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그라운드 ‘애플 인텔리전스’ 소개말곤 새로운 AI기능에 ‘침묵’
6월 ‘WWDC 2025’ 공개 ‘실시간 번역’, ‘Face Time’만 재탕
구글 ‘픽셀 10’ 공개 행사 1월 ‘삼성 언팩’과 대조적
“‘AI에이전트’ 개발 뒤처져 AI 도구 전면에 내세우지 못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애플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던 이번 ‘애플 이벤트’는 에엇팟, 애플 워치, 아이폰 에어, 아이폰 17 등 출시 소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은 평소보다 훨씬 짧은 1시간 15분 분량에 그쳤지만, 잔뜩 흥분되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시 시대의 ‘유행어’ 하나가 빠져 있었다. 바로 AI였다.
“아이폰 역사상 최대의 도약” 장담이 무색
팀 쿡 CEO는 이날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된 행사에서 “아이폰 역사상 가장 큰 도약을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이날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켜본 결과 다소 의외의 상황을 간파할 수 있었다. 팀 쿡은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간략한 언급 정도에 그쳤을 뿐, 신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AI기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애플의 수사대로라면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아이폰 라인업은 “애플 칩을 비롯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임, 사진, 속도, 배터리 수명 등에서 크게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렇다할 만한 AI 기능에 대한 홍보나 설명은 없었다. 애플은 이날 ‘iMessage’와 ‘FaceTime’의 시각적 지능, 실시간 번역 기능 등을 소개하긴 했다. 그러나 이들 AI 도구들은 이미 지난 6월 ‘WWDC 2025’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구글이나 삼성과 같은 애플 경쟁사들이 이미 1년 여 전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반드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모습은 지난 번 ‘아이폰 16’ 공개 행사에서 AI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면서 거침없이 언급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당시 강조했던 일부 주력 AI기능은 그 후 약속대로 출시되지 않아 대중의 실망감을 샀다. 이번의 소극적 태도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실시간 번역과 심박수 모니터링 설명에만 집중
이번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켜본 결과, 팀 쿡은 제품 라인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AI를 선보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 단지 백그라운드에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만 많이 이야기했다. 이는 지난달 구글의 ‘픽셀 10’ 공개나 1월달 ‘삼성 언팩’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애플은 AI에이전트 개발에 너무 뒤처져 있어 어시스턴트 도구를 전면에 내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행사에서는 대신에 하드웨어와 AI가 ‘백그라운드’에서 어떻게 기능을 강화하는지에 관해서만 언급했다. 팀 쿡에 이어 무대에 오른 다른 임원들은 업데이트된 ‘신경 엔진’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어떻게 구동하는지, 그리고 로컬 LLM이 어떻게 더 빠른 속도로 게임 플레이의 질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또한 애플이 각 GPU 코어에 신경 가속기를 내장한 점만 강조했다. 그래서 “아이폰에서 맥북 프로 수준의 컴퓨팅 성능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고강도 AI 워크로드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에어팟과 AI의 연관성 측면에선 실시간 번역과 심박수 모니터링을 설명하는데에 집중했다. 이는 앞서 구글의 경우 새로운 저가형 ‘픽셀 버즈 2A’가 자사의 제미니 AI와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던 것과도 대조된다.
‘에어팟’의 경우는 “첨단 연산 모델이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애플 인텔리전스’ 모델과 결합되어 실시간 번역을 해낸다”고만 했다. 이에 따르면 심박수 센서의 경우, 25만 명 이상의 애플 연구 참여자로부터 수집된 5천만 시간 이상의 훈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덕분에 활동 상황이나 칼로리 추적을 위한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구동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역할을 강조했다.
‘애플 워치’, AI에 대한 지나친 과장
새로 나온 ‘애플 워치’ 발표에선 AI에 대한 언급이 지나치게 과장되게 보인다. 사측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30일 동안 사용자의 혈압이 심박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0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연구 덕분에 개발될 수 있었다. 애플의 건강 담당 부사장인 섬벌 데사이 박사는 스트리밍에서 “첫해에만 100만 명 이상의 미진단 고혈압 환자에게 알림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곧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AI 군비 경쟁은 이 분야 선두 자리를 노리는 빅테크들 간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들은 앞다퉈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 기업 가치가 3,000억 달러에 달했다는 오픈AI는 2029년까지 AI분야에 1,1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스로픽은 최근 1,830억 달러의 투자 후 기업 가치 평가를 받아 130억 달러를 (AI투자 자금으로) 모금했다.
메타는 지난 몇 달 동안 ‘Scale AI’에 1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특히 업계 최고의 AI 연구진을 채용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AI 붐’의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에 비해 애플은 오랫동안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오히려 내부 균열과 인재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금년 들어서만 최소 10건의 AI연구 부서의 인재 이탈이 이어졌는데, 그 중 지난 주에만 4건이 일어났다.
로봇 연구 책임자인 ‘지안 장’은 메타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AI 연구원 3명도 애플의 파운데이션 모델팀을 떠났다. 그 중 2명은 오픈AI로, 다른 한 명은 앤스로픽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애플 이벤트’에서 AI에 대해서만은 자못 ‘겉도는 설명’에 그치거나 아예 언급을 안한 모습도 그 때문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