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사상 유례없는 용수와 전력 소모 예상
저커버그, ‘건축’ 발표 직후부터 ‘데이터센터 공해’ 논란 본격화
웬만한 중견도시 맞먹는 에너지 소비, ‘뉴욕시가지 뒤덮는 규모’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메타가 사실상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두고, 엄청난 물과 전력 소비에 대한 우려가 새삼 높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데이터센터가 인근 지역의 용수와 전력망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뉴욕 맨해튼이나 웬만한 중소도시 규모의 메타 데이터센터가 알려지면서 새삼 ‘데이터센터 공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초지능’ 구현 위한 데이터센터
앞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수천억 달러를 들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메타는 AI 구축을 위해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른바 ‘초지능’ 구현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가동키로 하고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첫 번째 센터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로 명명되었다. 다음으로, 맨해튼만 한 크기의 하이페리온(Hyperion)이라는 데이터 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수년에 걸쳐 최대 5GW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들은 수백 메가와트 용량이 보통이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전기를 소모한다. 그러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는 지금까지 지어진 어떤 데이터센터보다 큰,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문제는 이런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외딴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은 흔히 인구밀집의 지역 사회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용수나 전력 공급 등 인프라 수요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 센터는 전력 소모뿐만 아니라 물 사용량도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보니 큰 문제가 된다.
‘뉴욕타임스’, 별도 기획기사로 비판
이에 ‘뉴욕타임스’는 메타의 세계 최대 발표 다음 날 장문의 기획기사를 통해 지역사회의 물 공급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현장 르포와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지어진 메타의 데이터센터는 인근지역 물 공급에 갖가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 애틀랜타 동쪽에 있는 한 데이터센터는 가동 직후부터 지역 우물이 말라붙는가 하면, 도시 상수도 가격을 급등시켜 2030년까지 물 부족과 배급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역의 수도 요금은 향후 2년 동안 33%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 미 조지아주 뉴턴 카운티 외곽에 메타가 7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착공을 시작한 후, 인근 가정집들의 수도꼭지가 말랐다. ‘뉴욕타임스’는 현지 마을을 직접 탐방하며 그 실태를 전했다.
우물물을 사용하는 한 가정은 메타의 새 데이터센터에서 300미터(1,000피트) 떨어져 있다. 2018년 공사가 시작된 지 몇 달 만에 이 집의 식기세척기, 제빙기, 세탁기, 변기가 모두 작동을 멈췄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수압은 날로 약해졌고, 곧 욕실과 주방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물 속 침전물 축적이 문제의 원인이라는게 나중에 밝혀졌다. 메타의 데이터센터 공사로 인해 지하수에 침전물이 쌓이면서 우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지어진 일반적인 데이터 센터는 매일 약 50만 갤런의 물을 소비한다. 그로 인해 지역사회의 용수난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더욱이 저커버그가 직접 발표한 뉴욕 맨해튼 크기의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는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물을 소비할 것이란 예상이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뉴욕시 당국의 ‘수도 허가 신청서’에 따르면, 새로운 메타의 데이터센터는 하루에 수백만 갤런의 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해당 상하수국에 접수된 공식적인 신청서에 기재된 양만 해도 하루 최대 600만 리터의 물을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구 100만명 규모의 도시 전체가 사용하는 수돗물과 맞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지역사회 부를 뺏어” 비난도
세계에서 가장 물과 에너지 소비가 많은 미국에서도 이 정도 분량이면, 몇 개 카운티(한국의 시·군과 유사)의 하루 전체 사용량보다 많은 양이다. 이에 “데이터센터들이 AI기술 기반의 문명을 창출하는지 몰라도, 사실상 지역 사회의 부를 뺏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AI 3대 강국’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향후 대량으로 데이터센터를 계획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미리 인식,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제로 이미 국내에서도 인구 밀집 지역 인근에 데이터센터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과 갖가지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턱센터의 원조격인 미국은 더욱 사정이 심각하다. 이미 텍사스, 애리조나, 루이지애나, 콜로라도 등 데이터센터 집중 지역에선 지역 수자원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기술매체 엔가젯은 “예를 들어, 피닉스의 일부 주택 건설업체는 이러한 데이터센터로 인해 악화된 가뭄으로 인해 신규 건설을 중단해야 했다”며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메타 데이터센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외신에선 또 메타 데이터센터의 조감도가 항공 촬영한 뉴욕 맨해튼 시가지와 겹쳐진 이미지를 통해 그 엄청난 크기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는 뉴욕 중심부를 완전히 뒤덮을 만한 크기다. 그런 만큼 향후 메타 데이터센터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 더욱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