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스스로 모순된 보도…"5나노급 이하 첨단 공정 아니고 공장 아닌 연구․개발시설”

세계 1위의 비메모리 분야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최근엔 일본에도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일부 언론에선 ‘TSMC 파운드리 독주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에 공을 드리고 있는 등 변수가 많아 아직은 TSMC의 독주시대를 속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본에 지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TSMC의 공장엔 16나노미터와 28나노 공정이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주’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언론 보도는 이와는 모순된 상황을 전하고 있다.

화성 캠퍼스 파운드리 (제공=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파운드리 (제공=삼성전자)

즉 해당 보도를 내놓은 언론 스스로 “기술경쟁이 치열한 5나노급 이하 첨단 미세화 공정은 아니지만”이란 단서를 달고 “(단지)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최근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추측성 기사를 내놓고 있다.

그리곤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르겠다고 밝힌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독주’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신뢰할 수 없는 전망을 곁들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모바일이나 원격 웨어러블 기기 등의 폭발적인 수요 급증으로 인해 TSMC는 사상 유례없는 매출 신장과 성장을 기하고 있다. 실제로 TSMC는 2021년 5월 매출액이 1123억6000만 달러(40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9%, 19.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5월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586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TSMC는 이와 함께 첨단 기술 역량 설치 및 업그레이드, 전문 기술 역량 설치, 팹 건설, 팹 시설 시스템 및 자본화된 임대 자산, 2021년 3분기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약 92억9000만달러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런 자본력과 성장을 바탕으로 TSMC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를 짓고 일본정부와 제휴했다. 또 “1980년대 반도체 강국을 재건할 기회를 모색하는 일본으로선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필요하고 TSMC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일본과 손잡았다”는 언론의 분석은 일정 부분 설득력은 있어보인다.

국내 한 언론은 이에 일본 닛케이를 인용해 "미국과 중국의 대립 등으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TSMC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뒤처진 반도체 산업을 재건할 결정적 카드로 TSMC 공장 유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좀 성급한 보도라는게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에 대형 파운드리 팹을 짓는 것도 아니고, 당장은 연구․개발 시설인 만큼 그 후의 진행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아직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TSMC에 뒤지고 있지만 앞으로의 추이는 지켜볼 일이란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도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0조가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언론은 “연평균 투자금액은 15조∼16조원 선으로 연평균 35조∼40조원을 쏟아붓는 TSMC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평가 절하했다. 하지만 연평균 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총체적인 투자 금액이며 절대 투자금액 못지않게 R&D와 공정혁신의 질과 내용도 큰 변수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국내 일부 언론은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부재와 지속되는 사법리스크 속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재용 사면’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일개 총수의 의사결정과 의지에만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의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비판받을 만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언론은 또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나 아직 투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공사에 들어간 평택캠퍼스 3라인(P3)에는 파운드리 설비를 얼마나 들여올지 미정”이라는 식으로 비관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추진 중’인 계획인 만큼 투자가 ‘확정’되진 않은게 당연하고, ‘공사 중’인 곳에 설비가 얼마나 설치될지 확정정이지 않은 것 역시 당연하다는 점에서 과잉 추측보도라는 비판을 살만 하다.

또한 “TSMC는 파운드리 기술력에서도 삼성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보도 내용은 일단 수긍할 만 하지만 그 기술력의 격차가 좁혀지거나 오히려 추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해당 언론 스스로 “삼성전자는 내년 이후 선보일 3나노 파운드리부터 기존 '핀펫' 공정 대신 차세대 구조인 'GAA(Gate-All-Around) FET' 공정을 적용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뒤집겠다는 계획”임을 밝히고 “TSMC는 내년 하반기부터 3나노 양산에 들어간다”고 함으로써 앞뒤가 모순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즉 3나노 제품에 대해 삼성전자가 ‘내년 이후’ 선보이고, TSMC 역시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한다면, 결국 두 회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8나노 RF(Radio Frequency)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5G 이동통신용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해 관심을 끌었다.

주요 외신들도 앞다퉈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나노 RF 파운드리로 멀티채널, 멀티 안테나를 지원하는 5G 통신용 RF 칩을 원칩 솔루션으로 제공해 서브 6GHz부터 밀리미터파(mmWave)까지 5G 통신 반도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에도 기술혁신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28나노 12인치 RF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17년 업계 최초 본격 양산을 시작한 14나노를 포함해 8나노까지 RF 파운드리 솔루션을 확대했다.

RF 칩은 모뎀칩에서 나오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흔히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주파수로 바꿔주고, 반대로 모뎀칩으로 전송하기도 하는 무선 주파수 송수신 반도체다.

주파수 대역 변경과 디지털-아날로그 신호 변환을 하는 로직 회로 영역과 주파수 수신·증폭 등의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 회로 영역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5억개 이상의 모바일 RF 칩을 출하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8나노 RF 공정은 이전 14나노 공정 대비 RF 칩 면적을 약 35% 줄일 수 있으며, 전력 효율도 약 35% 향상된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적은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는 RF 전용 반도체 소자 ‘RFeFET™(RF extremeFET)’를 개발해 8나노 RF 공정에 적용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측은 “공정 미세화와 RF 성능 향상을 동시에 구현한 삼성전자 8나노 기반 RF 파운드리는 소형·저전력·고품질 통신의 장점을 갖춰 고객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최첨단 RF 파운드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5G를 비롯한 차세대 무선통신 시장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초미세 공정 기술력, 안정적인 양산 체제,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 등을 통해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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