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4~5년 내 GPU 시장 침체되고, ‘AI버블’ 꺼져” 주장
엔비디아 주가 하락, 공급난 GPU, “이젠 시장 침체 예상”
전력 등 인프라 부족, 데이터센터 가동 중단, GPU 수요도 감소

엔비디아와 AI칩. (출처=로이터통신)
엔비디아와 AI칩. (출처=로이터통신)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11월 들어 미국 뉴욕 증시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대표적인 AI칩(GPU 등)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0월29일 역대 최고치에 이른 뒤 14일(뉴욕 시각) 다시 8.1% 하락했다. 곧 발표될 엔비디아 3분기 실적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런 가운데 실제 ‘버블’조짐이라고 할 순 없지만, 최근 데이터센터 지출이 두 배로 증가함에도 GPU시장은 조금씩 침체되고 있다. 엔비디아 주식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일단 GPU 시장의 그런 분위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미국 둥 해외에선 아마존의 신규 데이터 센터 세 곳이 해당 지역 전력 회사가 전력망 연결을 거부하면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수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 개의 최첨단 GPU가 방치되어 막대한 투자에 대한 수익 없이 노후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는 “본사가 현재 AI 분야에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원에) ‘연결’(설치)할 수 없는 재고 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처럼 단순히 칩 공급난 때문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따뜻한 ‘셸’(shell)이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델라가 언급한 ‘셸’은 데이터 센터를 의미한다. 즉, ‘전원’에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따뜻하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 및 파이낸스 업체인 CBRE는 이에 대해 “이제 (데이터센터) 시설을 짓는 것보다 내부의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면서 “인프라가 시설 건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전원 공급이 없다면 (데이터센터) 시설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했다. 즉, 데이터 센터 건설이 날로 늘어난다고 해도 전력난 등으로 AI칩 소비가 전처럼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중인 대형 데이터센터.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중인 대형 데이터센터. (사진=로이터통신)

주식 시장 투자자들에게 현재의 인프라 열풍은 2008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데이터 센터는 날로 빚을 내서 건설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 이런 데이터센터 붐이 1999년과 2008년,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경제 위기)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CBRE는 “과거 있었던 산업 경제적 버블의 주요 요소들을 하나로 합친 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력난이 문제다. 다시 말해 GPU 가동 중단을 야기하는 현재의 전력 부족으로 인해 AI 데이터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외딴 지역에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자체 발전소를 짓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AI 개발 단계에서 효율적인 훈련으로 필요한 칩 수가 갈수록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가 심화되면 자체 발전소 등에 쏟은 돈이 의미가 없어진다. 컴퓨팅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긱와이어’는 이에 대해 “지금은 부족하던 것이 나중에는 ‘과잉’이라고 인식되는 것이 바로 ‘거품’이 형성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곧 GPU 등 AI칩의 가까운 미래와 맞닿는 얘기다. 물론 아직은 그런 ‘과잉’ 상황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앞서 CBRE는 “전례로 보아 데이터센터 ‘붐’을 이끈 신용 ​​수단(융자와 투자, 부채 등)이 문제가 생기기까지 4~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5년간 호황을 누린 후 결국 GPU 시장이 침체되고, ‘AI버블’이 꺼진다는 뜻이다.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건설 계획이 발표된 데이터센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 등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고,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건설은 날로 더 어려워지고 비용은 더 많이 들고 있다.

JP모건은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중단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과연 데이터센터 시장이 어떤 모습일지가 관심사란 얘기다.

데이터센터가 순조롭게 건설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JP모건은 “AI 투자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연간 10%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AI 제품이 매년 6,500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세계의 데이터센터는 미국과 중국,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호주, 캐나다 등에 밀집되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 중 미국은 무려 4,189개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며 2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381개에 불과하다. 1, 2위의 격차가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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