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 RTX PRO 6000 블랙웰 26만 장 확보로 AI 인프라 강화
현실 밀착형 ‘피지컬 AI’ 구현…로봇·디지털 트윈 산업 적용 속도 높인다
삼성·SK·현대·네이버 등, GPU 기반 산업 맞춤형 AI 프로젝트 본격 추진

3일 진행된 SK AI 서밋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애플경제)
3일 진행된 SK AI 서밋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애플경제)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엔비디아가 이번 APEC 기간을 계기로 국내 정부와 주요 기업에 대규모 GPU 26만 장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통령실은 이 장비를 기반으로 AI 컴퓨팅 인프라를 강화하고, 지역별 AI 클러스터와 GPU 자원 공유 플랫폼 구축 등 국가 전략과 연계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네이버는 피지컬 AI 역량 강화를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와 민간 기업 간에도 관련 MOU가 체결돼, AI 기반 로봇 제어와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등 산업 현장 적용 사례를 빠르게 늘리겠다는 전략이 포함됐다.

AI 모델이 점점 더 크고 복잡해지면서 GPU 확보는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확보한 연산 자원은 학습 속도와 모델 완성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서비스 상용화 속도에도 큰 차이를 만든다. 전문가들은 “GPU는 계산 장치를 넘어 AI를 실제 환경에 연결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이번 확보로 국내 AI 기술의 속도와 현장 적용 가능성이 동시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웰 GPU, 짧은 시간에 강력한 AI 구현 가능

이번에 공급되는 ‘블랙웰(Blackwell)’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 세대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엔비디아는 이전에도 M, P, A, H 시리즈(Hopper) 등 GPU 세대를 출시하며 성능과 기능을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왔다. 블랙웰은 H 시리즈 다음 세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수석은 “GPU도 자동차처럼 세대가 있으며, 블랙웰 세대에서는 연산 성능이 기존 대비 최대 20배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를 통해 훨씬 더 강력한 AI를 짧은 시간에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웰은 산업용 AI, 에이전틱 AI, 고성능 그래픽, 과학 연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며, 현실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피지컬 AI 구현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RTX PRO 6000 블랙웰은 GDDR7 메모리를 탑재해 실시간 시뮬레이션과 그래픽 처리에 최적화됐다. 기존 HBM 메모리가 대규모 학습용 AI 서버에 적합하지만 비용과 전력 소모가 큰 반면, GDDR7은 산업 현장에서 AI가 설비를 감지하고 로봇 팔을 움직이는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학습 효율 또한 호퍼 대비 최대 두 배 향상되어,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적합하다.

엔비디아가 국내 정부와 주요 기업에 대규모 GPU 26만 장을 공급한다고 밝혔다.(사진:한국 대통령실)

국내 기업, GPU 확보로 산업 맞춤형 AI 본격화

국내 주요 기업들은 확보한 GPU를 활용해 현장 밀착형 AI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설계·공정·운영·품질 관리 전 과정에 AI를 적용한다. 향후 5만 장 이상의 GPU를 도입해 AI 연구와 실무 환경을 확장하고, HBM3E·HBM4 등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망도 늘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역량 강화를 위해 5만 장 규모 GPU 인프라를 구축한다. AI 기반 로봇 제어와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등 산업 현장 적용 사례를 빠르게 확대하는 전략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존 하이퍼클로바X 후속 모델의 학습 규모를 키우고, 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를 확장한다.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기술을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아이작 심 플랫폼과 결합해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연결하는 피지컬 AI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제조·의료·디자인 등 산업 맞춤형 AI 모델을 학습하며, 확보한 GPU로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시뮬레이션 효율을 높인다. 에너지 효율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산업별 AI 솔루션도 확장할 계획이다.

SK그룹은 2천여 장의 GPU를 기반으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운영되며, SK텔레콤이 관리하는 클라우드는 국내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에도 개방된다. 이를 통해 제조 공정 시뮬레이션, 설비 수율 개선, 유지보수 효율화 등 현장 적용형 AI 환경을 제공한다.

대통령실 하정우 수석은 “AI 학습 인프라 확보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며 “민간의 GPU 확보 노력이 정부의 초거대 AI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블랙웰 기반 학습 인프라를 갖추면서, 글로벌 초거대 모델 경쟁 속에서 한국 AI 기술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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