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과 AI로드맵이 변수, 애플 ‘아이폰 플립’ 개발 박차
삼성, 폴더블폰 선점에 구글 제미니 AI 탑재로 앞서 나가
애플, 폴더블폰, 2026년 출시 불투명, 애플인텔리전스도 불확실
현재로선 삼성 유리, “그러나 애플 2014년의 역전극 재현 기대”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삼성과 애플의 경쟁이 새삼 불붙고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삼성에 이어 애플도 ‘폴더블 아이폰’을 개발하며,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의 변화 양상이 주목되고 있다. 또 시장과 소비자들이 공감할 만한 AI로드맵도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삼성, 미국 시장에서 선전, 애플은 하락세
애플이 내놓은 폴더블 아이폰은 가칭 ‘아이폰 플립(iPhone Flip)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의 상황을 두고, “2014년 애플의 승리로 끝난 상황이 되풀이될지는 알 수 없다”는 관전평이다.
2014년 당시에도 애플과 삼성은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삼성은 대형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았고, 아이폰 충성 고객들은 (애플에 대해) 삼성과 유사한 제품을 요구했다. 애플은 이에 최초의 대형 화면 모델인 ‘아이폰6’를 출시하며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대응했다. 그 결과 애플은 일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우위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디스플레이만이 아니다. 폴더블폰과 A기술을 가운데 두고, 스마트폰의 ‘최후 승자’를 겨루는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새로운 출하량 수치는 삼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Canalys)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5년 2분기에 23%에서 31%로 급등했다. 반면에 그간 전체 시장 1위였던 애플은 56%에서 49%로 하락했다. 애플의 홈그라운드에서 삼성이 최근 선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애플에게 이번 하락세는 충격적이다. 10년 넘게 미국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애플의 몇 안 되는 격변 사례 중 하나다. 투자자들은 이를 주목했다. 그 바람에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7.5% 하락하며,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대형 기술 기업들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의 주가는 2025년에 약 35% 급등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7월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브랜드’의 회복력을 애써 강조했다.
삼성의 신개념 ‘폴더블’로 애플 ‘기 꺾어’?
이에 삼성은 모멘텀 유지를 위해 디자인 혁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7월, 삼성은 두 가지 새로운 폴더블 모델을 공개했다. 이들 모델은 올해 초 출시된 얇고 가벼운 휴대폰인 갤럭시 S25 엣지에 이어 출시되었다. 폴더블폰 선두 주자로서 미리 애플의 기를 꺾어높으려는 전략이다.
이는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용자가 ‘Z 폴드 7’을 20만 번 이상 구부리는(Fold) 라이브 스트리밍 내구성 테스트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클립 버전은 유튜브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소셜미디어 관리업체인 ‘스프라우트 소셜’(Sprout Social)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언급이 무려 5만 회 이상 기록되었다. 대부분의 언급은 중립적이거나 삼성에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삼성의 매력은 ‘혁신’뿐만 아니라 ‘접근성’, 즉 ‘가격’ 측면에도 있다. 갤럭시와 Z 시리즈는 미화 650달러부터 2,400달러까지 (폭넓고) 다양한 가격대로 거의 모든 시장 부문을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폭넓은 가격 범위 덕분에 삼성은 초보자에서부터 최첨단 기술을 추구하는 고객까지 모두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애플의 라인업은 가격대가 829달러에서 1,599달러 사이로 더 좁은 편이다. 분명히 아이폰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제품 디자인은 2017년 이후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 때문에 “(삼성 등) 경쟁사들이 (개발 과정에서) 폼팩터와 기능을 실험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애플, 차세대 ‘에어’ 모델 등 대응 나서
애플은 물론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엔가젯’은 “애플은 이르면 다음 달에 더 얇은 아이폰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삼성 갤럭시 엣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실제로 투자업체 루프 캐피털(Loop Capital)에 따르면, 애플의 차기 5.5mm 두께의 ‘에어’ 모델은 소비자 테스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나아가서 애플은 자체 폴더블폰을 준비 중일 수도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폴더블 아이폰이 2026년 가을 아이폰 18 라인업에 포함되어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략 미화 1,999달러대부터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삼성 폴더블폰과 비슷한 수준이다.
양사 제품의 가격대는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애플의 아이폰 16 프로 맥스는 256GB 저장 용량 모델이 1,199달러부터 시작하며, 1TB 저장 용량 모델은 최대 1,599달러다. 삼성 갤럭시 Z 폴드 7은 1,999달러부터 시작하며, 1TB 모델은 2,419달러에 이를 정도로 고가다.
만약 애플이 폴더블폰을 출시한다면,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참신하면서도 차별화되고 돋보이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 역경 극복한 폴더블폰 여정 재현?
앞서 삼성의 경우 ‘폴더블폰’을 제품화하기까지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9년 출시된 첫 번째 폴더블폰은 리뷰 과정에서 기기가 접히는 문제가 발생해 출시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삼성은 꾸준히 기술을 개선해 왔으며, 결국 ‘Z 폴드 7’은 그런 역경을 딛고 획기적인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은 “이 제품은 이전 폴더블폰보다 25%나 더 많은 사전 주문을 확보했으며, 이전 모델보다 거의 50%나 더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도 “S25 엣지와 같은 고급 모델에 대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지난 분기 삼성의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이 16% 증가했다”고 발표,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
차별화 요소로서 AI 기술 부상
인공지능 또한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은 현존하는 최고의 모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구글 ‘제미니 AI’를 탑재했다. 특히 사용자가 화면의 특정 부분을 강조, 즉시 관련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서클 투 서치(Circle-to-Search)’ 기능이 인상적이다. 이는 크기가 더 커진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맞춰 개발되었다.
반면에 애플은 AI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차세대 시리(Siri)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도구는 2026년까지도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은 애플의 생태계와, 충성도 높은 사용자 계층이 완충 역할을 하면서 애플이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과거에도 늘 기술이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규모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압도하곤 했다. 이 전략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통했다. 비록 늦게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불구, 결국 2014년에 삼성을 앞질렀던 선례가 있다. 이에 애널리스트들은 “2014년과 같은 신중한 접근 방식과 전략이 차후 폴더블폰과 AI 로드맵의 국면에서도 통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