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이제 AI수익 창출할 때 되지않았나” 의구심과 독촉
실적 강박감에 MS와 결별, ‘영리기업’ 선택 오픈AI 대표적 사례
“AI 도입, 매출에 도움 안돼” 반응 다수, ‘AI버블’론 날로 커져
일부 석학 “AI는 J-커브의 초기, 즉 여전히 마이너스 구간”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언스플레시)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언스플레시)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AI가 장차 일확천금의 엄청난 수익을 안길 것으로 기대되며 여전히 그에 대한 ‘장밋빛’ 약속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만 해도 정부와 민간이 천문학적 ‘AI펀드’로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약속을 기필코 실현해야 한다는 압박감 또한 만만치 않다. 심지어 ‘AI버블’ 우려까지 나오는 현실이다보니 AI 낙관론자들마저 내심 초조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거창한 비전은 여전하다. 예를 들어 암을 치료하고, 기후 변화를 해결하고, 세상 사람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 그런 것들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를 과대광고나 지나친 과장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를 반박하려면 AI로 인한 가시적 열매와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

특히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AI업계는 그 때문에 AI에 막대한 자금과 인재,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그럴수록 “날로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쇄도하고 있다. 만의 하나, “AI가 애초 기대에 못미치고 약속을 크게 어기면, 이는 세계 금융 시장과, 정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여전하다. 그럴수록 AI업계는 더욱 AI 혁신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 유치, 인수·합병 등 수단 방업을 가리지 않는다.

오픈AI, MS와 결별 조건 MOU?

가장 극적인 사례는 오픈AI다. 창업 동지와의 결별도 마다하지 않고, 애초 창사이념과는 다른 ‘영리기업’으로 전환하며,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자들을 모색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주 창업을 후원하며 함께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랜 파트너십을 사실상 접었다. 대신에 영리 기업으로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내용의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조치는 양사 모두 최근 급변하는 기술산업의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한다. 특히 오픈AI로선 더욱 절박한 입장이다. 생성AI로 AI붐의 불씨를 지피긴했지만, ‘AI버블’론과 맞부딪히면서 조속히 AI로 인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앞서 소프트뱅크의 투자 약속도 생각만큼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오픈AI는 진작부터 영리기업으로 전환을 꾀했으나, 애초 ‘비영리’를 조건으로 MS와 체결한 계약이 문제였다. 이에 그 동안 MS와 오픈AI는 서로 밀고 당기는 갈등을 반복하며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이번에 ‘오픈AI의 이탈’을 허용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이는 구속력은 없지만, 오픈AI는 “최종 계약에서 (영리기업 전환) 계약 조건을 확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오픈AI와 MS의 행보는 그 바탕에 ‘실행 가능한 AI 비전’에 대한 불안과 신뢰가 교차한 결과다. 그 동안 업계 일각에선 “투자, 인프라, 그리고 시장 흐름을 보면 분명 (AI비전에 대한) 과대광고가 난무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엔 특히 메타의 억만달러 연봉 조건의 AI인재 스카웃 사건이 이런 논란에 또 다시 불을 질렀다. 메타를 계기로 빅테크들은 이에 숙련된 AI 연구자들에게 ‘9자리 수’(억대 달러)의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는게 하나의 관행이 되다시피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AI, 전기와 냉각용수 등 에너지 과다 소비도 문제

그렇다보니 ‘AI버블’론자들은 에너지난을 문제삼거나,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AI무용론’을 주창하기도 한다. 실제로 AI기술이 (추론과 학습 등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고 있다. 권위있는 리서치 기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AI를 가동하는데만 전체 가구의 22%에 해당하는 전기를 소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또 시스템 냉각을 위해 담수를 ​​사용하다보니, 물 사용량도 엄청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챗GPT에서 100단어짜리 이메일 한 통을 작성하는 데 최대 16.9온스(약 570ml) 생수병 3개의 물이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분기에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소비자 지출보다 GDP 성장률을 더 크게 끌어올릴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 기업과 투자자들이 AI에 열광하는 것과는 반대로 실제 AI의 활용이나 효과는 그보더 더딘 형편이다.

3월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약 71%의 기업이 생성AI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80% 이상)은 “수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오히려 AI가 인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해 인력을 감축했던 일부 기업들이 다시 재고용을 하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이유로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지출을 줄일 경우, 엔비디아는 매출의 40%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사실상 전세계 생성AI 개발에 필수인 AI반도체와 칩(GPU)을 90% 이상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붐’이 무너진다는 것은 엔비디아에게 존망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식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현재 S&P 500 지수의 7%, 세계 주식 시장의 3%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엔비디아가 쇠락하고, 주가가 폭락할 경우 세계 주식시장에 끼칠 여파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여전히 힘을 지닌 ‘AI낙관론’과 장밋빛 전망

물론 이런 비관론보다는 AI낙관론이 아직은 힘을 발휘하고 있는 추세다. 핀테크 기업인 ‘아펙스 핀테크 솔루션’은 ‘더 어틀랜틱’에 “주식 시장은 AI에 대한 기대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AI에 대해 낙관적인 CEO와 기술 전문가들은 여전히 AI가 막대한 투자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AI붐을 주도하고 있는 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강력한 확신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늘 X에 “(AI 덕분에) 기본 소득만이 아니라 보편적 고소득이 실현될 것”이라거나, “모든 사람이 최고의 의료 서비스, 식품, 주택, 교통 등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이기도 한다. “AI로 인해 지속 가능한 풍요로움이 실현될 것”이라는게 그의 변치않는 믿음이다.

오픈AI 출신이자 앤스로픽을 창업한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결국 ‘대부분의 암’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시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AI생태계를 보면, 시장은 점점 더 소수의 빅테크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성장을 위해 서로의 AI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관련 대형주 7개가 S&P 500 시가총액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공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 엔비디아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올해 AI 관련 투자로 총 4,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들 빅테크들은 실제로 AI 투자를 통해 얼마 전부터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대표적으로 오라클은 최근 AI가 창출한 수익 덕분에 폭발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면서 “직원 채용은 이미 둔화되었으며, 회사측은 오로지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 국제인공지능대전'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애플경제)
'2025 국제인공지능대전'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출처=애플경제)

“기업들 AI기술 파악하면 도입 늘 것”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에릭 브리뇰프슨은 ‘엑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초기 단계일 뿐”이라며 “AI는 J-커브의 초기, 즉 여전히 마이너스 구간에 있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블록체인 혁명> 등 다수의 저서로 잘 알려진 브니뇰프슨 교수는 “오랜 (아날로그) 관행에 얽매인 기업들은 이 기술을 도입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단 기술을 파악하면 도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AI가 제시한 비전과 약속은 너무나도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그 성패는 수조 달러의 투자비용, 엄청난 에너지 사용량, 시장의 운명과도 직결되고 있다. 그럴수록 “반드시 AI로 인한 수익을 한껏 올려야한다”는 압박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오픈AI가 2년 여 간 줄기차게 영리법인을 추구, 일론 머스크와 법정 소송까지 벌인데 이어, MS와의 갈등 국면을 어렵사리 돌파하고 있는 것도 그런 투자자들의 압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 MS와의 파트너십이 해제되면, 오픈AI는 내친김에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미국 전역에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AI유토피아’를 성취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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