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가 결국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인수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 입장발표
16일 제주항공은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어제(15일) 이스타홀딩스에서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다"며 "이스타홀딩스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입장 발표는 지난 1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10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 해소 기한인 전날(15일) 자정을 넘긴 데 따른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그간 리스사와 조업사, 정유사 등에 비용 탕감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감안해 최종적인 계약 해제 결정은 미뤘다.
제주항공의 이 같은 입장에 이스타항공은 반박하고 나섰다. 주식매매계약서상의 선행 조건이 모두 완료됐다고 주장하면서 선행조건이 완료된 만큼 속히 계약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계약 파기수순
업계에서는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가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상 계약이 무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여지를 남겼지만, 정부의 추가 지원 등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계약 파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올 1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법정관리에 돌입한다면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이 높다.
앞서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이스타항공 M&A 타결을 전제로 제주항공에 인수금융으로 1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 금액으로 미지급금 해소와 경영정상화 등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 동반 부실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292억 원과 영업손실 657억 원, 당기순손실 1014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680억 원에 불과하다.
아시아나도 인수무산될듯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인수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거래 관련, 거래 종결에 소극적인 HDC현대산업개발에 "한 달 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나 HDC현대산업개발 측에서 계약 종결에 대한 의사 표명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그대로 진행할 경우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한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흥행에도 실패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도 HDC현대산업개발 외 인수할 마땅한 기업이 없는 탓에 인수가 무산되는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