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 개의 로봇보단, ‘로봇 군단’으로 복잡한 작업 수행
수많은 소규모 AI모델, 다수의 개인 컴퓨터에서 작동, “추론 뛰어나”
‘군집’과 ‘분산화’로 단일 대형 AI모델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

 소형 AI 모델의 '군집'을 의미하는 이미지. (출처=펙셀)
 소형 AI 모델의 '군집'을 의미하는 이미지. (출처=펙셀)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대형 AI모델보단, 여러 명의 개인용 컴퓨터들이 다수의 소규모 AI 모델들을 실행하는 방식이 더욱 추론에 효과적이란 주장이 눈길을 끈다. 마찬가지로 한 개의 로봇보단, 여러 개의 작은 로봇 군집(swarm)이 소기의 성과를 실현하는데엔 더욱 효과적임이 입증되고 있다.

이는 AI와 로봇 혁명이 발달할수록 이에 걸맞은 인프라 규모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자율 도구에 모두에 필요한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게 숙제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군집’ 방식이다.

그 때문에 주요 AI 빅테크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앙 집중식 데이터센터를 계속 구축하는데 반해, 또 다른 한켠에선 더욱 분산화된 접근 방식들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형 모델은 ‘추론 루프’ 갇혀, ‘소형 모델 무리’가 나아

이런 측면에서 최근의 일부 연구에선 AI에 ‘군집’ 접근 방식을 적용, 인상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은 개인용 컴퓨터에서 소규모 AI 모델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소규모 AI모델을 수많은 PC마다 한 개씩 작동시키는 방식은 기존 대형 모델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GPT-5나, 구글 제미니 2.5 Pro,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1, 딥시크의 R1보다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한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결과는 역시 ‘분산화’와 ‘군집’에 의한 시너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 때문이란 분석이다. ‘더 레지스터’는 이에 대해 “대규모 AI 모델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때 ‘추론 루프’에 빠질 수 있다”고 비교했다. 즉, 추론이 또 다른 추론을 낳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지연과 에너지 낭비, 오류를 도출한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소규모 모델은 이런 추론의 악순환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모델이 제시한 것들에 대해) 순위를 매길 수 있는 여러 답변을 제공한다. 이론적으로 이는 단일한 중앙 데이터 센터에서 처리하는 대신, 여러 장치에 컴퓨팅 작업을 분산함으로써 가능하다. 여기서도 ‘분산’(Defying) 효과가 작용한 셈이다.

그래서 “이는 마치 암호화폐가 거래 내역을 기록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여러 대의 컴퓨터에 컴퓨팅 작업을 분산하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란 비유다.

이같은 분산화와 군집에 의한 특수 모델을 만들고, ‘군집’에 속해서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암호화폐 기반의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로보월드 2024'에 출품된 업체의 로봇 제품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
 '로보월드 2024'에 출품된 업체의 로봇 제품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

로봇 무리, ‘군집’ 통신과 ‘집단 지성’ 발현

AI모델 뿐 아니다. 로봇 분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로봇이 일종의 ‘군집’ 형태의 통신을 통해 ‘집단 지성’으로 작동할 수 있는 사례를 연구한 내용이 최근 주목을 받았다.

연구진은 이런 (군집과 분산) 모델이 “산불 감시와 같은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산불 감시에서는 수많은 드론 무리가 화재와 ‘불씨’를 식별하는 임무를 해낸다. 이때 드론 하나가 고장 나면, 다른 드론들이 이를 감지하고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또 다른 사례는 의료 분야다. 의료 현장에서도 인체 내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수술없이 막힘 제거 등의 작업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미세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후자의 사례는 이미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연구진은 작은 ‘자석 로봇’을 사용, 인공 혈관의 막힘을 제거하기 위해 체인 푸시 장치를 구성했다.

이같은 군집과 분산화된 AI모델들과 로봇들은 원리는 단순하지만, 함께 작동하면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이동, 음향 전파, 타인의 대화 포착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무리’가 서로 연결하면서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는 사례는 이미 실험 단계는 벗어났다.

이는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란 지적이다. 즉 “여러 개의 머리가 하나보다 낫다”는 자명한 진리를 AI와 로봇에도 적용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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