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싱가포르·벵갈로르 등 지구촌 ‘AI문명의 핫플레이스’
샌프란시스코 베이, 뉴욕, 런던, 파리, 토론토, 몬트리올 등
인재 풀, 강력한 정책과 지원, 규제 완화, 투자자와 고객 밀집
선전, 베이징 등 중국 도시 ‘다수’…높은 물가와 임금 등 단점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한국도 ‘AI 3대 강국’을 최근 천명한 바 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비롯, 뉴욕와 런던, 싱가포르 등 세계 AI문명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도시도 여럿이다. 또 중동 아부다비처럼 AI를 기반으로 국력을 크게 신장시켰거나, AI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경우도 적지않다.
특히 중동의 아부다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도시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막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AI 강국을 향해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부다비의 인공지능 분야는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속도라면 이러한 급속한 성장이 아부다비를 세계적인 AI 중심지로 재편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즈모도’가 인용한 아부다비 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아부다비에는 673개의 AI 기업이 등록되어 그 숫자가 단 1년 만에 무려 61%나 증가했다.
서방 AI기업들, 아부다비로 몰려
그 덕분에 아부다비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클러스터가 되었다. 아부다비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기업들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글로벌 AI업계의 의도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인재 육성에 대한 정부의 집중 지원, 획기적인 규제 완화, 서방에 비해 저렴한 창업 비용 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과열된 AI시장을 피해 새로운 대안을 찾는 창업자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의 AI 전문 대학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 대학교(MBZUAI)는 그 상징적 존재다. 이 대학교는 풍부한 인재 풀을 육성하고 유치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아부다비의 ‘AI 유토피아’ 장정의 맨 앞에 서있는 셈이다. 물론 “실리콘밸리 등의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AI생태계에서 아부다비가 과연 그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과는 두고볼 일이다.
美서부개척 시대처럼 자본과 기술, 고객층 새 ‘AI도시’로 몰려
이 밖에도 세계 주요 도시 중에선 명실상부한 AI허브 역할을 하는 곳들이 있다. 이들은 지구촌 AI문명의 중심지이자 핫플레이스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 도시들은 AI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본, 인재, 연구 기관, 협업 파트너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분석기관인 ‘스타트업블링크’ 등에 따르면 이들 도시는 마치 미국 서부 개척 시대처럼 자본과 기술, 그리고 고객층이 급속히 집중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다. 이 도시는 세계 AI기술의 메카로 불릴 만하다. 실리콘밸리가 있고, 주요 글로벌 빅테크들이 집중되어 있다. 벤처 캐피털 네트워크가 밀집해있으며, 주요 대학, 주요 클라우드 및 칩 공급업체 등이 몰려있다. 무엇보다 도전과 모험, 성공과 실패가 무한 용인되며 늘 반복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랫동안 기술 산업의 중심지였던 베이 지역 스타트업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와 주요 고객들이 밀집해있다. 사업 파트너 겸 M&A 대상이 될만한 빅테크들이 한 공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미 동부 해안의 뉴욕 역시 중요한 AI허브 도시다. 금융, 미디어, 의료, 광고 분야의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등 서부 해안 지역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응용 AI 분야의 즉각적인 수직 시장(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동시에, 풍부한 시드(머니) 투자와 대규모 투자 라운드 등 안정적인 자본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대서양 건너편에선 런던이 대표적이다. 영국과 세계 각국의 인재가 몰려들고,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AI 이니셔티브를 구축하고 있다. 대서양 양안의 거래에 유리한 시간대(그리니치 시각)를 바탕으로 유럽의 AI 중심지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파리와 베를린 역시 견고한 공공 연구 자금과 활발한 벤처캐피털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유럽 AI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
베이징, 선전, 中 중동 AI 주도권 경쟁의 ‘상징’
하지만 중국만큼 AI산업이 빠르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은 없다. 중국의 AI 산업은 베이징과 선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베이징은 주요 AI 연구소, 국가 지원 산업 프로그램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연구와 인재가 밀집한 곳이다.
선전도 이에 못지않다. AI 기반 기기의 신속한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때문에 글로벌 AI업계에선 특별히 중국 선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이들 두 도시는 모두 대규모 국내 시장과, 중앙 집권적인 중국 정부의 ‘묻지마’식의 막대한 투자와 지원 덕분이기도 하다.
앞서 아부다비 이외의 중동 지역에선 텔아비브가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꼽히고 있다. 이 도시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기술 창업자, 전문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과학 인재 풀을 갖추고 있다. 또한 투자에 대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또 다른 주요 도시들도 AI허브를 지향하며, 나름의 AI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캐나다의 토론토와 몬트리올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도시다. 머신러닝 인재와 국제 파트너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이니셔티브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은 대학들을 활용 바이오테크 AI 분야를 선도하는 도시로 꼽힌다.
인도 역시 AI 강국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특히 ‘벵갈루루’는 인도의 AI 엔지니어링 및 제품 개발 중심지로 계속 부상하고 있다. 비용 효율적인 인재 풀과, AI 서비스 역량을 갖춘 도시다.
싱가포르도 규제완화와 함께 인프라 친화적인 동남아 AI산업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가 활발히 작동하고, 다양한 AI 기업들이 서로 적극 교류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 역시 클라우드 및 리테일 대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AI에 특화된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허브 도시들, 자체 문제점도 많아
물론 이들 지구촌 AI 허브들도 문제점은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높은 운영비, 그리고 치열한 AI 개발 경쟁에 짓눌려 있다. 특히 최근엔 VC 시장이 약화되면서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들이 어려워지고 있다. 뉴욕에선 최고 수준의 연구원들이 구글과 메타의 급여와 지원을 요구함에 따라 인재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 그로 인해 지속적인 채용이 중단되다시피하고 있다. 또한 높은 사무실 임대료와 급여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투자 회수율을 ‘한계점’에 이르게 한다.
이런 갑갑한 현실은 결국 아부다비와 같은 새롭고 유연한 시장이 번창할 수 있는 대안을 찾게 한다. 그럼에도 소수의 AI허브 도시들은 여전히 지구촌 AI생태계를 견인하고 있다. 벤처 자금 조달, 심층 연구, 데이터 접근성, 전문 하드웨어 또는 정책 지원 등 다양한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러 인해 세계 각국의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이들 AI허브 도시로 몰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