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전력망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 국내외서 점차 확산
그러나 가스 유출, 탄소 배출 등 우려 ‘지역사회 반발, 논란’ 확산
국내선 산단 내 데이터센터 옆 LNG발전소로 문제 해결 ‘눈길’
MS, xAI 등 논란 속 설치, “재생에너지로 가는 가교일 뿐” 주장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면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최근 천연가스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센터 운영업체들이 태양광 및 지열과 같은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지만, 일부는 천연가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최근 천연가스를 전력원으로 하는 데이터센터가 첫삽을 떴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를 위해 인근에 별도의 LNG열병합 발전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대중화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사회에선 탄소 배출과 메탄 누출을 우려하는 논란이 일 가능성도 크다.
xAI 등 부지 옆 기존 LNG발전소 매입으로 해결
천연가는 일단 친환경적인 화석 연료이지만, 이를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채굴 이나 운송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메탄이 누출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일론 머스크의 xAI 데이터센터에도 천연가스를 접목하기로 했지만, 부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지역 사회의 반대가 불거지며 논란 중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최근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첫 삽을 뜬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의 경우는 대규모 사업단지 안에 조성되는 경우다. 또한 데이터센터 바로 곁에 계열사인 SK가스의 ‘클린에너지복합단지’와 SK멀티유틸리티(MU)의 LNG 열병합 발전소가 함께 건설된다. 수직적 계열사 덕분에 원거리가 아닌 한 지점에 LNG 공급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천연가스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한 케이스다. 즉 “에너지와 데이터가 연결된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 xAI 등의 사례에서 보듯, 대부분의 경우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 문제가 적지않다. xAI는 사용 중인 터빈 수를 두 배로 늘리기까지 했지만,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다시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려는 xAI는 아예 부지 근처에 있는 기존 천연가스 발전소를 매입해버렸다.
그 뿐 아니다. 천연가스는 이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거나, 대중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빅테크 데이터센터 등에서 천연가스는 그저 보조적인 역할만 할 수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수만 또는 수십만 개의 랙이 있는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랙마다 가스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용량이 충분하지도 않을뿐더러, 적절한 백업 전원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정히 “다만 에너지 소모량이 한두 자릿수라도 낮아지는데 만족한다면 가능한 일”이란 얘기다.
‘폐기’ 예정된 ‘모듈형 가스 장치’ 등도 대안
‘포레스터’의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인사이트에서 포레스터는 “천연가스를 선택하는 것은 업계의 ‘탈탄소화’를 더디게 할 위험이 있다”고 또 다른 문제점을 꼽았다. 즉 “기업들이 가스 인프라에 투자하면, 이에 필요한 재정적, 운영적 관성이 생겨 재생에너지 도입이 지연된다.”면서 “흔히 가스를 ‘교량(브리지) 연료’로 생각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교량’이 ‘고속도로’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과도기의 수단이 아니라, 본격적인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란 우려다. 이는 “AI의 성장을 화석 연료 사용 증가와 연결짓는,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란 비판이 따를 수 있다.
이에 대해 ‘브리지’에 (천연가스 사용) 일몰 조항이나, 재생에너지를 통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신속하게 폐기되도록 설계된 모듈형 가스 장치 등과 같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그러면 가스가 오염이 심한 디젤을 대체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드레일이 없다면, 데이터센터 분야의 ‘넷제로’ 목표는 그저 희망사항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천연가스 나름대로 장점도 있다. 앞서 ‘포레스터’는 일단 “천연가스가 운송이 용이하고, 다른 화석 연료에 비해 배출량이 적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면서 “가스가 주로 자체 전력을 생산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선택되었다”고 했다. 즉, 터빈과 엔진은 설치하기만 하면, 빠르게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재생 에너지 발전은 값비싼 저장 시설 없이 간헐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설치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게 문제다. 나아가서 천연가스는 비교적 규제 감독이 덜하다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오늘은 가스, 내일은 재생에너지?
특히 설치가 간편하고, 즉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나 바퀴 달린 이동식 발전기가 그런 경우다. 이는 주차장이나 건물 옆 등 일정 기간 동안 현장에 설치할 수 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 몇 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당장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한시적이긴 하다.
또한 전력망 접근성이 희박한 외딴 지역에선 재생 에너지나 소형 모듈형 원자로가 도착할 때까지 가스를 사용,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도 있다. 재난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공급이 어려운 디젤보다 분명 가스가 한층 안정적인 연료원이다.
그러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금의 천연가스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인 AI 성장과 전력망의 한계가 빚는 ‘충돌’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즉,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대한 지속 가능한 장기적 해결책은 아니란 얘기다.
만약에 AI붐이 사그러들거나,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원이 확장되면 천연가스 수요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현재는 그저 가스가 그런 ‘충돌’의 완충작용을 하며, 공백을 메우고 있을 뿐 장기적인 대안으론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