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화웨이의 기술력
화웨이의 실적
화웨이가 올해 상반기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화웨이는 올 상반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 증가율은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작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였다. 올 상반기 매출은 4540억 위안(한화 약 7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다. 상반기 순이익률은 9.2%였다. 작년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은 8.7%였다. 부문 별로 캐리어 비즈니스 사업부는 매출 1596억 위안(한화 약 27조3000억원),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사업부는 매출 363억 위안(한화 약 6조2000억원), 컨슈머 비즈니스 사업부는 매출 2558억 위안(한화 약 43조7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화웨이라는 회사
글로벌 ICT 시장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는 화웨이 문제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1위 업체다. 올해 1분기 5G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5.7%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에릭슨(24.8%), 노키아(15.8%)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13.2%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상반기 실적을 이례적으로 본다.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화웨이는 올 1분기 매출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1년 전보다 1%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2분기엔 중국 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자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2718억위안을 기록하며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부문별로 보면 스마트폰 사업이 속한 소비자 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이 가장 많았지만 5G 중계기 등 이동통신 업무 매출도 1년전보다 9% 증가했다. 이는 중국내수시장의 규모 때문이다. 화웨이 5G 장비가 보안 이슈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속속 퇴출되고 있지만, 중국내 5G 장비 수주는 화웨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영국의 경우를 보면 화웨이가 왜 복잡한 문제인지 확인할수 있다. 미국의 압력으로 영국정부는 2027년까지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결정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복잡하다. 화웨이 장비를 드러내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2025년까지 전역에 기가비트 수준의 광대역을 구축하려는 영국정부의 목표도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자사 장비의 제거로 인해 영국의 5G 구축이 2~3년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용의 경우 영국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제거할 때 약 2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3조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기존에 설치됐던 모든 장비를 제거하고, 새로운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고스란히 영국 통신사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영국 이동통신사들은 아직 4G 통신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다수 사용하고 있다.
최대 이동통신사인 BT는 통신장비의 3분의2가 화웨이 제품이다. 결국 화웨이가 가진 힘은 ‘가격’과 ‘기술력’에서 비롯된다. 특히 화웨이의 장비 가격은 타외국계 장비와 비교해 3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조원대의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5G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는 가격경쟁력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5G 기술력도 세계 최고다.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5%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한해 R&D 투자비만 12조~15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국내 통신 3사의 R&D 투자 총액이 720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미국의 제재
미국이 문제를 삼는 것은 화웨이 통신 장비에 백도어가 설치돼 있어, 중요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의 장비가 소프트웨이를 이용해 화웨이의 모바일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대만 TSMC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할 수도 없게 됐다. 실제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는 이미 5월부터 화웨이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9월부터는 아예 납품을 중단한다고 공표했다. 화웨이는 구매선을 대만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당연히 품질에 문제가 생 길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구글맵, G메일 등 구글 서비스와 페이스북 등도 탑재되지 않는다. 이는 당연히 세계 시장 판매에 악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고민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열을 올렸지만, 5G 서비스 시작 후 1년 3개월 여가 지난 아직까지도 비싼 5G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서울 외 지역의 5G 서비스는 부진한 편이다. 통신3사 CEO들은 최근 2022년 상반기 까지 5G 전국망 구축에 25조원 규모의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조기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장비 중 어느 것이든 가성비와 효율성을 고려해 도입하는게 맞다. 하지만 미국의 압력이 있는 한 화웨이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국내 통신사 중 화웨이 장비를 현재 '일부' 쓰는 곳은 LG유플러스 뿐이다. 이미 미국의 압력으로 고민이 깊다.
화웨이도 어렵다
당장은 괜찮다고 하지만 미국의 압력이 계속되는 한 화웨이의 앞날이 밝다고 하기도 어렵다. 중국 경제의 크기는 확실히 화웨이의 성장을 지탱하는 기반이지만 미국의 압박이 있는 한 세계 시장 확대는 어렵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다. 1944년생으로 인민해방군 소속 IT 연구소에서 장교로 근무하다가, 군에서 나와 1987년 약 5000달러의 자본금으로 화웨이를 설립했다. 화웨이라는 이름부터 중화민족을 위하여 분투한다는 뜻이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독점으로 군에 납품해 성장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는데 1996년에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독점적 통신 장비 공급자로 지정됐다. 기술 개발은 절도와 해킹을 포함한, 말하자면 카피를 통해 이뤄냈다. 화웨이의 기술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이른바 백도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도 맞고, 기업 윤리 또한 찾아보기 힘든 회사인 것도 맞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망 구축에도 깊이 관여해왔다. 화웨이는 당장 영국을 잃게되면 유럽을 잃고, 유럽을 잃으면 5G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패권도 잃게된다. 이미 강도 높은 미국의 제재에 사실상 캐나다, 일본 등 미국의 우방국가 진출은 막혔다.
다른 한편으로 화웨이의 빈자리는 유럽의 통신장비기업인 에릭슨과 노키아가 우선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북미와 일본시장에 5G 장비를 공급하며 기반을 다졌지만 유럽시장에서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하게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