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엔비디아, 앤스로픽, 거액의 투자로 ‘AI 동맹’ 맺어
오픈AI, MS 등지고 아마존과 대규모 계약으로 ‘결연’
3사 ‘AI 동맹’,“사실상 오픈AI 의존 줄이기 위한 의미도”
앤스로픽, 오픈AI 영리법인 전환, 구조조정 등에 자극 받아

실리콘밸리 전경. (출처=언스플래쉬)
실리콘밸리 전경. (출처=언스플래쉬)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지구촌 AI 시장에 또 하나의 ‘사건’이 생겼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는 18일 클로드(Claude) AI 비서를 개발한 앤스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앤스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무려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구촌 AI경쟁 구도를 바꿀만한 블록버스터급 거래라는 평가다.

이번 발표 시점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로서의 기반에서 벗어나 재정적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생긴 사건이다. 앞서 오픈AI는 아마존과 약 38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줄였다.

엔비디아도 ‘더 광범위한 AI칩 시장 확보’ 의도

MS, 엔비디아, 앤스로픽의 ‘동맹’을 두고 일부 외신은 “눈부신 숫자가 공개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 간에 오고간 금액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앤스로픽에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두 엔비디아, MS 모두 앤스로픽의 향후 투자 라운드 참여도 약속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대형 기술 투자가 아니란 평가다. 초지능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 AI 기업들이 어떤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란 해석이다. 즉, MS에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서 벗어난 사업 다각화를 의미한다. 엔비디아로선 AI 칩에 대한 더 광범위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MS CEO 사티야 나넬라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점점 더 서로의 고객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앤스로픽 모델을 사용하고, 앤스로픽은 우리의 인프라를 사용할 것이며, 우리는 함께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면서도 “오픈AI가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AI 경쟁에서 첫 번째 주자 입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오픈AI의 본격적인 체제 변경과 구조조정이 경쟁사인 앤스로픽 등의 ‘동맹’ 결성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AI 산업의 컴퓨팅 파워에 대한 갈망은 이제 천문학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 오픈AI는 “ 30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리소스를 개발하는 데 1조 4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약 2,5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런 수치는 점점 더 정교해지는 AI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하기 위한 인프라가 날로 거대해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글로벌 AI 업계의 이합집산과 야합이 끊이지않는다. (이미지=언스플래쉬)
글로벌 AI 업계의 이합집산과 야합이 끊이지않는다. (이미지=언스플래쉬)

오픈AI 출신 설립 앤스로픽, ‘짧은 기간 눈부신 성장’

이에 앤스로픽도 반격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첨단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및 베라 루빈(Vera Rubin) 하드웨어를 통해 1기가와트의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및 유지 관리에 200억~25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본래 앤스로픽은 지난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원들로 구성된 팀의 주도로 설립되었다. 그 후 짧은 시간에 챗GPT의 패권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빠르게 부상했다. 최근 기업 가치가 1,830억 달러로 평가될 정도다. 그야말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앤스로픽의 그간 성장 곡선은 눈부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내년 연간 매출이 두 배 이상, 심지어 세 배까지 증가, 약 2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도 앤스로픽은 30만 개 이상의 기업이나 대기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용 클로드가 수입원이다.

새로운 파트너십 조건에 따라 MS는 ‘애저 AI Foundry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클로드 모델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로써 클로드는 MS 애저, AWS, 구글 클라우드 등 세계 3대 클라우드 공급업체가 모두 제공하는 유일한 최첨단 AI 모델이 되었다.

그렇다고 미래가 마냥 장밋빛이라고 할 순 없다. 챗GPT가 AI 붐의 도화선에 불을 지핀 지 3년이 지났지만, 적잖은 투자자들은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이 경제 펀더멘털을 앞지르고 있다”고 우려한다. 시장 분석가들은 “기업들이 서로의 매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순환적 파트너십’이 잠재적인 ‘거품 역학’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이번 앤스로픽, 엔비디아, MS 파트너십의 주요 특징은 AI경제의 오픈AI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특히 MS는 특정 선도 기업(오픈AI)에만 의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픈AI의 성공에 어느 정도 의존해온 엔비디아 역시 좀더 광범위한 시장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런 방식은AI 산업이 몇몇 핵심 기업을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따른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