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A 고밀도 ‘팬서 레이크 CPU’ 양산, “4분기 본격 출시” 등
경쟁사 AMD를 ‘고객’으로? ‘18A EPYC CPU 위탁 생산 추진
트럼프 지분 확보,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투자 힘입어 ‘활로 모색’

인텔의 실리콘 웨이퍼 이미지. 인텔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분 참여에 힘입어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인텔)
인텔의 실리콘 웨이퍼 이미지. 인텔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분 참여에 힘입어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인텔)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인텔이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사 지분을 획득하고,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면서 인텔은 새삼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다. 엔비디아, AMD, ARM은 물론 신흥 기업인 브로드컴 등에도 밀릴 정도로 힘을 못쓰던 인텔이 금년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텔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서 18A(옹스트롬) 공정이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4분기부터 자사의 ‘팬서 레이크 CPU’ 초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주엔 유력한 경쟁사인 AMD의 리사 수와 손잡고, 이 회사를 파운드리 고객으로 끌어 들이는 ‘적과의 동침’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펫 겔싱어의 꿈이었던 18A 본격 생산, 출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설적인 인텔의 전 CEO 펫 겔싱어의 꿈이기도 했던 18A 및 14A 노드에 강력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A는 100억분의 1미터일 정도 미세한 크기로서, 웨이퍼 트랜지스터의 밀도를 그 만큼 조밀하게 함으로써 ‘무어의 법칙’을 무색케 할 만큼 칩의 성능을 극대화한다는 원리다.

특히 최대 경쟁사인 AMD를 파운드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소문은 이제 사실에 가까운 얘기로 판단되고 있다. 이미 AMD와 파운드리 계약 체결 직전 단계로서 18A 및 14A 칩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앞서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행정부(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나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의 관심에 힘입어 인텔은 큰 동기 부여의 기회를 맞이 했다. 이에 여러 빅테크들도 (인텔의) 손을 잡을 궁리를 하고 있으며, 애플과 AMD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사매체 ‘세마포’(Semafor)에 따르면, 인텔은 AMD를 파운드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초기’ 협상에 돌입했다. “이는 양사가 18A 및 14A와 같은 공정에서 협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현재 (많은 자원을) 외부 도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텔(Intel)에겐 엄청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인텔 CEO 립부 탄(왼쪽)과 AMD CEO 리사 수. (이미지=Wccftech)
인텔 CEO 립부 탄(왼쪽)과 AMD CEO 리사 수. (이미지=Wccftech)

트럼프 ‘뒷배’에 엔비디아, 애플, AMD도 ‘신경’

AMD와 인텔의 잠재적인 거래에는 정치적, 사업적 영향이 모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 지분을 인수한 이후 인텔을 ‘세부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그나마 많지 않은 미국 칩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인텔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는 얘기다.

엔비디아, 애플, AMD와 같은 기업들로서도 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인텔과의 잠재적인 파트너십이 향후 미국 정부와의 거래(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미 제품 개발 단계에선 AMD는 과거에도 인텔과 협력한 적이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18년 카비레이크-G 라인업에서 인텔의 카비레이크 아키텍처에 자사의 ‘Radeon RX Vega GPU’ 칩렛을 도입한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전례가 있긴 하지만, 향후 양사 간의 파트너십의 향방을 아직 단정할 순 없다는 시각이다.

기술매체 ‘Wccftech’는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추측해 보면, AMD는 일부 CPU 생산을 인텔로 이전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고까지 내다봤다. 즉, AMD가 TSMC의 N2를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8A 노드의 (AMD) EPYC 베니스 CPU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의 인텔 관련 투자설은 18A 노드의 결과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수율이나, PPA(생산성 향상) 및 기타 요소에서 성공적으로 출시할 경우, 빅테크들이 TSMC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TSMC가 현재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인텔은 파운드리 부문의 대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도 따른다.

인텔이 곧 가동할 18A 공정의 팬터 레이크 CPU 이미지 (출처=인텔)
인텔이 곧 가동할 18A 공정의 팬터 레이크 CPU 이미지 (출처=인텔)

수 년 내 최대 매월 3만장 웨이퍼 생산 가능

한편 인텔은 오는 9일 최초의 18A 공정의 팬서 레이크 프로세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내 칩 제조 기술의 상당한 발전을 의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인텔은 애리조나 공장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 인텔은 3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2025년 말까지 월 최대 5,000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두 개의 신규 팹을 건설했다. 2026년 말까지는 월 최대 15,000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최대 30,000장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텔은 지난 몇 년 동안 삼성이나 TSMC 등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는 시장경쟁에서 밀려 18A 공정을 폐기할 가능성도 시사했지만, 이번에 극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 덕분에 풍부한 운영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의 칩 생산을 통제, 주도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인텔은 이제 미국 칩 산업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인텔은 본래 미국 최초로 2nm급 웨이퍼 생산을 미국에 도입한 기업이다. 그러나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18A 공정은 큰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자사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18A 공정을 “2011년 ‘FinFET’ 대량 생산 도입 이후 가장 중요한 트랜지스터 기술 발전”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공정에는 여러 가지 신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인텔은 “이러한 신기술만으로도 성능을 최대 15% 향상시키거나 전력 효율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또 모바일 성능과 배터리 수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인텔은 다음 주에 ‘Panther Lake CPU’의 초기 생산분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초의 ‘Panther Lake AI CPU’는 ‘Core Ultra 300’ 브랜드를 사용, 연말 이전에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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