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개발자 ‘대량 해고’ 예상, 국내업계도 ‘불안감’
‘일자리 대체’ 여부, 글로벌 IT업계 전체의 논쟁적 사안으로
“디버깅, 취약점 해결, 검증 등 ‘인간의 손길’ 필수” 주장도
“AI에이전트 관리, 검증 등 오히려 새 일자리 가능성도 커”

SW개발자를 시사하는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SW개발자를 시사하는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본격 투입되면서 개발자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켠에선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면, 오히려 승진 등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SW 업계에선 위기의식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물리적AI에 주력한다는 L시스템의 한 개발팀장은 “심지어는 연말쯤 되면 사람이 생성하는 코드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흉흉한’ 얘기도 떠돈다”면서 “그럴리는 없겠지만, 적잖은 불안감이 개발자들 사이에 감도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레 걱정하기보단,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흡사 “오래 전부터 ‘AGI’ 타령하면서, 곧 AI가 세상의 모든 걸 다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아직 언제 그게 실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떠올리며 “AI 코딩과 일자리 대체 여부 역시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국내 SW업계에도 ‘적잖은 불안감’

AI코딩 기반의 SW개발이 개발자들을 대체힐 것인가는 글로벌 업계에서도 논쟁적 사안이 되고 있다. 위기의식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개발자들의) 역할과 필요한 재능이 변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의견이다.

대체로 지난 2년 동안 AI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날로 큰 영향을 미쳤다. 개발자들은 코드를 생성하거나 재작성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강력한 도구와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AI 코딩 도구는 개발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게 핵심적인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실제 현장 조사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난 경우가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 ‘스택 오버플로우’의 개발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발자의 84%가 현재 매일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기술이 널리 상용화되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가장 가깝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감원을 비롯, 글로벌 빅테크들도 개발팀을 중심으로 대규모 기술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날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또 다른 ‘기회’의 시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이들은 무조건적인 ‘대량 해고’의 가능성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발자’를 규정하는 기준이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체코에 본사를 둔 SW개발 전문업체 ‘젯브레인즈’의 대표 크릴 스크리건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일부 기업들은 실제로 해고를 하고 있지만, AI 혁명 이전에도 해고가 있었다”면서 “이 문제를 역사적인 사례들을 통해 바라봐도 그렇다. 1, 2, 3, 4차 산업혁명 이후에도 직전 산업혁명 시대의 전문가 수는 절대적인 수치로 감소하지 않았다”고 비교했다.

그는 “(새 시대에도) 일자리는 대체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산업혁명때마다 새로운 일자리” 주장도

이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SW엔지니어링 일자리는 예전만큼 크게 늘진 않을 수도 있다. 대신에 “AI의 활용과 함께 광범위한 개발 라이프사이클에서 AI의 역할을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역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또한 “AI 에이전트가 수행한 작업을 ‘평가’하는 또 다른 종류의 직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코딩을 위한 프로토타입 제작이나 알고리즘 개발과는 다른 직업들, 즉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고차원적인 평가’를 하는 직종이 그런 경우다.

깃허브 CEO인 토마스 돔케 역시 “개발자도의 함께 진화하면서,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작업의 ‘코드’ 작성에 앞선 ‘설계 및 검증’ 직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한 ‘IT프로’에 “AI가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도 (AI코딩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의 민주화’를 이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그들 중 일부는 개발자라기보단, 창작자로서 ‘노코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셔터스톡)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셔터스톡)

다만 이런 변화에 맞는 기술 향상은 필수적이다. 2024년 말 가트너는 “AI, 특히 자율 에이전트 AI가 초래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한 기술 향상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새로운 ‘AI 기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물결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즉, “새로운 유형의 소프트웨어 전문가, 즉 AI 엔지니어”가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이를 위해선 해당 기술에 능숙한 개발자가 더욱 필요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도구에 대한 지식’이다. 즉,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버튼 하나의 문제가 아니란 조언이다. AI에이전트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보내고, 어떤 에이전트를 사용하고, 생성된 코드의 책임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생성 AI는 개발자 등 어떤 분야의 전문가에게도 ‘만병통치약’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앞서 깃허브의 토마스 돔케는 “다양한 기업 CTO와 CIO, 기술 책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하나같이 AI에 대한 과대평가에 설득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술 자체의 새로운 문제, 인간 개입해야”

분명 AI는 새로운 것을 원활하게 시도하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AI 도구를 활용한 코드 완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 개발자의 수작업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생산성이나 효율성 향상의 이면에는 눈에 띄는 문제를 직접 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앞서 스택 플로우의 조사에 따르면 “AI로 완성된 코드를 검토하는 데 10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그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저하되었다”는 반응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AI가 생성하는 코드가 너무 많아지면서 코드의 품질이 훨씬 떨어진다”고도 했다. 바로 이런 기술적 ‘허점’을 개발자 등 숙련된 사람이 메꿔야하는 셈이다.

이는 곧 기술발전의 또 다른 취약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는 분명 작업 능률을 개선하긴 하지만, 기술 자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들을 인간이 해결해야 하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AI 도구를 사용, 프로덕션 환경에 배포되는 코드의 양을 늘렸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응답자들은 “이전보다 코드 디버깅(취약점 해소)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AI 도구를 도입한 후 보안 취약점 해결에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는 것이다.

스택 플로우 조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많았다. 심지어 많은 개발자들은 “AI 출력의 정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욱이 AI 도구가 기업 활동의 만능 도구로 과대포장되면서 실망감도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인간의 손길’이 필수적인 영역도 날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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