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AI 행동계획’에 中 ‘AI 국제거버넌스’로 맞받아쳐
트럼프 ‘美우선주의, 규제완화’ vs 중 ‘글로벌 AI 협력’ 강조
“트럼프는 이단같고 일관성 없지만, 中정부는 점잖은 어른같아”
‘AI안전’ 중국의 ‘본심’은 의심스러워, “결국 AI패권 전술의 일환”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경. (출처==챗GPT)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경. (출처==챗GPT)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미국이 새로운 AI 비전을 발표하자, 중국도 즉각 이에 상응한 AI 정책 구상을 내놓았다. 지난 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AI 행동 계획’을 발표한 지 3일 만에 중국도 보란 듯이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 계획’을 제시했다. 다만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에 초점을 둔 반면, 중국은 ‘국제 협력’을 강조, 짐짓 포용적 태도를 과시한 점이 다르다.

중국, 세계에 ‘AI 어젠다’ 제시한 ‘AI 서밋’ 열어

중국은 자국 내 연례 AI행사에서 이런 ‘거버넌스’를 발표했다. 해당 행사는 마치 자신들이 세계 AI문명의 중심 역할을 할 것처럼 이름부터가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다. 이 행사에서 규제완화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의 ‘AI 행동계획’을 비웃듯, ‘글로벌 AI’를 강조하는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와이어드 등 실리콘밸리 기술매체들은 “(트럼프와 비슷한 시기가) 과연 우연일까. 결코 그게 아닐 것”이라고 단정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또 이 자리에 미국과 주요국의 AI관련 대가들을 대거 초청, 한껏 위세를 자랑했다. AI 대부로서 2024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이나, 에릭 슈미트 등 명망가들을 다수 초청했다.

정작 실리콘밸리나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단지 일부 기술매체와 SCMP, 디지털타임 등 아시아권 언론들이 주로 현장 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현지 소식에 의하면 스케일이나 내용면에서 매우 거창했다. 취재에 나선 몇 안 되는 서방 매체 중 한 곳인 와이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AI 비전과는 정반대였다”고 현장을 자세히 묘사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행사에선 특히 리창 중국 총리가 “AI에 대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중국의 저명한 AI 전문가들도 행사에 총출동, 미국이 외면하고 있는 AI 관련 사안들을 화두로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경. (출처==챗GPT)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경. (출처==챗GPT)

국제 협력 강조,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간접 저격

중국 최고의 AI 연구 기관 중 하나인 상하이 AI 랩의 저우 보웬(Zhou Bowen) 소장은 행사에서 특히 자체 ‘AI 안전 연구팀’의 성과를 자랑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상용 AI’ 모델의 취약점을 모니터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시 트럼프를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다. 또 다른 중국 AI 분야의 주요 인사들은 “전 세계 AI 안전 관련 기관들이 협력할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영국,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여러 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미국과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저격하는 듯한 모양새다.

행사에선 AI 안전 정책 문제에 대한 비공개 회의도 열렸다. 함되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서방 인사들은 “미국 리더십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생산적이었다”고 했다. 미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중국, 싱가포르, 영국, EU가 공동으로 이끄는 주요 AI 안전 주체들의 연합으로 최첨단 AI 모델 개발을 위한 가드레일을 구축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엔 주요국 중 미국 정부만 빠졌다. 또한 미국의 주요 AI 연구소 중에선 일론 머스크의 xAI만이 참석했다.

많은 서방 방문객들은 중국에서 AI 관련 논의가 ‘안전 규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놀랐다. AI 안전 연구소 ‘콘코디아 AI’ 관계자는 “(행사 기간인) 지난 7일 동안 내내 AI 안전 행사에 쉴 새 없이 참석할 수 있었다. 다른 글로벌 ‘AI 서밋’에서는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그 만큼 수많은 AI 안전 관련 행사가 반복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과연 AI 개발에 앞서 ‘안전’에 충실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대부분 참석 인사들은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 보단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사실상 AI 속도전에 무게를 싣는 트럼프 행정부와 굳이 차별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경. (출처==챗GPT)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경. (출처==챗GPT)

종래 미국과 중국의 태도, 정반대로 뒤바뀌어

중국의 AI 청사진과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계획을 비교해 보면, 양국의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이 처음 첨단 AI 모델 개발을 시작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공산당 정부의 검열때문에 개발이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오히려 자국산 AI 모델에 대해 “객관적인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검열이나 다름없는 제재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백악관과 정부의 ‘상명하달식 이념적 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가 이어지는 것이다. 우파 내지 극우적 성향의 속성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중국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계획’은 지구촌 보편의 세계주의자들의 선언문처럼 읽힐 정도다. 이는 유엔이 국제적인 AI 노력을 주도할 것을 권고하고, 각국 정부가 AI 기술 규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제 협력의 질서를 표방하고 있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듯한 모습이다.

물론 중국 정부와 사용자들도 평소 ‘AI 안전’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모델의 환각이나, 차별, 실존적 위협, 사이버 보안 취약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AI 모델을 사용해 AI 모델을 모니터링하는 안전 기술이나, 상호 운용 가능한 안전 테스트 표준 개발 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당국자들은 정작 그 실현 방식에 대해선 이처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새로운 국가 차원의 AI 규정(규제)의 법제화를 10년간 유예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안전보단 규제 완화에 이처럼 주력하는 셈이다. 반대로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관리들은 AI에 대한 (안전) 보호 장치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전 기술에 대한 국내 표준과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디지털타임 등 일부 언론은 “트럼프가 이단적이고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도발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점점 더 어른처럼 보인다”고 빗대기도 했다. 이번 ‘세계인공지능대회’를 통해 중국은 나름의 새로운 AI 비전을 통해 마치 “세상을 바꿀 혁신의 리더십을 원한다면 중국을 보라”는 듯한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출처=챗GPT)
 (출처=챗GPT)

중국의 이런 태도, 어디까지 ‘진심’이냐가 문제

역시 현장을 취재했던 기술매체 ‘기즈모도’는 “미국은 날로 퇴행적 후퇴를 하는 반면, 중국은 모처럼 AI패권을 향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처럼 느껴진다”고 촌평했다. 특히 “모든 국가가 AI 위험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을 구할 만한 ‘롤모델’을 찾고 있는 지금, 중국이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이런 태도가 어디까지 ‘진심’이냐 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학계가 겉으론 AI 안전 강화 노력을 크게 강화한다고 했지만, 미국 등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콘코디아 AI’ 조사에 따르면, 중국 AI 연구소들은 서방세계 연구기관에 비해 오히려 AI 안전에 관한 성과나 정보를 많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13개 최첨단 AI 개발사 중 안전성 평가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한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기업들이 AI 안전 위험에 대처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는 보내고 있다. 중국 내 많은 스타트업들도 이런 기조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최첨단 연구소들도 최신의 안전 연구 결과를 더 많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 AI 기업들이 점점 더 강력한 AI를 오픈소스화함에 따라, 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오픈소스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야말로 ‘국제적 AI협력’의 방안이기도 한다. 미·중 간의 이런 보이지 않는 ‘긴장’의 끝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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