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bidi, tradwife, delulu 등 케임브리지 사전에 공식 등재
각종 소셜미디어 장식하던 tradwife, Demure, brat 등도
권위있는 사전들 6,000개 선정, 올해의 단어’로 추천하기도

소셜미디어가 만든 새 단어가 공식 사전에 등재되고 있다. (이미지=기즈모도)
소셜미디어가 만든 새 단어가 공식 사전에 등재되고 있다. (이미지=기즈모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공간에서 끊임없이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이는 대부분 한 순간 나돌다 사라지는 의미없는 단어 정도로 치부되지만, 때론 버젓이 공용어 언저리까지 맴도는 경우도 있다. 영미권에선 아예 그런 소셜미디어의 속어나 기존 단어를 변형시킨 어휘들이 권위있는 사전에 등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케임브리지 사전 최신 개정판에 6,000개의 새 단어가 추가되었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엔 skibidi, tradwife, delulu처럼 인터넷에서 나돌던 비표준 단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 속어가 항상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인터넷에서 나돌더 ‘허접한’ 속어 내지 비속어에 가까운 단어들도 네티즌과 사용자들의 인기 덕분에 이처럼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사전의 추가 단어 목록에 어엿하게 자리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시사매체 기즈모도는 “사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지만, 이러한 터무니없는 단어와 다른 단어들이 인지도를 얻는 것은 인터넷 문화가 영어에 미치는 영향력과 능력을 반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캠브리지 대학은 최근 추가 단어를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지속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단어만 추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 문화는 영어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효과를 관찰하고 사전에서 포착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이들 단어에 대한 의미를 덧붙였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대학은 온라인 사전에 끊임없이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는 사전 편찬팀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 편찬자들은 단어를 추가하기 전에 내부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확인,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쓰이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어디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사전에 단어를 추가하는 기준과 방법을 갖고 있다. 현지 언어학계 일각에선 이미 케임브리지 대학교보다 먼저 ‘skibidi’, ‘delulu’, ‘tradwife’에 대한 항목을 추가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널리 퍼진 단어들이 사전에 등재되는 사례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올해의 단어’ 상에 인터넷 속어가 차지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신조어가 공식 사전에 등재되고 있다. (이미지=엑시오스)
소셜미디어 신조어가 공식 사전에 등재되고 있다. (이미지=엑시오스)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도 이런 소셜미디어 단어들을 선정했다. 그 중 ‘brain rot’은 “어리석거나 잡다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스크롤할수록 사람의 뇌가 ‘퇴화되는’ 현상”을 묘사하는 단어다.

또한 ‘Dictionary.com’의 경우 ‘Demur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이는 어느 틱톡 크리에이터가 “직장, 여행, 사교 활동에서 얼마나 신중하고, 내성적이며, 겸손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콜린스’ 사전도 ‘brat’이란 단어를 새로 추가했다. 이는 “자신감 넘치고, 독립적이고, 쾌락주의적인 태도를 특징으로 하는 형용사”로 정의되었다.

앞서 케임브리지가 선정한 ‘skibidi’는 또 어떤 의미와 용도를 갖고 있을까. 문장에서 어떻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케임브리지에 따르면 ‘skibidi’는 명확한 의미가 없는 다면적인 단어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이를 “‘멋진’ 또는 ‘나쁜’과 같이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거나, 실질적인 의미 없이 사용될 수 있는 단어”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뭐 하는 거야?”와 같은 문장이 그런 경우다. ‘Skibidi’는 ‘사람 머리가 빙빙 돈다’는 뜻으로 온라인 영상 제작자가 화장실에서 만든 농담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단어는 알파 세대, 즉 ‘Gen Alpha’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알파 세대를 2010년대에 태어난 연령층으로 정의한다.

또 ‘delulu’는 언제 무슨 뜻으로 쓰일까. 사실 ‘Delulu’는 delusional(망상)의 줄임말이다. 이 단어는 구체적으로 현실이 아니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 것을 의미하며, 대개는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이 단어는 종종 문장 속 ‘문구’에서 사용되며, 흔히 유머러스한 어조를 띠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delulu is the solulu(델루루가 해결책이다)”라는 문구는 “delusion is the solution(망상이 해결책이다)”이라는 문구를 변형한 것이다. “May all your delulu come trululu(모든 당신의 delulu가 진실이 되기를)”는 “may all your delusion come true”(망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뜻이다.

실레로 호주 총리 앤서니 알바니즈는 지난 3월 의회 연설에서 경쟁자들의 정책을 비판하며 “delulu with no solulu(솔루루 없는 델룰루)”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해결책없는 망상”이란 뜻이다.

그럼 ‘tradwife’는 무슨 뜻일까? ‘tradwife’는 ‘traditional(전통적인)’과 ‘wife(아내)’를 합친 단어다. 즉, ‘tradwife’는 “기혼 여성, 특히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집에서 요리, 청소 등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여성”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수용하는, 점점 더 커지고 논란이 되는 소셜 미디어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다.

이런 단어들은 모두 정치적 영향력을 원하거나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남성들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기술 업계의 부유한 계층인 ‘broligarchy(브롤리가치)’가 만든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들 덕분에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broligarchy’는 bro(브로)와 oligarchy(과두정치)를 합친 것이다. ‘broligarchy’ 역시 케임브리지 사전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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