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보다 다소 유화적, 그러나 규제와 노동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같아

제프 베조스의 뒤를 이어 앤디 재시가 아마존 CEO로 바톤을 이어받으면서 그에 대한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세계 정상급의 규모와 네트워크를 지닌 기업을 짊어지고 나갈 CEO인 만큼 그런 관심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금년 53살인 재시가 1조8천억달러 규모의 아마존의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

아마존 신임 CEO ‘앤디 제시(좌)’‧전 CEO ‘제프 베조스’ (사진=아마존)
아마존 신임 CEO ‘앤디 제시(좌)’‧전 CEO ‘제프 베조스’ (사진=아마존)

최근 <블룸버그>나 ABC 방송, WSJ, WP 등이 전하는 평가나 해석도 다양하다. 특히 미 의회가 최근 아마존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더욱 재시의 CEO로서의 역량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재시와 베조스는 분명 기업 철학이나 세계관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처음 허름한 창고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베조스는 후일 냉혹한 자본가로 변해왔다는게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다.

특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하기까지 혹독한 노동환경과 착취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으로 일관해왔다. 이에 대해 일부 외신은 ‘순진한 스타트업에서 팔뚝이 날카로운 독점자’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베조스는 여느 기업가들과는 달리 이런 부정적 시각이나 비판에 대해 “기업으로서 오로지 직원들에게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고, 쇼핑객들에게 쇼핑의 즐거움과 혜택을 주면 할 일은 다 한 것”이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재시는 베조스가 지닌 냉혈한의 이미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수 년 전 그는 아마존의 유력한 임원으로서 유색인종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한 비영리 단체를 남몰래 지원하기 시작했다.

평소 “나는 그저 운이 좋아서 지금의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을 뿐”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쏟고 싶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를 잘 아는 현지 언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부하직원들에게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인사하고, 자녀들 이야기를 묻곤 했다. 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결재 시에 호통을 치기 일쑤인 베조스와는 분명 다른 이미지의 인물이다.

재시가 CEO에 공식적으로 취임하기 며칠 전엔 새로운 ‘리더십 원칙’ 몇 가지가 사내에 배포되었다. 여러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직원들을 잘 대우하고, 아마존 밖에서 당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겸손하고 사려깊게 생각하라. 이건 당신 아버지의 회사가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이른바 ‘가족 같은 회사이되, 항상 회사 안팎에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시도 단점이 많은 인물이라는 평이다. 재시는 베조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뒤지지않을 만큼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회사를 떠난 전직 사원이나 임원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또 베조스 이래 고착되어온 권위주의적인 사내 문화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내부에서 ‘쓴소리’를 하다가 해고 당한 사원들도 여럿이며, 지난해는 이에 항의하며 AWS의 부사장인 팀 브레이가 그만두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더욱이 현재 미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한층 강화된 반독점 규제법에 대한 태도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재시가 임원으로 있던 시기에도 그러했듯이, 아마존은 각종 규제에 대해 소송으로 맞서는 등 ‘자기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었다는 비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자기 회사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평가나 제도적 규제는 자신들 탓이 아니라, 일부 불순한 외부 세력이나 비평가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게 베조스나 재시 등 이 회사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그래서 전 AWS 부사장이었던 팀 브레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시가 CEO가 된들, 달라질 것은 없다. 현재 아마존이 거두고 있는 성과나 지표를 봤을 때 그들이 무언가를 바꾸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재시 시대’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 한 해 동안 4,19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13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굳이 겸손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조차 없는 거대 기업이 된 셈이다.

아마존에 비판적인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이 회사는 파트너들을 짓밟고 경쟁자들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법의 한계를 밀어붙였다”고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또한 시급 노동자들을 규합하고 있는 노조들로부터 ‘악질적인 노동착취의 대명사’라는 공격을 받고있으며, 직장 차별가 부당노동을 주장하는 수많은 소송에 직면해있다.

그래서 앤디 재시가 베조스에 비해 좀은 겸손하고 부드러운 기업문화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그는 (베조스 못지않게) 공격적이어서, 언제든 자사에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싸움닭’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실제로 아마존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들의 얘기다.

아마존의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오래 근무했던 한 전직 간부는 “재시는 (규제나 시장 일각의 비판 등에 대해)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만심에 가득 차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재시와 베조스, 두 사람의 스타일은 약간 다르지만, 아마존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태도에 있어선 다를 바 없을 것이란게 ‘재시 시대’에 대한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프로파일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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