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분기 실적 비교적 호조, MS 수익 증대, 메타·애플도 ‘양호’
올들어서만 3천억 달러 투자, ‘밑빠진 독 물붓기’ 그칠까?
AI와 광고 접목, AI폰, MS 애저 매출 증대 등 ‘실적 호전’
투자자들 “투자 vs 수익 ‘가성비’ 좋은 결과” 기대하지만…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이른바 ‘AI 3대 강국’을 내건 새 정부의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선 인재 양성과 함께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 기존 정부 차원의 예산이나 지원만으론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대신에 좀더 광범위한 민간 기금이나 펀딩 등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주 있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실적발표와 함께 새로운 AI 투자 규모 등은 새삼 눈길을 끈다.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 기술업계를 대표하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이 모두 이번 주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외신을 종합하면, 이들 중 상당수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실현했다. 그러나 그런 실적 못지않게 정작 눈길을 끄는게 있다. 엄청난 AI 투자 규모다. 실적 발표보다 더욱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AI 투자 급증세와 추가 투자 계획들이다.
메타, MS, 애플 등 엄청난 투자
이번 실적 발표 직후엔 실리콘 밸리의 AI 투자가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인가라는 조심스런 진단도 나왔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눈에 띄게 실적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그 동안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비판을 사온 바 있어, 이런 시각은 새삼 관심을 끈다.
이에 실적 못지않게 이들의 향후 AI 투자 규모가 더욱 눈길을 끈다. AI와 관련하여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그간 AI에 쏟아부은 비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실리콘 밸리가 올해만 3,0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대략적인 수치다.
메타는 CEO 마크 주커버그가 그간 AI 경쟁에서 다른 경쟁사에 뒤처졌다고 자인한 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막대한 투자는 특히 최고급 인재 영입에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최고 인재들을 ‘최소’ 수백만 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으로 스카웃하고 있다. 사실 여부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챗GPT 개발 당사자들인 ‘4인방’에 대해선 1인당 1억달러(한화 1380억원)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기까지 했다.
메타는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저커버그는 메타가 AI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여럿 건설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계획은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스레드(Threads)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이런 데이터센터 중 하나만 해도 ‘맨해튼’ 크기와 거의 맞먹는 크기”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메타는 올해 660억 달러에서 720억 달러 사이의 투자를 예상하며, 내년에는 데이터센터와 채용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AI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기에만 300억 달러의 자본 지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AI 투자 전망이다.
애플 또한 “AI 투자를 ‘상당히’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 회사 역시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이는 주로 아이폰 판매 덕분으로 분석된다. 그런 가운데 팀 쿡 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투자자들에게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AI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한 기업 인수도 유력한 선택지”라고 밝혔다.
이처럼 예상치를 넘는 투자 규모에도 불구, 그 동안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등했다.
사상 최대 분기 자본 지출(투자) 전망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주가 상승 덕분에 엔비디아에 이어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두 번째 기업이 되었다. 특히 지난 31일 한때 4조 달러의 벽을 넘었다.
“일단 소정의 투자 수익 창출 가능”
이같은 천문학적 투자가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일단 소정의 투자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타의 광고 매출은 지난 분기 월가 예상치를 20억 달러 상회했다. “광고 시스템에 AI를 도입한 덕분”이라는 저커버그의 얘기다. 그는 이런 매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며, “특히 ‘초지능 AI’ 개발 전담팀을 구성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광고 사업에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Azure)의 이번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75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MS의 발표다. 생산성이나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문의 매출 또한 예상치를 상회했다. 경영진은 또한 AI 제품인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의 광범위한 도입 덕분에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움직임을 감안하면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즉, 실리콘 밸리의 AI 투자가 마침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일까? AI 수요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러나 아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지난달 초 발표된 논문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생성AI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 자체의 잠재력이 아니라, 사람과 기업이 실제로 AI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슬도 꿰어야 서말’이란 말처럼 많은 소비자들이 AI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는 지적이다. 아직은 기술, 과학, 금융 분야를 제외하고는 널리 채택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도 주로 대기업에 의해 도입되고 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규모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만약 수요가 예상대로 증가하지 않을 경우 자칫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실리콘밸리의 실적 발표는 AI 대세론자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천문학적 투자가 과연 그에 걸맞은 ‘가성비’의 수익을 창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란게 현지 애널리스트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