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에 완화 명분 제시, “美제품이 글로벌 A의 중추”
GPU를 ‘美달러’에 비유, “GPU, AI 컴퓨팅의 ‘글로벌 기축 통화’”
中 군사용 칩, 해외 의존 불가, 일각선 “中, 자체 칩 박차” 반론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대중 칩 수출 제재 완화 과정에서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끈질긴 설득과 로비가 주효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 젠슨 황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H20 GPU의 중국 판매를 위한 수출 허가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올해 초 미국의 H20 GPU 제한 조치가 시행되자, 젠슨 황은 “중국에 대한 칩 규제가 오히려 중국 국내 생태계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제 H20의 제재가 크게 완화되면서 “중국의 해외 AI 칩 조달 비율이 기존 42%에서 7%포인트 상승한 49%에 이를 것”이란 리서치 기관의 전망도 나왔다.
엔비디아 H20 칩, 중국서 상당한 잠재 수요
황 CEO는 엔비디아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판매 재개를 통해 “미국 제품이 글로벌 AI 하드웨어 기반의 중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중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GPU를 ‘미국 달러’에 비유하며, GPU가 AI 컴퓨팅 분야의 ‘글로벌 기축 통화’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젠슨 황은 특히 “중국군이 컴퓨팅 수요를 위해 해외 칩에 의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 칩 설계업체들이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와중에도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미국의 국가 안보 우려가 ‘기우’라고 반박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 면에서 엔비디아를 따라잡지 못했다는게 상식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AI 칩 개발 과정에서 부딪히는 가장 큰 한계는 중요 장비의 부족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 판매를 제한함으로써 더 이상 최신 칩 제조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는게 단점이다.
또한 대만 TSMC 역시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첨단 칩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지금까지도 모든 칩을 기존 기술로만 생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만약 H20 칩 출하가 재개될 경우엔 사정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주요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중국 내 잠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 내 H20 수요를 견인할 또 다른 요인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2024년 출하된 H20 칩은 HBM3 8hi 메모리를 사용했지만, 2025년에는 HBM 3e 8hi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중국 국내 기업들 HBM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中 기업들, ‘공격적으로 엔비디아 재고 확보’ 예상
엔비디아의 H20 GPU는 이미 미국이 허용한 낮은 품질의 대중 수출 지침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성능을 저하시키는 엄격한 설계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Hopper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기업이나 非제재국은 그보다 훨씬 고성능인 ‘블랙웰’l 아키텍처를 통해 설계와 제조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트렌드포스(TrendForce) 등 또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에 대한 H2O 판매 재개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재고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의 AI 시장은 (대중 제재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전히 취약하며, 엔비디아로선 그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란 시각이다.
따라서 중국 OEM과 CSP들이 엔비디아 제품을 계속 비축함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는 국내 AI 칩 제조업체와 생태계 참여업체들도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엔비디아 H20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 오히려 중국기업들은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중국의 지정학적 변수와 함께 중국 내 시장 생태계를 감안하면, “중국 국내 칩 설계업체와 반도체 기업들은 분명 독자적인 칩 개발을 병행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