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광저우공장 본격양산 개시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이 이번주에 본격적인 양산을 공식화한다. 일부 제품은 이미 소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개발구와 함께 총 5조 원을 투자해 세운 이 공장은 고해상도의 55, 65, 77인치 대형 OLED 패널의 주력 생산 거점이다.
광저우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LG디스플레이는 파주에서만 생산하던 대형 OLED를 중국에서도 생산하는 ‘투트랙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 패널 공장은 지난해 8월 준공식을 하고 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수율 저하 등 생산성 차질을 빚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며 정상 가동이 더 지연됐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공장 가동을 위한 핵심 엔지니어 수백 명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수율 안정화 작업에 집중해왔다.
이 공장은 축구장 10개 크기인 7만4000m² 부지에 지상 9층, 연면적 42만7000m² 규모로 조성됐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공장에서 월 6만 장(유리 원판 투입 기준) 규모의 OLED 패널 생산을 시작으로 2021년 최대 생산량을 월 9만 장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파주 OLED 공장까지 합하면 월 16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OLED 시장의 강자 '한국'
광저우 공장이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한국의 대형 OLED 패널 시장 지배력은 단기적으로 더욱 강화된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OLED로 변화하면서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탈LC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점유율 8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OLED TV는 LG전자와 소니·파나소닉 등 19개 업체가 생산하는데, 패널 대부분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대형 OLED 패널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한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76%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TV와 스마트폰을 포함한 OLED 시장 점유율(생산 능력 기준)은 한국이 82%, 중국이 17%, 일본이 1%다. 앞으로가 문제다. 중국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OLED 생산라인은 18개다.
LCD 시장 세계 1위인 BOE를 비롯해 중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가 대부분 OLED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LCD에 지원하던 보조금을 이미 OLED로 전환했다.
실제로 이달 초 비전옥스는 중국 정부에서 7억 위안(약 12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6세대 OLED 생산라인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비전옥스가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만 40억 위안(약 69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렸던 액정표시장치(LCD)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거센 중국의 도전
관련 업계에서는 TV와 스마트폰을 모두 포함한 전체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향후 4년 내 18%포인트 감소하고, 중국이 이를 모두 가져가면서 양국의 점유율이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OLED 패널분야에서 중국 업체의 생산 능력은 올해 전체의 30%를 처음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2024년 50%, 2025년 5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전망은 양국의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 현황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17년 OLED 분야 세계 특허 출원량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업계에서는 특허 출원량이 역전된 후 6~7년 뒤에 시장점유율도 뒤바뀐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LCD 분야는 2011년 중국의 특허 출원이 한국을 앞질렀고 2018년 LCD패널, 2019년 LCD TV 시장에서 양국의 점유율이 역전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OLED 시장을 최대한 오래 사수하면서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개발 경쟁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해야할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미터) 크기 LED를 발광원으로 디스플레이다. LED 배열에 따라 크기와 디자인의 변형이 쉽고 에너지 소비 효율도 뛰어나 LCD와 OLED를 잇는 차세대 기술로 불린다.
이 분야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인 욜디벨로프먼트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 관련 특허는 6월 말 기준 약 5500개로 지난해에만 약 40%가 증가했다.
특히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마이크로OLED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망원경용을 생산했지만,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분야에는 아직 적용하지 못했다. 마이크로OLED는 실리콘 기판으로 제작된다. 플라스틱, 유리 기판 등으로 만드는 일반 OLED와 다른 점이다.
BOE는 매출처 확보 차원에서 VR·AR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OLED 파일럿 라인은 구축했고, 1단계 투자를 시작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마이크로OLED 사업을 본격화한 업체가 없다. LG디스플레이가 연구하고 있는 정도다. BOE는 화웨이, 샤오미, JDI 등과 패널 활용 관련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중국과 제휴추진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뒤져있는 일본은 중국과의 제휴를 도모하고 있다.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JOLED는 중국 최대 가전사 TCL로부터 출자받기로 결정했다.
JOLED는 지난 2015년 일본 경제산업성 주도로 소니·파나소닉 등 기존 업체들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부를 분리·통합해 만든 회사로서 경산성이 관리하는 민관합작펀드 '산업혁신투자기구'(INCJ)가 최대 주주다. 그러나 JOLED는 지난달 중국 TCL 산하 디스플레이 제조사 화싱(華星)광전기술(CSOT)로부터 200억엔(약 2200억원) 상당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지분 10.76%를 넘겨주기로 결정해 관심을 모았다.
TCL은 삼성·LG에 이은 세계 TV시장 점유율 3위 업체다. JOLED는 또 TCL과의 자본업무 제휴 발표 뒤 곧바로 '삼성이 OLED 패널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JOLED가 대형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JOLED는 5.5세대 공장에서 20인치대 중형 크기 OLED 패널을 양산 중이다. 수익 사업인 TV나 스마트폰이 아닌 규모가 작은 시장인 의료용 기기 시장을 공략한다. 현재 국내 업계가 채택한 증착 방식이 아닌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돌파구 찾는 한국
예측대로 중국이 LCD에 이어 중소형 OLED 시장까지 잠식한다면 한국 업체들은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여겨지는 QD디스플레이는 블루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고 컬러 필터에 QD를 적용해 선명한 색상을 구현한다.
OLED 시장 공략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LG의 입장은 다소 미묘하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경쟁자지만 장비제조업체인 LG전자로서는 BOE가 주요 수요처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최근 BOE에 잇따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를 공급했다. 생기원은 BOE에 질소(N2) 정제기를 공급했다. 6세대(1500x1850) OLED 생산라인 B12(충칭)에 투입된다.해당 장비는 OLED 핵심공정인 증착 단계에서 활용된다. 증착은 이미지 최소 단위 ‘픽셀’의 구성 요소 RGB(레드·그린·블루) 서브픽셀을 기판에 새기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공기쿠션 역할을 하는 N2를 투입하는데, 공정이 끝나면 정제기가 남은 가스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생기원은 같은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에 OLED 장비를 선제 도입하고, 성능 개선을 통해 중국 업체에 제공하는 구조다.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중국 패널 제조사와 거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기술 유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