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IBIT 대거 유출 vs 하버드 기금, MS 매수세 ‘양극화’
투자 매력과 리스크 따라 매도·매수, 탄력적 포지션 등 포트폴리오
“변동성엔 위험 관리 프로토콜 작동”, 기관투자자들 암호화폐 재평가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쉽게 유입되던 시대가 이제 막을 내리는 걸까. 이를 두고 암화화폐 시장에선 “최초로 가장 큰 (비트코인의) 속도 제한에 걸렸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최근 시장 경색 분위기 속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 14일 블랙록의 ‘iShares Bitcoin Trust’(IBIT)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6,300만 달러를 인출했다.
이에 블록워크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 상품(비트코인)이 출시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하루치 자금 유출”이라며 “‘스마트 머니’의 위험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를 시사한다”고 의미를 매겼다.
앞서 비트코인은 6개월 만에 최저치로 폭락하며 1,200억 달러가 사라져버렸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결정적이다. 이는 미국 상장 비트코인 ETF 전체에서 단 하루 만에 4억 9,200만 달러의 순 유출을 초래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며칠째 극심한 변동성으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즉, 하락장에서 새로운 암호화폐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시장 폭락 속 기록적인 자금 유출
이번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은 우연이 아니란 해석이다. 비트코인 가격 폭락과 함께 진행된 것이다. 그 때문에 비트코인은 6개월 만에 최저치로 폭락한 후 일시적으로 9만 6천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가격 하락으로 레버리지 포지션에서 11억 달러 이상이 현금화되었다. ‘암호화폐 공포 및 탐욕 지수’는 16으로 하락, ‘극단적 공포’ 수준에 도달했다.
그 동안 기관들은 대체로 매수 후 보유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엔 기관들이 단순한 ‘홀더’(HOLDer)가 아님이 증명되었다. 변동성이 발생하면 위험 관리 프로토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4억 6,300만 달러의 자금 유출은 펀드 매니저들이 투자 비중을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 것이다. 위험 관리 프로토콜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구체적인 사례인 셈이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지만, 몇 주 동안 불안감이 감돌았다. 기관들의 이런 결정은 여러 거시경제적 역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인하,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진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그로 인해 유동성이 더욱 경색되고 암호화폐와 같은 위험 자산의 매력도가 낮아진 것이다.
또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과거 사이클에서 매수했던 장기 보유자 중 상당수가 수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ETF 유입으로 흡수되었던 매도 압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ETF 유입이 반전되면서 시장은 최대 매수자를 잃었고, 이는 가격 하락 압력을 더욱 가중시킨 것이다.
폭주가 아닌, 위험 회피의 한 형태
표면적인 수치만 보면 우려스런 상황이다. 그러나 또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기관들이 암호화폐를 포기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단순히 시장을 떠나려는 폭주라기보다는 위험 회피의 한 형태”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실제로 일부 기관들은 매도세를 보이는 반면, 다른 주요 기관들은 확고한 입장(매수)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포지션을 늘리기까지 한다.
IBIT 자금 유출과는 대조적으로, 지난주에는 악명 높은 보수적 투자자인 ‘하버드 기금’이 블랙록 비트코인 ETF의 보유량을 크게 늘렸다는 보도가 나와 이채를 띠었다. 동시에,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의 대표이자 강세론자인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는 자사가 “적극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같은 기관 투자자 진영 내에서도 각기 다른 전략이 난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블랙록 유출 vs 하버드 기금이나 MS의 매수세와 같은) 양극화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새롭고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단기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헤지펀드가 변동성과 거시경제적 압력에 대응해 기록적인 자금 유출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부금이나 기업 국채와 같은 장기 전략적 자산 배분자들이 경기 침체에 굴하지 않고 자산을 늘리고(매수세) 있다.
기관 투자의 두 얼굴
이런 양극화는 ‘코인베이스’(Coinbase)와 같은 분석기관들의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의 75% 이상이 연중 암호화폐 자산 배분을 늘릴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번 매도세는 장기적인 확신(회복세에 대한)을 토대로 단기 변동성에 대처하는 전형적인 사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블랙록 ETF에서 기록적인 자금 유출이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기관들이 이젠 마침내 비트코인을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즉, 위험이 고조되는 시기에도 마냥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노출(보유량)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랙워크는 “이런 탄력적 리밸런싱은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고 절실히 필요한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