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 과정 전 단계 자동화 로봇, 한약 조제 RFID 기반 스마트 시스템 등
농업 현장에 AI와 로봇 기술 적용해 생산성·품질 향상 실현

'2025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PRO 2025)' 전시 부스 모습.(사진:애플경제)
'2025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PRO 2025)' 전시 부스 모습.(사진:애플경제)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AI 기술이 밭으로 들어가고, 로봇이 사람 대신 농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고기를 해체하는 로봇, 커피를 타는 로봇, 약재를 조제하는 로봇이 전시관 안을 채웠다. 현장에서 마주한 기술들은 도축과 조리, 조제와 수확까지 사람이 하던 작업을 자동화한 사례들이다.

“기술과 창업이 맞닿은 지점에서 농업의 미래를 다시 그려야 합니다.”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AI와 디지털 전환이 만드는 새로운 농식품 산업을 이끄는 건 스타트업”이라며 “정부도 창업 생태계 조성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개막한 '2025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PRO 2025)'는 농업이 기술로 바뀌는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키워드는 단연 '자동화'였다. 특히 로봇 기술이 농식품 산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도축 작업, 약재 조제, 수확과 방제까지 사람이 하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었다.

고기 해체부터 도축장 자동화까지, 로봇이 맡는다

로보스는 항문 적출, 절개, 정리까지 도축의 모든 단계를 자동화한 로봇 4종을 전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람이 해야 했던 고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도축 공장 전체를 무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로봇들은 각 도축 공정에 맞춰 맞춤형으로 설계돼 있다. 연구개발이 끝난 일부 제품은 실제로 유통 중이고,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제주, 고성 등 일부 조합과 도축장에는 이미 이 로봇이 실제로 투입돼 있다.

회사 측은 “로봇을 도입한 농가에서는 사람이 했을 때보다 생산성과 품질이 더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입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1년 이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게 기업 측 설명이다.

오너브(OWNHERB) 부스 모습. 오너브는 ‘HAP 시스템’을 전시했다.(사진:애플경제)
오너브(OWNHERB) 부스 모습. 오너브는 ‘HAP 시스템’을 전시했다.(사진:애플경제)

한약 조제 시간 단축…5분 내 완성하는 첨단 기술

이번 박람회에는 자동화 기술 외에도 한약 조제와 관련된 독특한 자동 시스템도 등장했다. 오너브(OWNHERB)는 ‘HAP 시스템’을 전시했다. 한약 원재료를 자동으로 조제하고 포장하는 이 시스템은, 의료인의 처방과 연동되는 전자의무기록 차트와 연결된다.

‘카멜레온’이라는 자동 조제 장치는 5분 안에 한약을 추출하고, 건조하고, 알약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이 장치는 약재를 RFID로 추적하며, 제조부터 포장까지 모두 자동화된 상태로 이뤄진다.

오너브 측은 “기존 수작업 방식이 5시간이 걸렸다면, 이 시스템은 5분이면 충분하다”며 “정확도, 위생, 조제 속도 면에서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올해 초 CES 2025에 이어, 이번 박람회에서도 농업과 전통의약이 기술을 통해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AFPRO 2025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으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코엑스, 농협 등이 공동 주관했다. 2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참여해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분야의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외에도 투자자 대상 IR 행사, 국유 특허 기술이전 설명회, 바이어 미팅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박람회 관계자는 “단순히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이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투자사나 바이어들의 관심도 예년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기술이 단순한 시연을 넘어서 실질적 농업 솔루션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 박람회의 가장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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