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은 여러 개의 자체 칩 ‘어센드’ 클러스터, ‘물량전’ 양상
수천 개의 칩을 초고속으로 연결, ‘엔비디아 추격’ 나서
‘3개년 계획’ 세웠지만, 수율 등 성능 개선은 요원

화웨이가 '화웨이 커넥트 2025'에서 자사의 '어센드' 칩의 클러스터인 '슈퍼팟'을 공개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가 '화웨이 커넥트 2025'에서 자사의 '어센드' 칩의 클러스터인 '슈퍼팟'을 공개했다. (출처=화웨이)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 신제품 ‘베라 루빈’보다 자사의 ‘슈퍼팟’(SuperPod) 시스템이 무려 62배나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주장을 완전히 신뢰하긴 어렵다고 해도, 이는 분명 화웨이 중국 칩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앞서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AI 칩에 도전하기 위한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즉, “3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깔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클러스터와 날로 빠른 연결 속도에 투자,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웨이는 이번에 자사가 새롭게 구축한 ‘슈퍼팟’ 시스템이 수만 개의 어센드(Ascend) 프로세서를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엔비디아의 그 어떤 차세대 제품보다 62배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화웨이의 이런 ‘작품’은 ‘연례 커넥트(Connect) 컨퍼런스’에서 공개되었다. 해당 로드맵에서 경영진은 엔비디아의 AI 하드웨어 지배력을 앞지르기 위해 향후 출시될 칩 모델과 인프라 설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에릭 쉬(Eric Xu) 순환 회장은 “하나의 슈퍼팟에 최대 15,488개의 어센드 프로세서를 통합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통합 버스(UnifiedBus) 프로토콜에 의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또 “이러한 클러스터가 전례 없는 속도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과연 화웨이의 칩이 엔디비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웨이는 일단 어센드 제품군의 연간 일정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은 Ascend 910C 칩과 Atlas 900A3 슈퍼팟(2025년 출시 예정)으로 시작하며, 최대 384개의 프로세서를 연결할 수 있다. 화웨이는 2026년에 Ascend 950을 출시하고 클러스터를 8,192개의 칩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2027년까지 Ascend 960을 통해 칩 수치를 더욱 끌어올려 단일 시스템에 최대 15,488개의 유닛을 연결할 것으로 예상한니다. 각 단계마다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엔비디아와의 큰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일각에선 화웨이의 야심찬 계획의 한계를 곧장 지적하기도 했다.

영국 금융기업 번스타인의 칭위안 린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로드맵이 중국 국내 공급망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보여주지만, 화웨이가 여전히 엔비디아보다 훨씬 뒤처져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미 지난해 화웨이의 5nm 공정 기반 Ascend 910D의 경우 수율 저하로 출시가 무산되었다. 그 후, 화웨이의 새로운 칩이 “과연 계획대로 출시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첨단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장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엔비디아를 추격하려는 대장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성능 격차 또한 여전히 극명하다. 심지어 번스타인은 “차세대 Ascend 950 하나가 엔비디아의 차기 VR200 슈퍼칩 컴퓨팅 성능의 약 6%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차이는 화웨이가 핵심적인 성능 경쟁보다는 대량의 칩을 클러스터링하며 ‘물량전’에 집중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편 엔비디아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새로운 GPU인 ‘루빈’ CPX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이 플랫폼은 대규모 코딩이나 비디오 생성과 같은 대규모 컨텍스트 AI 작업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었다.

동시에 엔비디아는 오픈AI와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의향서(LOI)를 체결, 향후 AI데이터센터에 최소 10기가와트의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계약은 세계 최고의 AI 기업 중 하나인 오픈AI에 수백만 개의 GPU를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로선 감히 꿈도 꾸기 힘든 사실이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이런 도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엔비디아의 RTX Pro 6000D 칩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미국 공급업체를 배제하고 국내 업체들을 육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화웨이는 이미 그런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다. 저장대학교와 협력, 어센트 프로세스로 딥시크-R1-Safe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중국측은 이에 “엔비디아가 한때 독점하던 분야에서 중국산 칩이 진출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은 화웨이 뿐 아니다. AMD, 퀄컴, ARM 등 유수한 기업들도 추격전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 역시 아직은 그런 추격 대열의 맨끝에서 엔비디아를 멀찍이 쫓아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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