의 ‘Fire TV’나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Spotify’를 전면 개편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사실 국내에서도 아마존의 그런 조치는 일부 얼리어댑터를 제외하곤 많은 사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브러리 검색 기능 등에서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등 새로운 편의사항이 알려지면서 이젠 완전 대중화되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들은 여전히 혁신이냐, 사용자 편의냐를 두고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애플에서 최근 나타났듯이 일부 베타 테스터들마저 신기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많아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도저도 돌아보지 말고 과감히 옛것을 버리는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맞서 사용자들이 기존 체제와 기능을 병행할 수 있도록 과도기 시스템을 존치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아 신제품 출시때마다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