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클라우드는 이제 디지털 세상을 실시간 생활권으로 묶어준다. 그러나 엣지로부터 중앙 클라우드에까지 데이터가 오가며 처리되다보니 대역폭의 연결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실시간 생활권을 가능케하는 고속도로가 상습정체를 빚는 셈이다. 그 때문에 수 년 전부터는 포그 컴퓨팅 기술이 클라우드 문명의 필수가 되고 있다. 다른 많은 설명이 가해질 수 있지만, 포그 컴퓨팅의 키워드는 역시 ‘분산’이다. 이는 원자화된 디지털 문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다. 원자화된 무한 개체들을 새롭게 융합하고, 또 다른 거대한 유기체적 문명을 생성하는 조화를 상상케하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 클라우드는 애초 ‘구름’이다. 작은 수증기 덩어리가 모여 작은 구름이 되고, 그것이 비를 내릴 만큼 거대한 구름으로 뭉쳐지는 원리와도 같다. 포그 컴퓨팅은 조그마한 수증기 방울들이 구름이 되기까지의 과정, 즉 워크로드를 오가는 작은 구름들이라고 할 에지 컴퓨팅으로부터 호명된다. 중앙의 큰 구름인 클라우드 환경에 딸린 작은 규모의 구름, 즉 작은 단말의 플랫폼 주변에서 처리되는 일련의 데이터 작업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럴수록 클라우드의 유기적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출처=에머슨 네트워크 파워 홈페이지 캡처)
(출처=에머슨 네트워크 파워 홈페이지 캡처)

그래서 더욱 포그 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 클라우드와 에지를 오가는 방대한 정보와, 그로 인한 교통체증 현상은 결국 데이터 프로세싱을 크게 지연시키고, 결국 네트워크 자체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럴 때 포그 컴퓨팅은 작은 구름이라고 할 엣지에서 생성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굳이 중앙 클라우드로까지 보내지 않는다. 그냥 데이터가 생성된 가까운 곳, 즉 엣지에서 바로 처리해버린다. 중앙 클라우드로부터 엣지를 오가는 정보 처리 시간을 크게 단축시킨다. 데이터를 보낼 대역폭 연결이 힘든 경우, 즉 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그냥 서울까지 갈 필요없이 현지에서 일을 처리하는 이치와도 같다.

그 원리대로라면 삶의 현장 끝자락에서 생기는 그 어떤 문제도 즉각 해결될 수 있다. 굳이 멀리 떨어진 그 어떤 ‘중앙’의 존재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현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도로에서 구급차가 감지되면 신호등이 즉각 초록불로 바뀐다. 공장 작업장에서 사고가 생기면, 중앙 통제실에 갈 것도 없이 비상 시스템이 작동된다. 특히 자율 주행차에겐 필수다. 주변 환경이나 주행 상태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체 분석하고, 차량 스스로 어떤 비상 상황에도 대처하게 한다.

이는 그야말로 ‘분산’의 미덕이며, 힘이다. 거대한 데이터 센터에 상주하는, 중심화된 클라우드에만 의존해선 불가능한 일들이다. 포그 컴퓨팅은 애써 중앙의 권위에까지 거슬러 오가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는다. 현장 디바이스로 그냥 일을 마무리해버린다. 에지나 에지 주변에 흩어진, 희미한 안개 수준의 포그 컴퓨팅은 그래서 세상의 위급하고 갈급한 모든 것들의 갈증을 실시간으로 충족시키는 감로수라고나 할까.

본래 집중보다는 분산이 디지털 시대에 맞다. 포그 컴퓨팅이 갖는 분산의 메시지는 언뜻 분산과 개방을 찬미한 한나 아렌트의 20세기 버전의 잠언과도 겹쳐진다. ‘표준화’로 정화하기보단, 비균질적 삶들의 공존이 이뤄져야 하고, 계몽된 의심을 바탕으로 한 ‘분산의 신뢰’가 그것이다. 이는 애초 클라우드 문명 자체가 폐쇄나 독점보다는 공유와 소통을 전제한 것과도 통한다. 그런 분산의 미덕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과제인 ‘융합’을 가능케하고, 넉넉한 공유의 공간도 만들 것이다. 좀 비약하면 독점적 매개자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제동이되, 중앙집권, 과잉통제, 자율과 존재를 억제하는 권력행위에 대한 응당한 질문도 연상케 한다.

포그 컴퓨팅에도 그와 유사한, 그리고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있다. 그 대상이 되는 환경을 수평적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개의 수직적인 상황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그것이다. 중앙 클라우드에서 사물에 이르는 네트워크를 망라하며 연속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데이터가 생성되는 사물에서부터 네트워크 엣지를 거쳐 클라우드를 관통하는 동안 다양한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망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삶의 언어로 번역하면 포용과 공유와 신뢰다. 여러 수평, 수직적인 일과 사람을 포용해야 하고, 숱한 소통의 기계언어를 배제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포그 컴퓨팅은 단순한 기계적 기능이 아니다. 묵직한 인간의 이치를 저격하는 차원높은 문명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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