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 최고 시총 엔비디아 ‘앞날’ 좌우
美 정부 15% 기부 조건부 수출 허가 불구, 中 ‘수입 차단’
中 “위치추적 기능 등 안보 우려”, 투자자들 우려섞인 시선
미·중, 엔비디아 가운데 두고 ‘희토류 vs 고성능 칩’ 둔 시소게임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인 엔비디아는 27일 저녁(현지시각) 세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수출 규제로 데이터센터 매출이 감소하면서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 휘말려 있으며, 이는 엔비디아의 성장과 전체 주식 시장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자들 또한 불안해하면서도 현재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중국 시장을 연간 50% 성장할 수 있는 500억 달러 규모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런 이유로 투자자들도 중국 시장으로의 문을 활짝 열고 싶어한다. 이에 현지 투자자문사, 시장조사기관들은 각종 시장분석 리포트에서 “우리(미국)야말로 중국보다 더욱 ‘중국’을 필요로 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젠슨 황, 백악관 읍소 후 H20 대중 수출 허가
그러나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H20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가 최근 다시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7월 이를 철회했다. 젠슨 황이 직접 백악관을 방문, 중국에 대한 칩 판매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기부하기로 합의한 후 수출 규제를 없던 얘기로 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그러나 H20뿐 아니라, 그 보다 더욱 성능이 강력한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의 승인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치로 보면, 칩 수출 통제의 영향으로 인해 이 회사 최대의 수익원인 데이터센터 매출이 41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월가 추정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부진은 H20 칩 판매가 40억 달러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창사 이래 이 회사가 처한 가장 큰 위기이자, 딜레마다.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만큼 고속 성장을 한 엔비디아로선 중국 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로부터 조건부 허가가 난 H20의 중국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 대가로 대중 H20 칩 판매의 15%를 미 정부에 ‘헌납’하기로 합의까지 했지만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이번엔 중국 정부는 ‘보안’ 우려와 함께 H20으로 품목을 제한한데 대한 불만으로 모든 자국 기업들에게 구매를 금지시킨 것이다.
앞서 미 정부는 ‘제3국(사실상 중국) 우회’를 막기 위해 수출되는 칩을 대상으로 일종의 위치 추적 장치를 요구했다. 중국 정부로선 이를 자국 안보에 영향을 끼칠만한 사안으로 받아들여 수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번엔 中 정부가 “안보 우려, 수입 자제령”
그럼에도 현재로선 엔비디아는 AI 경제가 계속해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전년 대비 56% 증가한 467억 달러의 매출과 59% 증가한 26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3분기 매출을 540억 달러로 예상했던 일부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는 월가 평균 추정치와 일치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당초 600억 달러 이상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예상치를 밑도는 전망이 나온 것은 딱 한 가지 이유 탓이다. 즉 엔비디아가 중국에 대한 H2O 판매 재개를 전망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CFO 콜레트 크레스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정학적 문제(중국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문이 더 많아지면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H2O 판매가 이뤄지면 3분기 매출이 2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AI 분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현재도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에서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981년 뉴욕 증시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이래 단일 주식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그럴수로 엔비디아에게 ‘중국’은 더욱 치명적인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펀드스트랫’의 애널리스트 하르디카 싱은 ‘엑시오스’에 “엔비디아가 (대중 수출을 포함)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AI 과대광고와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결코 과장된게 아닐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그로 인해 AI산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다. 약간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엔비디아가 없다면 ‘AI 파티’는 계속될 수 있을까?”란 물음까지 제기되고 있는게 지금의 ‘AI붐’의 현실이다. ‘중국’ 문제로 인해 엔비디아가 위축될 경우 주식시장은 물론, AI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28일 젠슨 황은 ‘AI 버블’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런 시각은 과장된 것”이라며 단호하게 이를 부정했다. 앞서 스스로 ‘AI버블’의 가능성을 제기했던 샘 앨트먼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은 2분기에 비해 5% 증가에 그쳐 성장 둔화를 시사했다. 그럴수록 다급하게 와닿는 질문이 있다. “중국 시장이 엔비디아에 문을 열까?”-.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중국 시장 매출이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연간 50%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블룸버그에 인용된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칩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엔비디아와 AMD 모두 가격 결정력(판매가 인상 또는 인하)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에 떼어주는 15% 비용을 중국 고객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숨은 그림 ‘희토류’
그렇다면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트럼프는 왜 H20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을까. 또 중국은 무슨 속셈으로 새삼 H20의 수입을 차단한 것일까.
그 속에 각자의 ‘숨은 그림’이 있다. 이번 거래로 미국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이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문제는 ‘희토류’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강력한 AI 칩을 보유하고 있고, 반면에 중국은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희토류 금속을 보유하고 있다. 피차 상대가 긁어줄 수 있는 가려운 부위가 있는 셈이다.
미 행정부가 지난 7월 H20 수출 통제 방침을 처음 변경했을 때,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라인업 중) ‘네 번째로 좋은’ (H20) AI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까지 했다. 그러면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수출 통제 완화가 희토류 거래와 관련이 있다”면서 “아직 세부 사항이 완전히 구체화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베이징은 뒤늦게 자국 기업들에게 ‘안보’ 우려를 이유로 엔비디아(AMD도 포함) 등 미국 기업의 칩 구매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모든 상황을 양국의 ‘정치적 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산 칩 거래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이야말로 여전히 최고의 칩에 대한 접근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중국’ 내지 중국 문제는 엔비디아로선 가장 큰 딜레마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에선 “딜레마라기보단, 풀기마나 하면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는 ‘퍼블’”로 평가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