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의사록 공개...“고용회복에 시간 소요”

일부 금통위원들은 현재 한국경제를 회복하는데 고용유발계수가 낮은 IT업종이 주도하고 있어 고용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개최된 금통위 의사록을 15일 공개했는데 일부 금통위원들은 고용회복을 위한 정책적인 주문을 제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부 금통위원은 생산가능인구 등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한 적정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과거보다 상당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면서,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취업자수가 13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어 소위 ‘고용 없는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용이 경기후행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여러요인을 고려할 때 고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먼저 고용유발계수가 낮은 IT 관련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과 대면서비스업종의 회복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전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채부담이 금번 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증가한 점이 향후 고용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용 동향을 보더라도 대기업의 취업자수가 증가한 데 반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취업자수는 크게 감소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최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상당폭 늘어남에 따라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는 데 반해 코로나19의 충격이 집중된 대면 서비스 부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여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련부서에서는 데이터 분석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하여 살펴본 결과, 수출여건이 양호한 IT 및 석유화학 업체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3분기 중 크게 늘었다고 답변했다.

상장기업의 경우 앞으로 대다수 업종에서 이러한 영업이익의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비상장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동영상 캡처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동영상 캡처

다른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3분기 이후의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의 수입수요가 내구재를 중심으로 개선되고, 중국경제도 수출에 이어 내수가 늘어나는 등 양호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면서 조사국은 금년도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충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이 선방하고 있는 점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이 중요한 성장축임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다.

다만 수출 개선이 일부 업종에 편중되고 소비, 건설 등 내수가 부진하면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는 더욱 커졌다고 언급했다.

민간소비는 정부의 이전지출 증가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재확산의 영향뿐만 아니라 소득불균형 확대, 전월세 비용 상승과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가세하면서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과 같은 20~30대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매입은 이들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점에서 소비 기반의 항구적 잠식으로 이어질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은 IT업종이 최근의 경기개선을 주도하고,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 자영업, 건설업 등은 부진함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용회복이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위원은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물경제의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정화를 지원하되 이번 코로나 위기의 영향이 과거 경제위기와는 다른 여러 특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유에 대해,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피해가 특정 업종에 집중됨에 따라 업종 간, 소득계층 간 경제상황이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한 예로, 보건 충격에 취약한 대면서비스업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ICT 업종 등은 빠르게 정상화되거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간 경기연관성을 약화시키면서 수요여건과의 선순환을 제한할 수 있기에 취약부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 10월 금통위 회의 이후 경제동향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경제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나, 최근 주요국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내년 초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실물경제도 최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이 향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

민간소비는 최근 들어 개선세가 약화되고 있는 모습인 바, 내년 이후에도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설비투자의 경우 IT부문의 투자 지속과 비IT부문의 투자 재개 등으로 회복세가 이어지고, 그동안 감소하던 건설투자도 내년에는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은 코로나19의 재확산 변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가 점차 호전되면서 내년에도 개선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고용은 내년 코로나19의 영향이 점차 줄어들 경우 대면서비스 수요 회복 등으로 완만하게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이 예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서비스업, 임시일용직 등 취약부문의 고용사정에 앞으로도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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