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암호화폐 확장 속, 암호화폐 업체들 월가 은행의 눈엣가시?
고액 수수료·계좌접근 제한 등 ‘성장세’ 억제 나서
JP모건 등 코인베이스·로빈후드 등 압박, "국내서도 장차 예상"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국내에서 장차 있을 법한 일이 미국 월가에서 벌어져 눈길을 끈다. 은행 등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나 온라인 증권 관련 업체들의 성장을 적극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수수료를 높이고, 계좌 접근을 어렵게 함으로써 애초 금융시장 주류에 진입할 수 없도록 ‘싹’을 자르려는 움직임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날로 발달하면서,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업계도 이에 적극 투자하며 본격적인 영역으로 삼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기존 글로벌 거래소나 증권사들은 이들에게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월가의 미국 은행들은 높은 수수료와 접근성 제한으로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미국 온라인 증권 플랫폼 로빈후드 등을 억누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성장에 힘입어 날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로빈후드는 지난 2분기에 거래 증가와 수수료 수입 확대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며, 큰 폭의 성장을 시현했다. 암호화폐 거래 수익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역시 암호화폐 시장이 날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직 우린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기존 금융권과 디지털 증권사나 거래소 간의 갈등은 결코 ‘남의 얘기’만은 아니란 얘기다.
크립토뉴스, 코인베이스 등에 따르면 주요 미국 은행들은 최근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와 같은 대표적인 암호화폐 플랫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거래 수수료와 계좌 접근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알렉스 램펠과 타일러 윙클보스 등 암호화폐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들은 거대 은행들이 ‘작전명 초크포인트 3.0(Operation Chokepoint 3.0)’이라는 명분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조직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유명한 벤처 캐피털 회사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제너럴 파트너인 램펠은 최근 자사의 뉴스레터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널리 알렸다. 그에 따르면 JP모건과 같은 은행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코인베이스나 로빈후드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100달러를 이체하는 데 10달러를 부과하는 등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제도 금융권에 대한 이들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이에 JP모건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제미니(Gemini)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타일러 윙클보스는 ‘X’에 JP모건이 핀테크 플랫폼에 고객 데이터 접근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비판했다. “‘반경쟁적’이고 금융 서비스 혁신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JP모건은 오히려 보복조치에 나섰다. “고객 데이터 오용을 제한하고자 한다”는 이유로 제미니의 계좌 개설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는 사세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향후 몇 달 안에 토큰화된 미국 주식, 파생상품, 예측 시장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은 물론세계 각국에서 온체인 거래를 위한 ‘모든 것을 갖춘 거래소’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것이다.
로빈후드 역시 유럽 사용자들을 위한 주식과 ETF 토큰을 출시했다. 200개 이상의 미국 상장 증권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했다. 수수료 없는 거래와 배당금 지원을 제공하며,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암화화폐 친화적 분위기에 힘입은 바 있다. 앞서 지난 주 폴 앳킨스 미 SEC 위원장은 16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더욱 명확한 암호 자산 정의, 토큰화된 증권 지원, 혁신을 위한 안전하고 합리적 규제”를 천명한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함께 규칙을 제정하고, 온체인 시장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전문가들의 주장대로라면, 부풀려진 은행 수수료와 계좌 제한으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은 저비용으로 광범위한 자산군을 제공하는 핀테크 솔루션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논란이 확산됨에 따라 미 SEC나 법무부 등 규제 기관이 이들 은행의 ‘반경쟁 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설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가 토큰화된 증권 등에 적극 진출하는 과정에서 새삼 공정한 경쟁의 장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금융 기관과 핀테크 혁신 기업 간의 경쟁이 이처럼 왜곡되면서 개방적인 블록체인 기반 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