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실종, ‘봇과 봇’들만의 ‘관계’와 ‘사회’ 조성
‘개인 봇’이 ‘기업 봇’과 거래, 지구촌 웹사이트 ‘봇’이 점령
사이버공격·방어도 ‘봇 대 봇’, “‘봇’의 아마겟돈” 우려도

봇과 봇들만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2024 로보월드' 출품업체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
봇과 봇들만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2024 로보월드' 출품업체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챗봇(봇)과 봇들만의 세상? 생성AI가 고도로 발달하면, ‘인간관계’가 실종되고 대신 챗봇(봇)과 봇들끼리 ‘관계’를 맺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다시 말해 봇이 마침내 온라인 공간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세상이다.

AGI를 넘어 ‘특이점’에 가까운 AI세상이 올 경우, 이제 인간을 연결해온 인터넷 공간 자체가 대변혁을 초래하게 된다. 이미 웹사이트나 앱 관련 기업과 전문가들, 특히 랜섬웨어 공격자들의 최근 수법만을 보더라도 봇은 충분히 인간을 대신할 만한 AI 네트워크의 ‘주역’이 될 만하다.

AI 에이전트의 발달이 촉발점

특히 AI 에이전트의 발달이 그 촉발점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AI에이전트가 고도화될 경우 ‘개인을 대리하는 봇’이 ‘기업을 대표하는 봇’과 거래하게 될 것이다. 대신에 지금처럼 인간이 오픈 웹을 사용하는 빈도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봇은 나 대신 당신의 봇과 대화하게 될 것이며, 훨씬 더 소통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올 수 있다.

이미 웹서비스 관련 기업들은 각 웹사이트나 앱의 두 가지 버전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는 사람용이고 다른 하나는 AI 에이전트 및 봇용이다.

사이트 구축업체인 웹플로우의 경우 이미 “웹사이트를 인간 사용자 경험에 맞춰 최적화하고 있다”며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는 비(非)인간 사용자들이 생겨났다.”고 블로그에서 밝혔다. 이 밖에도 이미 웹사이트는 모델 훈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크래퍼나, 인간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AI에이전트 세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 통계를 봐도 이미 지구촌 웹사이트의 절반이 ‘사람’이 아닌 ‘봇’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픈AI CEO 샘 앨트먼에 따르면 챗GPT는 “하루 수십억 명과 대화”할 날이 멀지않았다. 언젠가는 이들 챗봇이 “하루에 지구 인구 전체가 쏟아낸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할 것”이로 예상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실제로 앞으로 몇 년 후엔 이른바 ‘봇 헤게모니’가 도래했음을 확인할 몇 가지 이정표가 있다. 즉 기존 SEO(검색 엔진 최적화)가 GEO(생성 엔진 최적화)로 대체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품이나 콘텐츠 소유자는 더 이상 구글 검색 결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챗봇으로부터 가장 먼저 ‘답변’될 수 있는 대상이 되고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GEO 기술 중 하나는 AI를 사용해 AI 친화적인 페이지, 즉 ‘봇을 위한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누가 더 잘 만들어내느냐가 경쟁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기존 SEO 웹사이트와 GEO 검색 엔진의 ‘싸움’

특히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집단이 사이버공격자들이다. 우려스럽게도 랜섬웨어 조직들은 이미 피해자들과 협상하기 위해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멀지 않아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도 AI 에이전트에게 공격에 대한 대응을 맡길 수도 있다. 그야말로 ‘봇 대 봇’의 전쟁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 결과 ‘봇 대 봇’이 이끌어가는 세상에서 단순한 웹사이트나 앱은 더 이상 기업이나 개인을 위해 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에 기존 검색 엔진(SEO) 웹사이트와 GEO 기반의 AI 검색 엔진 간의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실제로 최근 그런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유명 웹사이트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는 AI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를 비난하고 나섰다. 자사의 고객들(사이트 소유자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스크래퍼를 하는 ‘봇’을 차단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퍼플렉시티는 클라우드플레어가 비난하는 스크레퍼 봇들은 실제로는 개별 사용자를 돕는 AI 에이전트라며 반박했다.

이러한 논쟁이 확산됨에 따라,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공격적인 ‘AI 봇’을 차단하기 위한 도구를 웹사이트에 배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웹 업계 일각에선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군비 경쟁’”이라고 묘사했다.

웹 업계의 반발은 나름대로 절실한 측면이 있다. 봇들만의 작업과 상호작용이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히 이뤄질수록 특정 웹사이트나 회사 내부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이런 모든 봇의 활동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봇이 필요하게 된다.

실제로 웹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테크크런치’에 “몇 년 안에 네트워크에는 사람과 상호 작용하거나, 아니면 저희끼리만 관계와 거래를 맺는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에이전트가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 로보월드' 출품업체의 제품으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
'202 로보월드' 출품업체의 제품으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

‘봇’들이 이끄는 세상, “숱한 문제와 낭비” 우려

이런 경우 또 하나의 문제점은 법적 다툼이다. AI 에이전트가 문제를 일으킬 때 책임을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AI 개발자들은 “에이전트에게 지시를 내린 사용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는 에이전트 제공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처럼 봇들이 난무하는 세상은 결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란 지적이다. 엄청나게 낭비되는 숱한 봇들 간의 거래와 상호작용, 그로 인한 문제가 홍수를 이룰 수도 있다는 우려다. 소프트웨어와 에너지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이처럼 봇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갈수록 더 많은 봇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상황이 이어진다.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AI가 다른 AI와 싸우고 이길 수 있도록 훈련시킴으로써 새로운 생태계에서 건강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한 것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자칫 ‘봇’들이 빚어내는 또 다른 아마겟돈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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