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경제학의 결합”, 크게는 ‘희소성, 네트워크 효과, 생산비’
각종 시장분석기관, 경영학계 등 다양한 분석으로 ‘가치 구조’ 설명
구체적으론 ‘코드’로 강제된 희소성, ‘탈중앙화’ 합의의 유용성, ‘감정’ 등
커뮤니티, 신념에서 비롯된 가치도 작용…기존 가격결정론과는 달라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크립토뉴스)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크립토뉴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훌쩍 넘어 12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비트코인의 가격은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될까. 그 가치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나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까지 시장 전문가와 거래소, 각종 시장분석기관의 분석과 자료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비트코인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채굴 숫자에 제한을 둔 프로그래밍에 따른 희소성,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생산 비용 등이다. 이 밖에 시장의 심리 등 감정이나 신념, 판단 등이 비트코인의 가치(가격)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 년 남짓한 기간 동안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분야에서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자산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그런 ‘비트코인 신화’를 만든 가치는 무엇에 달려있을까.

비트코인은 기업처럼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않고,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의 뒷받침도 없다. 가치를 보장하는 중앙 기관은 더더욱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디지털 토큰에 수만 달러를 기꺼이 지불할까? 이에 대해선 다소 다른 의견들도 있지만, 대략 몇 가지 요인으로 집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축은 프로그램화된 채굴량 제한

우선 비트코인 가치의 첫 번째 축은 프로그램 기반의 희소성이다. 비트코인은 고정된 공급량을 가지고 있으며, 총 2,100만 개의 코인만 생성된다. 이런 채굴 수량 제한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합의 규칙에 의해 강제된 것이다. 채굴 참여자들은 이를 인플레이션을 막는 방벽으로 여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희소성 때문에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을 사용자 채택과 보안을 통해 가치를 도출하는 분산형 네트워크로 모델링한다. 이 두 가지 모두 통화 정책에 내재된 인센티브에 의해 가격이 책정된다. 이같은 균형잡힌 프레임워크에서 희소성은 장기적인 가치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희소성은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삼는 요인이 된다. 특히 통화 공급이 확대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이미 여러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지 연구한 바 있다. 그 결과 크루거, 마이어 등이 논의한 ‘스톡-투-플로우’ 모델이 지금까지의 데이터흐름과 상당히 부합함을 보여줬다. 비트코인의 가치 구성 요소로서 희소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비트코인 시세표. (출처=코인게코)
비트코인 시세표. (출처=코인게코)

P2P 디지털 자산으로서 네트워크 효과와 효용

그러나 희소성만으로는 비트코인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비트코인의 수요는 P2P 디지털 자산의 특성과 관련있다. 즉 미래에 다른 사람들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한다. 즉 사용자 기반으로 가치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른바 ‘토큰경제학’ 모델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채택하고 신뢰할수록 네트워크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역학 관계는 비트코인이 여러 번의 호황과 불황의 순환을 견뎌낸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다.

나아가서 “사용자가 암호화폐의 가치를 유지하고, 거래에서 승인될 것이라고 기대할 때 암호화폐의 가치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승인’에 대한 기대가 비트코인과 같은 변동성이 큰 자산을 어떻게 안정화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업 증명(PoW)’에 의한 비용, 투기 심리 등

비트코인은 또한 현실 세계의 비용인 채굴에 의해 뒷받침된다. 네트워크 보안과 거래를 위해 비트코인은 ‘작업 증명(PoW)’이라는 시스템에 의존한다. 이 시스템에서 채굴자들은 전력과 하드웨어를 사용, 암호 퍼즐을 풀기 위해 경쟁한다.

물론 이같은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에 대한 해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자들은 ‘생산 비용’이 비트코인 가격의 근본적인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트코인이 채굴의 ‘한계 비용’보다 낮게 거래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가격 지지를 뒷받침한다. 즉 에너지와 보안 유지가 가치 평가(가격 결정)에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나아가서 채굴 인센티브와 네트워크 보안의 강도 역시 가격 결정 요인이 된다.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론 외에 비트코인의 균형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투자자 심리, 특히 투기심리를 반영하기도 한다. 언론 보도나 소셜 미디어의 센세이셔널한 보도나 토픽은 가격 상승이나 급격한 매도세를 촉발할 수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온라인 검색 트렌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또한 ‘투자자 관심 지표’를 통해 암호화폐 수익률을 어느 정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거시경제적 기본 요소와 관련이 없다. 대신에 ‘감정’과 ‘믿음’, 즉 심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디크립트)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디크립트)

거시경제적 변수, 포트폴리오 수요도 작용

비트코인의 가치는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저금리 환경과 법정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非주권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하곤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특히 시장이 어려운 시기에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경향이다. 즉, 전통적인 안전 자산보다는 투기적 자산처럼 움직이지만, 특정 시장 상황에서는 분산 투자의 효과(포트폴리오)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비트코인의 헤지 속성이 상당히 변동적이며, 위기 상황보다는 안정기에 헤지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도 따른다.

말 그대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기술, 즉 ‘엔지니어링’과 경제학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코드’에 의해 강화되는 희소성, ‘탈중앙화’된 합의에서 도출되는 유용성, 그리고 감정, 비용, 그리고 거시 경제 상황에 의해 형성되는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상품, 기술주, 또는 투기성 토큰처럼 움직이거나, 이 모든 것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복합적 특성이 비트코인을 매력적으로 비치게한다. 동시에 기존 가격 모델로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영국 버밍엄 경영대학원의 앤두류 어쿼트 교수는 ‘크립토 뉴스’에 소개된 자신의 논문에서 “결국, 비트코인의 가치는 ‘현재의 행동’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미래에 비트코인이 어떻게 될 수 있다고 믿는지에 달려 있다”며 “유용성, 인센티브 등에 대한 이러한 믿음이 지속되면 그 가치 또한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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