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에너지, 냉각수 ‘하마’의 해법 절실, 현재로선 뾰족수 없어
中 수중 데이터센터 역시 바다생물, 해양수 온도 상승 등 문제
최근 원자력 발전이 부각, 역시 “환경훼손 등이 걸림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대란’을 치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생성AI 시대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컴퓨팅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막대한 에너지와 전력, 서버 냉각을 위한 엄청난 양의 냉각수 등으로 건설 그 자체가 지구환경을 해치는 원흉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최근 메타가 거의 미국 뉴욕 맨해튼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예정하면서 “한 지역사회의 물꼬를 완전히 메마르게 할 수도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자칫 예정된 계획대로 지어질지도 미지수다. 또 한켠에선 바다 등 수중 데이터센터를 추진하거나, 원자력발전을 적극 활용키로 하는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中, 라디에이터 장착 ‘랙’ 통해 순환 해수 이용
최근엔 중국이 수중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면서, 새삼 ‘데이터센터’ 대란의 심각성이 주목받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화 약 2억 2,300만 달러 규모의 수중 AI 데이터 센터는 해수 냉각과 해상 풍력을 활용,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규모 모델 학습 작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상하이 해안에 들어선 수중 AI 데이터센터는 애초 MS나 메타 등이 생각했던 심해의 시설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해수를 이용, 고성능 서버를 냉각하고 해상 풍력을 이용하여 전력을 공급하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보도에 따르면, 이 시설은 기후 친화적 인프라와 AI 확장 야망을 연계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 수중 시설은 라디에이터가 장착된 랙을 통해 순환되는 해수를 사용,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기존 시스템 없이도 냉각 상태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가장 큰 장점이자, 중국이 차별화시킨 독자적 기술이다. 인근 해상 풍력 발전소에서 에너지의 97%를 공급받고 탄소 배출량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는 집중적인 AI 워크로드를 처리할 수 있는 198개의 서버 랙이 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안정적이며 온도 조절이 가능한 환경에서 운영된다. 컴퓨팅 성능 역시 단 하루 만에 대규모 언어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서방 국가에선 수온 변화 등 환경단체 반발
구글과 메타 등 빅데이터들도 해저 데이터센터를 계획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수중 자원과 생물에 대한 악영향이나 수온 변화 등 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찮아 추진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중앙집권적 전체주의 정권하의 중국이다보니, 별 잡음없이 수중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전 세계 대부분의 데이터 센터는 여전히 육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건조한 공기는 하드웨어를 보호하지만, 제한된 물 공급이 늘 문제다. 냉각에는 매일 수십만 갤런의 물이 필요하며, 이는 농장이나 지역사회의 물부족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LLM이 복잡해질수록 소모 전력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그런 전력의 거의 40%가 또한 서버 냉각 시스템에만 사용될 정도다.
중국이 시도한 수중 데이터 센터는 그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많다. 해수를 이용한 냉각은 에너지 사용량은 줄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냉각 후 뜨거워진 물을 쏟아냄으로써 주변의 산소 수준을 감소시켜 해양 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수중 데이터센터를 지은 중국 회사(Hailanyun사)측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며, “수온 상승은 1도 미만이었으며 실질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부작용도 많다. 앞서 빅테크들이 바닷속 데이터센터를 계획할 무렵,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연구원들은 “특정 주파수의 음파가 수중 서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에 이들은 이러한 간섭을 조기에 감지, 억제하는 머신러닝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육지에서는 일상적이고 수월하게 이뤄진 작업들이 수중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속도가 느려지며, 접근이 제한적이고, 고장 수리가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미국 주요 전력 회사들이 올여름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전기요금을 무려 20%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장애물 많은 원자력발전이 그나마 해법
지난 6월 아마존 역시 에너지 회사인 탈렌 에너지(Talen Energy)와 AI 기반 데이터센터를 위한 원자력발전 계약을 체결했다. AWS는 이를 통해 2042년까지 최대 1,920MW의 원자력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빅테크 기업과 에너지 유틸리티 간의 전형적인 상호협력의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AWS는 로이터에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와 AI 운영을 위해 일관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 공급을 보장함으로써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생성AI 워크로드의 탄소 발자국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아마존은 ‘탈렌’사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설치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SMR은 기존의 대형 원자로보다 유연성, 확장성, 비용 효율성이 뛰어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다. 수요 중심지에 더 가깝게 배치되고 재생 에너지원과 더욱 쉽게 통합될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그로 인해 특히 “분산형 AI 워크로드 및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이상적인 솔루션”이란 설명이다.
메타 역시 이달 초 또다른 전력회사와 계약을 체결, 해당 회사의 원자로를 20년 더 가동하기로 했다. 이는 “전력 소모가 많은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서 원자력 에너지의 부활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다른 빅테크들에게도 선례를 남겼다. 脫탄소화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AI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같은 기업들도 아마존처럼 원자력 에너지 공급업체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이같은 원자력 발전 기반의 데이터센터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즉 “전력 회사와 기술 기업들이 AI 및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과 함께 탄소 배출 없는 전력 생산을 함께 확장할 청사진”이란 평가도 낳고 있다.
야생 서식지 훼손 논란, 공사 중단도
그럼에도 원자력 AI 데이터센터 건설 역시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환경훼손이 가장 큰 이유다. 심지어는 희귀한 생물종의 서식지를 없애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공사와 계획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있다.
메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이 회사의 원자력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은 ‘벌’(bee)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부지에서 희귀 벌이 발견되었다.
당시 CEO 마크 저커버그는 전체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벌’이 발견됨으로써 수많은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건립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공개했다. 저커버그는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이 계약이 성사되었다면 메타가 최초의 원자력 AI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메타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도 원자력 에너지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시기에 “AI 개발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또한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와 협력하여 2030년부터 미국에 자사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7개의 소형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오는 10월 여러 기업과 소형 모듈형 원자로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