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생산성 높이지만, 전사적 혹은 조직의 효율성은 미지수
제대로 된 ‘협업’ 이루지 못해, ‘투자수익률(ROI)도 기대 이하’
‘포춘’ 등 “전체 기업의 4%만이 AI로 ‘혁신’ 성공” 분석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AI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가 이어지는가 하면, 동시에 이를 견제하는 ‘AI무용론’이나 ‘AI과잉’을 경계하는 ‘AI유해론’ 등이 제기되곤 한다. 오픈AI와 엔비디아 간의 거액 투자계약을 비롯,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진흥을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 등이 지속된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MIT, 포춘 등 믿을만한 글로벌 소식통들을 통해 또 다시 “AI는 오히려 협업을 해침으로써 전체적인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거나, “전체 기업 운영이나 공정의 속도와 능률성을 저하시킨다”는 등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AI가 돈 벌어줄 것이란 ‘신화’ 무색케도
무엇보다 AI가 돈을 절약하거나 벌어줄 것이란 ‘신화’를 무색케하는 사례도 제시되고 있다. 즉 효율성 측면에서도 기대 이하라는 주장이다. AI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되, 이를 능가한다는 믿음마저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최근 MIT 연구에 의하면 기업들이 AI 통합(도입과 접목)으로 인해 운영 속도가 오히려 상당히 저하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효율성이 그처럼 저하되는 주요 원인은 AI를 사용하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AI로 빠르고 쉽게 작업을 한 후 다른 동료에게 후속작업을 위해 넘겨준 결과물의 품질이 문제다.
대부분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낸 결과물에 비해 AI가 완수한 것들은 조악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음 사람은 이를 수정하고 보완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
이처럼 AI에게 애초 기대되었던 이로운 점들이 이젠 실현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 효율성 문제를 보고한 MIT 연구에서도 기업들은 AI의 영향을 예상만큼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업들은 “AI 채택률은 높지만 혁신은 낮다”고 했다.
이와 관련된 통계는 이미 다른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 중엔 심지어 AI 프로젝트의 95%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결과도 있다. 이는 결국 AI에 전망에 대한 낙관론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기업들로선 AI 도입 여부를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연구에선 많은 기업들이 “AI는 재정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非실용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즉, AI 도입 후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AI 체인의 거의 모든 연결 고리가 손실을 보고 있다. 그 중엔 도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가격으로 다음 연결 고리에 판매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AI붕괴 기정사실화 “얼마나 심각할까?” 우려
당연히 이 모든 것이 AI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AI가 사회에 더 이상 통합되는 것을 반대하는 세계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위있는 해외 전문가들이나 주요 외신, 기술매체 중에선 “AI 붕괴가 일어날까?”가 아니라, “(붕괴될 경우) 얼마나 심각할까?”라고 묻는 뉘앙스의 기사와 인사이트를 내보내고 있다.
하긴 오픈AI의 대표 샘 앨트먼조차도 “AI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며, 단지 “거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라, (발생하더라도)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사건들은 그렇잖아도 AI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더욱 AI붐을 경계하게 만들고 있다”는 MIT의 분석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되었듯이, 특히 AI는 개인 생산성은 향상시키지만, 팀 생산성, 즉 능률적인 협업은 감퇴시킨다는 지적이다.
호주의 협업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아틀라시안(Atlassian) 설문조사에 따르면 AI는 개인의 생산성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협업 부족으로 인해 결국 높은 ROI(투자 수익률)를 기할 수 없다. 당초 기대했던 만큼 ‘돈’을 벌어주진 못한다는 얘기다.
오히려 AI는 개인별로 직원들의 업무를 자동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주지만, 전체 팀이나 부서 차원에선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점 역시 아틀라시안이 임원 1,000명과 지식 근로자 1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그에 따름녀 기업의 96%가 AI에 대한 투자 수익률(ROI)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37%는 AI가 직원들의 시간을 오히려 ‘낭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춘’이 조사한 500대 기업의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책임자들의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이들에 의하면 부서나 팀 운영 방식에 있어 (AI로 인한) 획기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는게 중론이다. 그저 기존 방식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단지 몇 가지 부가적인 기능만 추가되었을 뿐이란 평가가 많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많다. 특히 “AI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갈수록 크게 줄었고, AI를 ‘전략적 파트너’로 보는 사람의 비율은 다소 늘어나고 있다.
‘AI 가성비’와 ‘AI거품’에 대한 경계심 커져
AI가 전반적인 경영 개선에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이는 AI 기반의 개인 생산성에 대한 과도한 기대때문이란 지적이다. 이로 인한 과도한 홍보와 광고도 문제다. 즉, AI의 비용과 효율을 비교한 ‘가성비’가 생각보단 높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분석에 따르면 협업에 집중하지 않고, 개인 생산성만 강조할 경우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AI를 활용하여 더 빨리 작업을 완료할 수는 있지만, 작업자 자신이 지금 AI로 수행하는 일이 (부서나 전사 차원에서) 제대로 된 작업을 하고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보니 ‘포춘’이 분석한 500대 기업의 경우 “전체 4%의 기업만이 AI 덕분에 혁신적인 이점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AI 기술을 활용, 팀 간 협업을 개선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전사적으로 연결된 지식 기반”을 구축하고, AI가 전사적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일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현재의 ‘AI 투자 붐’을 여전히 과거의 ‘닷컴 버블’과 비교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터무니없이 급증하다보니, 기술 분야는 S&P 500 시가총액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AI의 ‘가성비’를 따져보지도 않고, 과도한 홍보와 약속, 그리고 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투자 붐도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보니 권위와 신뢰를 얻고 있는 매체들조차 현재 상황을 ‘거품’이라고 부르거나, 거품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 위험에 대해 경고할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