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3사, 기업 메시징 기회 확대 기대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아이폰에서 드디어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를 쓸 수 있게 됐다. 애플이 iOS 26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열면서 통신사와 이용자 모두가 기다려온 운영체제 장벽 해소가 현실이 됐다. 이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사이에서 고화질 사진, 그룹 채팅, 읽음 확인 같은 기능을 똑같이 쓸 수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잃었던 문자 메시지 주도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아이폰에도 열린 RCS, 기업 메시징 시장에 변화 예고
RCS는 기존 문자 메시지를 대체할 차세대 표준으로 불린다. 그동안 안드로이드폰에서만 제공되던 이 기능이 이번 iOS 26 업데이트 이후 아이폰 11 시리즈부터 적용됐다. 아이폰 사용자도 이제 안드로이드 단말과 최대 100명이 참여하는 그룹 채팅을 할 수 있고, 메시지를 누가 읽었는지 확인하거나 상대방이 입력 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모티콘과 답장 기능도 지원해 일반 문자보다 훨씬 풍부한 대화가 가능하다.
MMS의 용량 제한을 넘어선 점도 주목된다. 기존에는 1MB 안에서 사진을 주고받아야 했지만 RCS는 5MB 이하의 사진이나 영상을 전송할 수 있다. 통신사들은 이 구간에서 데이터 요금을 받지 않아 이용자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아이폰 RCS 지원은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 메시징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RCS는 ‘브랜드 프로필’ 기능을 제공한다. 발신자가 등록된 기업이라면 메시지를 받을 때 로고와 브랜드명, 연락처까지 표시된다. 이용자는 출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카드 사용 내역이나 인증 코드처럼 중요한 정보도 신뢰하고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이 비즈니스 메시징 시장을 장악해온 상황에서 통신사와 애플이 새로운 대안을 내놓은 셈이다. 카드사, 은행, 쇼핑 플랫폼 등 대량 메시지를 보내는 기업들은 보안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로 RCS를 주목하고 있다.
통신 3사 “메시징 주도권 회복 기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애플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변화가 고객 경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사 관계자는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고객이 같은 품질의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기업 메시징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이폰 RCS 지원이 통신사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스마트폰 초기까지만 해도 문자메시지는 통신사의 핵심 수익원이었지만, 카카오톡, 라인, 왓츠앱 같은 메신저 앱이 급성장하면서 SMS와 MMS는 밀려났다. RCS는 이런 흐름을 뒤집을 카드로 꼽힌다. 특히 애플까지 참여하면서 글로벌 표준 지위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애플은 오랫동안 iMessage라는 독자 서비스를 고수해왔다. 아이폰끼리만 제공되는 폐쇄적 구조로 충성도를 높였지만, 다른 운영체제 사용자와의 호환 문제는 꾸준히 불만을 낳았다. 구글과 삼성 등은 RCS를 밀어붙였지만 애플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규제 기관이 폐쇄적인 생태계 정책을 문제 삼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용자 편의성 요구도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웠다.
결국 애플은 iOS 26부터 RCS를 수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글로벌 메시징 시장의 균형을 흔드는 계기로 보고 있다. 애플이 닫혀 있던 생태계를 일부 개방한 만큼, 메시징 서비스가 글로벌 단일 규격으로 모이는 흐름이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전문가들, 국내 시장 파급 효과 기대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메신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RCS가 당장 생활 습관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업 메시징 영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통신사가 애플과 함께 제공하는 RCS는 비즈니스 메시징에서 카카오톡 알림톡과 직접 경쟁할 수 있다. 통신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고, 브랜드 프로필을 통한 시각적 구분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데이터 비과금 정책 덕분에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 유통업계, 공공기관 등 대량 메시지를 발송하는 주체들이 점차 RCS 채널을 늘려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수익 구조도 일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변화로 메신저 플랫폼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카카오톡 같은 OTT 메신저가 여전히 강력하지만, 애플과 통신사가 손잡은 RCS는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시장을 나눠가질 수 있다. 앞으로 보안, 인증, 광고 등 부가 서비스 영역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애플과 구글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 메시징 규격이 자리 잡으면 왓츠앱(WhatsApp)이나 텔레그램 같은 글로벌 메신저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이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