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갑, 시장 열풍 속 보유액 ‘1,375억 달러 돌파’ 확인
온체인 분석 플랫폼들 추적, 금액만으로 보면 ‘세계 최고 부자’
‘창조’ 후 잠적, 천문학적 자산 거래 흔적 없어 ‘잠자는 富’로 보전
“덕분에 BTC 희소가치 창출, 분산·신뢰의 블록체인 생태계 유지”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지난 주 비트코인이 12만 5천 달러를 돌파하며 폭등세를 보인 가운데, 블록체인 생태계 깊숙한 곳에서 충격적인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 사람, 그것도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익명의 존재 ‘사토시 나카모토’의 어마어마한 개인 재산이다. 블록체인 지갑과 거래 내역 추적에 의하면 사토시 나카모토의 재산은 현재 1,37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5년 넘게 잠자고 있던 여러 지갑에 보관된 이 엄청난 금액은 ‘비트코인 창시자’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임을 확인하게 한다. 하지만 이 재산은 ‘기계 속 유령’으로만 존재한다. 즉 “자신이 만든 세상에 대한 엄청난 애착을 갖고 있는 조용하고 강력한 유령‘이란게 온체인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인 ’아캄 인텔리전스‘의 표현이다.
지갑주소와 거래 내역 추적·분석 “오랜 잠적”
익명의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런 천문학적 자산에 대한 추정은 ‘아캄 인텔리전시’나 ‘크립토 퀀트’ 등 블록체인 업계의 심층적 온체인 분석에서 밝혀졌다. 이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들은 블록체인 상의 모든 지갑 주소와 거래 내역을 추적·분석함으로써 베일 속 ‘사토시 나카모토’의 ‘지갑’속을 사상 처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호사가와 애널리스트들은 나카모토와 관련된 초기 비트코인 주소와 연결된 약 22,000개의 지갑을 확인했다. 이는 모두 약 11억 BTC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9년과 이듬해까지 비트코인 등장 초기에는 거의 모든 채굴을 통제하는 단일 그룹이 존재했어야 했다. 그 활동 패턴이 매우 일관적이어서 사토시 ‘본인’만이 체계적으로 자신의 창작물(비트코인)에 ‘생명’을 불어넣었을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그 결과 처음 채굴된 모든 코인은 초기 지갑에 그대로 남아 있게되었다.
단순히 부의 규모뿐만 아니라 철저히 ‘잠복해 있다는 점에서 이런 추측은 설득력을 갖는다. 프로젝트 초기 개발을 이끌며 온라인 포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토시 나카모토는 2010년 12월에 마지막으로 알려진 공개 메시지를 보낸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날 이후로 단 하나의 코인도 이체, 이동, 판매되지 않았다. 그 막대한 공급량에서 다른 주소로 전송된 적도 없다. 그 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비트코인은 가시성이 제한적인 ’사이퍼펑크‘ 실험에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세계적인 자산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초창기 개발자의 ’상금‘(보상)은 사용되지 않고, 전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는 안전하면서도, 전달되지 않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채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액의 디지털 자산이다.
잠적의 원인 “키 분실? 아니면 의도된 플랜?”
사토시의 잠적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두 가지 주요 가능성을 추측하게 했다.
첫 번째이자 가장 간단한 설명은 개인 키, 즉 해당 지갑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암호화 비밀번호가 분실되었거나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110만 개의 비트코인은 사실상 영원히 사라진 셈이다. 즉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잃어버린 보물이라고 할 t 수 있다.
두 번째로, 더 흥미로운 이론은 사토시의 ’침묵‘이 의도적인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나카모토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진정한 탈중앙화를 유지하기 위해 ’유령 행세‘를 했다고 주장한다. 사토시는 자신의 재산을 포기함으로써 어떤 개인도 네트워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고, 리더도 없고 신뢰도 없는 금융 시스템의 원칙을 유지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사토시의 휴면 코인은 분실되었든 의도적으로 봉쇄되었든 비트코인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이는 수동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110만 BTC라는 이 막대한 공급량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구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바람에 이는 사실상 남은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높임으로써 BTC의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언젠가는 움직일수도…” 불안감도
하지만 이는 불안하고 은밀한 잡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코인들이 언젠가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저 이론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렴에도 불구하고, 그런 희박하지만 가능성있는 가설은 언제든 시장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재앙적 ‘변고’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애기다. 그런 움직임의 낌새만 있어도 비트코인 생태계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금전적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신비로운 ‘비트코인 창시자’의 잠재적 귀환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토시가 (거래에) 손대지 않고 잠적하면서 ‘잠자는 부’가 된 자산은 블록체인 시장의 강력한 아이콘이 되었다. 한편으론 (분산과 신뢰, 자율이라는) 비트코인의 원래 목적과 취지를 가능하게 했다는 찬사도 이어진다.
즉 중앙집권화된 통제의 세계에서 사라진 ‘사토시’와 ‘잠자게 된 부’는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채, 모두가 소유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확고히 했다. 창조자(사토시)는 소유권에서 분리되어 네트워크가 제멋대로 작동하도록 내버려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엄청난 규모로 잠자고 있는 ‘암묵적인 부’는 (분산과 투명성, 신뢰를 가능하게 한) 사토시의 성공에 대한 궁극적인 증거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