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정보 기반 데이터산업 활성화 기대

데이터 3법 발효
8월 5일부터 데이터3법이 시행됐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에 집중했던 정책의 방향을 활용 방향으로 틀기 위해 마련됐다. 미래 사회의 쌀, 원유 등으로 불릴 정도로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다.

데이터3법은 ▲가명정보 개념을 추가해 본인 동의 없이 통계 작성, 연구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상업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정보를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제공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가명정보
개정법을 관통하는 핵심 내용은 ‘가명정보’다. 기존 법에서는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유통과 결합 등이 엄격히 제한됐다.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익명정보’로 비식별 처리해야 했다.

반면 데이터3법의 가명정보는 추가정보의 결합 없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비식별 처리된 정보다. 개인정보 구성 요소 중 일부를 가리거나 대체해 신원을 식별할 수 없도록 만든 정보다.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데 필요한 모든 관련 정보를 제거한 기존의 익명정보 개념보단 조금 더 완화된 형태다.

익명정보에 비해 활용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익명정보가 인공지능(AI) 등에 활용하지 못하는 ‘질 낮은 데이터’라고 말한다. 가령 질병 치료를 위해 AI를 활용하려면 질병을 앓는 이의 나이, 성별 등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익명정보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데이터의 노이즈가 많아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법에서는 가명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산업
정부는 데이터 3법시행으로 여러 기업·기관이 보유한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면서 국내 데이터 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명정보라고 해도 기업의 활용이 가능하다면 비슷한 조건의 집단을 그룹화하는 방법을 통해 데이터 구축이 가능하고 구축된 데이터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개발이 쉬워진다.

반대로 익명정보는 그룹화 자체가 쉽지 않아 활용폭이 좁다. 이를테면 가명정보의 도입은 산업 진흥과 개인정보보호 측면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마련된 절충안이다. 개정된 개인정보법 시행령은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 특정 목적에서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하거나 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명정보의 결합과 안전성 여부 등을 심사하는 전문기관도 지정된다.

반발은 여전
데이터3법 준비 과정부터 세부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해온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인권연구소 등 10개 시민단체는 4일 “우리의 개인정보에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데이터3법이 기업의 이익 중심으로 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가명정보의 사용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목적 달성 후 가명정보를 삭제하도록 한 규정도 폐기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사실 가명정보의 경우, 각각의 정보는 가명일지라도 이것들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사실상 식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데이터3법 발효와 함께 5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소속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던 개인정보보호 관리감독 기능은 이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됐다.

위원회는 한편으로는 신산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 제공자인 일반 국민들의 데이터 제공에 따르는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 위원회에는 개인정보보호 및 활용 확대라는 상반된 가치를 조율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 수립과 독자적인 감독 권한이 부여된다. 위윈회는 이제 가명처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리감독 부서도 신설해야 한다.

기대와 우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데이터 거래 활성화가 어려웠던 것은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법적인 불확실성도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비식별조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여 거래 및 결합하는 행위에 대해 불법적인 제3자 제공인지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항상 있었다.

정부에서 발간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데이터를 결합하고 활용한 기업들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사건도 있었다. 데이터3법 시행은 결국 이같은 상황을 정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법률적인 상황이 정리된다고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데이터 보호 등 사후 관리는 앞으로도 논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규정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업의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수 있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로 구성되며 이 중 특히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 기반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뉴딜을 실행하기 위해 공공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통합,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청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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