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비트코인 ​​보유자, 40억 달러 ETH 거래 후 추가 매도
초창기 투자자들인 ‘고래’들, 휴면 상태 벗어나 ‘활성화’
상당량 보유하면서 여러 지갑 체계적 청산, ‘전략적 포트폴리오’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펙셀)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펙셀)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비트코인이 등장한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새삼 눈길이 쏠리는 대목이 있다. 초창기에 비트코인에 투자, 몇 년 혹은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의 자산가치가 엄청날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한 대규모 초창기 투자자(속칭 ‘대왕 고래’)가 대량으로 매도, 엄청난 현금자산을 챙기면서 시장이 요동치기까지 했다.

BTC 11만 6천달러 저항선 가늠질

14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8년 간 비트코인을 ​​보유해온 투자자(대왕 고래)가 BTC로 40억 달러 규모 ETH를 매입한 후 다시 1억 3,600만 달러를 추가 매도했다. ‘고래’는 비트코인 현 시세인 11만 6천 달러의 저항선을 가늠질하면서, 파생상품 플랫폼인 하이퍼 리퀴드에 1,176개의 BTC를 예치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거래가 오간 것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중앙화 거래소(CEX)와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장점을 결합한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이다. 해당 투자자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비트코인-이더리움 로테이션(거래) 중 하나를 실행한 것이다. 자신이 보유한 무려 35,991개의 BTC(40억 4천만 달러 상당)로 886,371개의 ETH(40억 7천만 달러 상당)를 매입한 것이다.

비트코인 미디어업체인 ‘BTC Inc’는 이에 대해 “이달 초 두 명의 ‘대형 고래’가 (대량으로 매도하는 바람에) 암호화폐 가격이 15만 달러까지 치솟지 못하게 막은 셈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다시 그와 같은 대규모 매도세가 이뤄진 것이다. 둘 중 한 ‘고래’는 이제 시장에서 나갔고, 다른 ‘고래’는 청산 절차가 절반 정도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휴면 상태였던 여러 비트코인 ​​주소가 최근 다시 활성화(거래 조짐))되면서 매도 압력이 날로 커졌다. 이는 비트코인이 이전 최고가 이상의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는게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고래’ 활성화로 BTC 상승 모멘텀 약화

이번에도 해당 투자자의 ETH-BTC 차익거래 포지션은 현재 포지션을 되돌릴 경우 약 460 BTC, 5,300만 달러 상당의 손실에 직면해 있다. ETH/BTC 비율은 2024년 7월 이후 0.05 미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7월 이후 155% 상승하고 사상 최고가인 4,957달러를 경신했지만, 이 비율은 2017년 0.14로 정점을 찍었고 현재 0.0401~0.0403 수준이다.

이처럼 베일에 가려졌던 대형 고래들이 최근 기지개를 펴면서 전략적 포트폴리오 로테이션을 실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인게코는 이에 대해 “비트코인 원조(OG)들의 매도 전략은 상당한 보유량을 유지하면서 여러 지갑에 걸쳐 체계적인 청산을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룩온체인’(Lookonchain)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에 매도에 나선 ‘고래’는 최근 1억 3,600만 달러를 예치한 후에도 4개의 별도 주소에 분산된 54억 3,000만 달러 상당의 49,634 BTC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고래’들도 역시 정교하고 노련한 시장 타이밍을 보여주었다. 한 보유자는 27억 달러 상당의 24,000 BTC를 공동 거래로 매도, 비트코인 ​​가격을 몇 시간 만에 11만 5,000달러에서 11만 1,000달러로 끌어내렸다.

BTC 시세표. (출처=코인마켓캡)
BTC 시세표. (출처=코인마켓캡)

이번 갑작스러운 청산은 주말 거래 중에 발생했다. 이는 거래량이 적어 대규모 거래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얼리어댑터(원조)는 지난 8월에 400 BTC(약 4,550만 달러 상당)를 4개의 지갑에 걸쳐 3배 및 10배 레버리지를 사용, 레버리지 이더리움 포지션으로 회전시켰다.

당시 해당 원조 투자자는 모두 68,130 ETH(약 2억 9,500만 달러 상당)의 롱 포지션을 개시, 현물 시장 스왑을 실행한 후 이더리움 메인넷으로 자금을 다시 회전시켰다.

이번엔 9월 들어 한 달 동안 휴면 지갑 활성화가 가속화되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비활성화되었던 주소들이 되살아나, ‘크라켄’을 포함한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이체한 것이다. 그 중 445 BTC를 보유한 한 지갑은 거의 13년 만에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480 BTC를 보유한 또 다른 다른 지갑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자금을 이체했다.

이 즈음 데이비드 베일리의 ‘고래 소거’ 이론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는 특정 가격 수준에서 한 지갑은 8만 비트코인, 다른 지갑은 12만 비트코인으로 공동 매도를 하는 것을 시사한다.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달 들어 첫 번째 고래는 대규모 청산을 완료한 반면, 두 번째 고래는 상당한 포지션을 알트코인으로 회전시키고 있다.

기술적 분석, “더 심각한 조정 위험‘ 시사

비트코인은 여러 시간대에 걸쳐 이같은 ‘고래’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심회되고 있던 약세 모멘텀 지표와 맞물리면서 기술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50일 지수 이동 평균선인 113,465가 현재 저항선 역할을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MACD(이동평균 수렴·발산 지수, Moving Average Convergence Divergence) 신호는 하락세로 전환되어 약세 크로스 오버가 이같은 하락세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MACD는 장단기 이동평균선의 차이를 이용해 주가 추세의 강도, 방향, 지속성, 전환 시점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기술적 분석 지표다

실제로 9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6월 이후 처음으로 1주간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8월에는 1억 2,664만 달러의 순매수세가 발생했다. 이는 7월의 60억 달러 유입에 비해 감소한 수치였다.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펙셀)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펙셀)

이번 9월의 역전세는 이더리움 상품으로의 모멘텀 전환 탓이다. 그 결과 6주 연속 이어진 기관 투자자들의 꾸준한 매수 행진을 마감했다. 이더리움 ETF는 비트코인 ​​펀드를 크게 앞지르며 8월에 약 40억 달러의 자금 유입을 기록한 반면, 비트코인 ​​상품은 6억 2,25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본래 9월은 과거에서부터 비트코인이 가장 부진한 달로 기록되고 있다. 강세장 기간 동안 평균 3.77%의 손실을 기록하며,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Rektember(레크템버)’라는 별명을 얻었다. 앞서 비트코인은 8월 10만 9천 달러로 마감하며, 월초에 12만 4천 달러를 상회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월간 6%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주 11만 1천 달러에서 11만 5천 달러 이상으로 상승한 비트코인은 현재까지 11만 6천 달러의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했다. 이를 초래한 ‘고래’들의 매수세는 시장 심리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BTC, 10만8천~11만2천달러 ‘안정 유지’

또다른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8,000달러와 112,000달러 사이에서 정확하게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매수자들은 7월의 급격한 상승으로 생긴 틈을 메우면서 주요 지지 구역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더 심각한 조정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특히 9월은 비트코인의 역사적으로 순환적 저점을 기록하곤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이런 상황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청산이 이어지고,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축적은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모두 190개 기관에 걸쳐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실제로 이달 초 ‘크립토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기관들은 매일 1,755개의 비트코인(1억 9,520만 달러 상당)을 매수, 지난 20개월 동안만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 3,000억 달러 이상 늘어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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