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네이버가 보여준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무대
세계 바이오 서밋, 의료 AI의 새로운 역할 제시

AI가 물류 자동화와 환자 데이터 분석, 돌봄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히며 IT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AI가 물류 자동화와 환자 데이터 분석, 돌봄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히며 IT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AI가 병원 경계를 넘어 산업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의료진 보조에 머물던 기술이 물류 자동화와 환자 데이터 분석, 돌봄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히며 IT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7일 진행된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로봇과 데이터 기반의 진료 혁신을, 네이버는 AI 돌봄 플랫폼 케어콜을 소개하며 의료 AI가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드러냈다.

병원 안을 넘어선 AI, 삼성서울병원의 실험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장 빠르게 도입한 병원 가운데 하나다. 병원 물류의 75%를 로봇이 처리하고, 하루 1만 명 환자의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임상 의사결정에 활용한다.

차원철 디지털혁신센터장은 “의료진 부담을 줄이지 못한다면 AI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며 “환자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환자 경험도 AI 시스템의 중요한 입력값이다. 병원은 매주 1만 건 이상의 설문을 수집하고, 이 가운데 85%가 고령층 응답이다. 차 센터장은 “65세 이상 환자도 필요성을 느끼면 기술을 배우고 적응한다”며, 환자가 참여하는 구조가 AI 진료 확산의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AI의 확산은 진료 방식 자체를 흔들고 있다. 환자가 자가 진단 앱 결과를 들고 병원에 오는 사례가 늘면서 의료진은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AI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환자를 설득할 수 없다. 결국 의료 AI의 관건은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이다.

지난 17일 진행된 세계 바이오 서밋 모습,.(사진:애플경제)
지난 17일 진행된 세계 바이오 서밋 모습,.(사진:애플경제)

네이버, 돌봄과 생활 속으로 들어간 AI

네이버는 팬데믹 시기 방역 지원을 계기로 의료 분야에 진출했다. QR 체크인 시스템과 확진자 안내 전화를 운영하며 경험을 쌓은 뒤, 현재는 케어콜로 사업을 확장했다. 케어콜은 독거노인 안부 확인, 치매 관리, 복약 지도까지 아우르는 돌봄 서비스다. AI 상담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묻고 필요 시 보호자나 의료기관에 연결한다.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 소장은 “환자가 AI 진단 결과를 들고 병원에 오는 시대가 됐다”며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기준과 설명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행보는 병원 밖 일상 영역으로 의료 AI가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의료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보는 IT 기업들

IT 기업에게 의료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다. 환자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이 결합하는 플랫폼 시장이다. 환자의 진료 기록과 생활 패턴이 데이터로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의료 시장이 병원과 IT 기업이 함께 만드는 플랫폼으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 삼성은 병원 안에서 혁신을 밀어붙이고, 네이버는 돌봄으로 확장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다만 의료 IT의 성패는 신뢰에 달려 있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했지만, 설명 가능성과 책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확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서밋에서 공개된 삼성과 네이버의 사례는 의료 AI가 산업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신뢰라는 숙제가 남아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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