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항공업 진출 검토
HDC현대산업개발이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요구했다. 협상이 다시 시작된다해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매각무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SK는 항공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재협의 요구
현대산업개발은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을 재점검하고 인수조건을 재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2주 전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고 요구한데 대한 회신 격이다. 채권단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장문의 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인수 체결 이후 크게 악화했다는 점을 강조해 인수 가격 낮추기를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산은 계약 체결 후 불과 5개월 사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무려 4조5천억원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작년 6월 말 대비 1만6천126% 급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악화했음을 강조했다. 1분기 말 현재 자본총계도 작년 6월 말보다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당기순손실도 모두 8천억원 이상 확대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점 재협상은 어려울듯
HDC현대산업개발은 원점 재검토 요청을 통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내고자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구주 인수 가격을 내리고 신주 가격이나 수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산은 등 채권단에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인수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재협상을 할 수는 있지만, 인수 가격 등 기본 조건에 대해서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산은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재협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으로서는 영구채의 전환 조건 또는 지원 자금의 만기·금리 등 상환 계획에 '융통성'을 발휘하는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재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입장 차이가 커 매각이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인수가 무산되면 HDC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500억원을 손해 보게 된다.
매각 무산도 가능
HDC는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기 전 약 7주 동안 예비실사를 진행한 후 12월 27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HDC는 SPA 체결 이후 재무제표가 의심되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히고 있다.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 건으로 드러난 추가 부실도 논란이 됐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6월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200억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10월 라임펀드 환매가 중단되면서 170억원이 넘는 투자 손실을 봤다. 코로나19 사태 역시 발목을 잡아 아시아나항공의 운항률은 현재 계획대비 8.7%까지 떨어졌다.
HDC현산이 손을 뗄 경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하에 두고, 업황이 개선되면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산은은 통매각 원칙을 적용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회사를 지난해 HDC현산 측에 매각했다.
SK는 에어아시아 지분취득 검토중
한편 SK그룹이 항공업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에어아시아로부터 지분 10% 인수 제안을 받아 현재 검토 중에 있다는 것이다..SK가 지분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에어아시아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저비용항공사(LCC)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 국적 LCC로 최근 코로나19로 경영 위기가 계속되자 은행 등으로부터 자금 조달에 나서는 와중에 SK에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이다.
에어아시아 지분 10% 가격은 총 3억3042만 링깃으로 한화로는 932억6000만원 수준이어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만 82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SK로서는 큰 부담이 아니다. 앞서 SK는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에도 검토했다가 결국 포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