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보조금·재생에너지 확대에 발주 급증…LFP 전환 경쟁 치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2분기 실적에서 ESS 성장 가능성 확인
LFP 배터리로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미드저니)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전기차와 함께 ESS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아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는 전력망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효과까지 더해 발주가 크게 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2분기 실적에서 ESS 부문의 뚜렷한 성장세를 확인했으며,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앞세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전환이 향후 시장 점유율 확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북미향 ESS, 실적 성장의 견인차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모두 ESS 매출이 뚜렷하게 늘었다. 북미 전력망 안정화용 대형 프로젝트가 실적을 끌어올린 주된 이유다. IRA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현지 생산 물량이 확대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공장에서 ESS 전용 생산라인을 가동해 공급 속도를 높였고, 삼성SDI는 북미 전력사와 손잡고 고용량·고안정성 제품 공급을 늘렸다.

양사의 행보는 ESS를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 전략사업으로 본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형 ESS 프로젝트는 설치 후에도 운영·유지보수를 포함한 장기 계약이 일반적이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는 물론, 전기차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효과도 크다. 투자자 입장에선 변동성이 큰 전기차 수요를 완충할 ‘세이프가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IRA 시행 이후 북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와 함께, 전력 공급 변동성을 메울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풍력·태양광 발전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쑥날쑥한데, 이를 평준화하는 데 ESS가 필수다. 여기에 여름철 전력 피크 대응,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수요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당분간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LFP 전환, 가격·안전성 경쟁력의 핵심

ESS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채택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니켈·코발트 기반 NCM 계열보다 원가가 낮고 발화 위험이 적어, 대형 전력망 연계형 ESS에 특히 적합하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북미 시장에서는 이미 LFP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향 LFP ESS를 현지에서 양산하며 IRA 세액공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SDI도 내년 미국 내 LFP 양산을 목표로 생산 설비를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NCM과 LFP를 병행해 대응 폭을 넓히고 있지만, 전환 속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한발 앞선다는 평가다.

LFP 전환은 단순한 소재 교체가 아니다. 원재료 공급망 재편, 생산라인 개조, 품질·안전성 검증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수백MWh급 프로젝트에서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하려면 양산 경험이 필수다. 초기 품질 안정성을 확보한 기업이 향후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IRA로 인한 현지 조달 요건도 변수다. 미국 내 생산과 북미산 원재료 사용 비중을 충족하는 기업이 보조금을 극대화할 수 있어, 현지화 속도가 빠른 기업이 단가 경쟁에서 유리하다. 이는 곧 프로젝트 낙찰 확률과 직결된다.

대형 프로젝트, 속도·기술·파트너십이 승부처

북미 ESS 프로젝트 규모는 수백MWh에서 수GWh에 이른다. 단순 배터리 납품을 넘어 설치, 시운전, 운영,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계약이 대부분이다. 발주처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 기간, 유지보수 효율, 시스템 통합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주요 전력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입지를 넓혔다. 여러 주(州)에서 전력망 안정화 사업을 확보했고, 삼성SDI는 현지 EPC 기업·발전사업자와 협력해 입찰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데이터센터 증설, 전기차 보급 확대는 모두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수요 변동이 커질수록 ESS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승부를 가를 요소로 ▲LFP 양산 체제 구축 속도 ▲프로젝트 맞춤 설계·운영 역량 ▲현지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꼽는다.

ESS 산업은 이제 단순한 배터리 판매를 넘어, 전력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으로 진화 중이다. 북미에서의 성과는 단기 매출뿐 아니라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의 영향력까지 결정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북미 ESS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속도전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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