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영상, 틱톡, 인스타, X, 페북, 스레즈, 블루스카이에 공개
“소셜미디어 사회적 책임 방기” 비판, “민주주의 위협 폭력 조장” 우려
메타 ‘콘텐츠 규제 지침 모호’, “영상 일일이 삭제·경고 불가” 지적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이념 지형을 떠나 미국의 정치 인플루언서 찰리 커크의 총격 피살은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그가 단상에서 피살되는 순간을 생중계하다시피 한 영상이 여과없이 주요 소셜미디어에 나돌고 있어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념 진영에 따라 극우 선동가로 알려진 그에 대한 호감과 혐오의 감정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큰 위협”이란 비판과 우려가 높다.
그런 가운데 총격 사건의 실시간 영상이 틱톡, 인스타그램, X, 페이스북, 스레즈, 블루스카이 등에 널리 퍼졌다. 그것도 사건 발생 몇 분 만에, 아마도 무대 바로 곁의 몇몇 사람들이 찍은 듯한 충격적인 영상들이 공개된 것이다.
실제로 일부 외신보도처럼 국내에서도 많은 사용자들은 X 등에서 유사한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영상 대부분에 대해 어떤 유해 표시나 제재, 경고가 없었다. 많은 영상들은 시청자의 동의를 구하기 전에 자동 재생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X 플랫폼에서는 AI가 생성한 ‘사건 요약 영상’에서 “커크가 총격에서 살아남았다”는 허위 사실이 올라왔다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목에 총격, 피흘리는 순간, 생생하게 보여줘
문제의 영상은 충격적이다. 영상에서 커크는 단상에 앉아 행사 장소인 유타대학교 학생들과 관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영상에서 커크는 총에 맞은 후 갑자기 움찔하며 목 왼쪽에서 피가 쏟아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은 그가 살해당하기 전과 총에 맞는 순간, 그리고 피살된 후의 순간들이 스마트폰에 촬영되어 소셜 미디어에 빠르게 공유되었다.
이런 영상에 대해 대부분 해당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자체 콘텐츠 관리 규칙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람이 총에 맞는 순간”의 참혹한 피살 장면이 생생하게 노출되었다. 현재도 이들 소셜미디어에 ‘찰리 커크’로 검색하면 아직도 그런 끔찍한 장면이 일부 남아있다.
일부 영상은 피드에 자연스럽게 나타나거나 앱을 처음 열었을 때 나타났다. 이들 영상은 ‘찰리 커크’ 또는 ‘찰리 커크가 총에 맞다’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이 다시 문제가 되면서, X에서는 뒤늦게 일부 사용자들에게 “총격 영상을 실수로 보지 않도록 자동 재생 기능을 꺼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세계적으로 정치적 긴장과 폭력이 고조되는 시기에 주요 소셜 플랫폼들이 이처럼 무분별하게 콘텐츠 관리 규칙을 무시한 영상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하긴 커크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영상은 이들 소셜미디어로선 희대의 조회수를 올릴 만한 ‘히트 영상’이 된 셈이다. 그렇다보니 자체적으로 허용되는 ‘노골적인 콘텐츠’의 수위와, 플랫폼 규정을 위반해 금지된 ‘미화된 폭력’의 범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에 대해 ‘포인터 연구소’는 와이어드에 “이런 영상 중 일부가 아직도 게시되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탄탄한 신뢰와 안전을 보장할 프로그램이 없다면 이 모든 끔찍한 영상을 일일이 삭제하거나 경고를 하는 것은 (소설미디어로서도)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X,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등 글로벌 소셜 플랫폼들은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점차 콘텐츠 규제를 축소해왔다. 어떤 경우는 아예 유해 콘텐츠를 식별, 관리하며 사용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던 ‘인간’ 관리자의 업무를 없애기도 했다. 대신에 AI 도구를 사용, 잠재적으로 유해한 비디오 콘텐츠를 발견하고 분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AI도구가 인간 만큼 구체적이고 효과적인지는 아직 검증된 바 없다.
문제의 영상은 틱톡의 경우 하룻밤 사이에 1,700만 뷰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영상은 커크가 무대에 앉아 있던 자리에서 불과 몇 줄 뒤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는 #charliekirk #rip #charliekirkdied #charliekirkincident #ripcharlie라는 해시태그가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되었다.
수천만회 조회수 올리는 희귀한 콘텐츠?
특히 앞서 ‘포인터 연구소’ 연구원이 공유한 또 다른 틱톡 영상은 커크의 목에 총알이 명중하는 ‘슬로우 모션 클로즈업’ 장면까지 담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게다가 해당 영상은 음모론적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영상을 업로드한 사용자는 으스스한 음악과 디지털 내레이션을 추가하며 “셔츠에 있는 검은 물체는 무엇이며, 총에 맞기 전에 왜 이렇게 움직였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이튿날 아침까지 해당 영상은 온라인에 남아 있었다. 무려 8시간 동안이나 게시되면서 9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다. 그중 많은 댓글은 ‘검은 물체’가 마이크였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조작’된 사건이란 얘기다.
인스타그램에서 ‘찰리 커크 총격 사건’을 검색하면 첫 번째 검색 결과로 해당 사건의 클로즈업 영상이 나타났다. 영상은 아무런 경고 없이 썸네일로 자동 재생된다.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1,530만 회였다.
커크 총격 사건 영상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영상은 플랫폼의 소셜 미디어 정책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틱톡의 이용 약관에는 “잔혹하고, 소름 끼치고, 불쾌하거나, 극도로 폭력적인 콘텐츠”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틱톡 대변인은 이에 성명을 통해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에 깊은 슬픔을 표하며, 그의 부인 에리카와 두 어린 자녀, 그리고 유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서둘러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끔찍한 폭력 행위는 우리 사회에 용납될 수 없다. 저희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준수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저희 규정을 위반하는 영상을 예상치 못하게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일부 소셜미디어에선 커크 사건의 영상에 대한 규제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메타의 경우 전반적으론 특정 콘텐츠에 연령 제한을 두고, 경고 라벨을 요구하며, 폭력을 묘사한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있다.
메타 대변인은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콘텐츠 규제 지침에 따라 커크 사건 영상에 ‘민감한 콘텐츠로 표시’라는 경고 라벨을 적용하고 있다”며 “18세 이상 사용자에게는 연령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메타의 콘텐츠를 검토하는 직원이 1만 5천 명”이라면서도 이들이 정규 직원인지 계약직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건이나 가해자를 미화, 표현 또는 옹호하는 영상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메타는 “해자에 대한 공격 순간을 묘사하는 ‘제3자 이미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커크가 총에 맞는 장면처럼 널리 유포된 영상은 허용되고 있다. 해당 영상에 대해 경고 라벨이 부착되고 연령 제한이 적용되지만, ‘미화 콘텐츠’ 정책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 한 메타 플랫폼에서 삭제되지는 않는다.
X는 일단 “적절하게 라벨이 부착되고, 눈에 띄게 표시되지 않으며,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성폭력을 묘사하지 않는 경우 노골적인 미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다만 “명백하게 위협적이거나, 선동적이거나, 미화하거나, 폭력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는 콘텐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부 소셜미디어, ‘무늬만의 규제’ 지적
그러나 ‘포인터 연구소’는 “X에서도 사용자 동의없이 커크가 총격을 당하는 영상을 여러 번 봤다”고 꼬집으며 “이 영상을 주류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모한 (극우 이미지 보드 사이트) ‘4Chan’의 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X는 또 다른 콘텐츠 관리 문제를 겪고 있다. 커크의 사망이 선고된 지 몇 시간 후, X에서 구동되는 AI 챗봇 그록(Grok)은 “커크가 여전히 건강하고 활동적”이라고 주장했다.
블루스카이(Bluesky)도 “폭력을 조장하는 계정을 정지하고 사건의 클로즈업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찰리 커크 총격 영상은 온라인에 계속 유포되고 있다.
이에 ‘포인터 연구소’는 “X에서 (커크 사망에) ‘축하한다’거나, ‘당신(살해범) 덕분에 저는 급진화되었다.’는 등의 게시물이 오르내린다”면서 “커크가 살해당하는 영상을 직접 본 것도 그런 극단적 성향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런 사용자들은 그 끔찍한 사건을 단순히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