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양사 ‘계약’ 근거로 “MS, AGI 접근 불허” 공표
2030년 시한의 계약 체결 당시 ‘AGI 접근금지’ 명문화
MS, ‘가까운 시일 AGI는 불가능’ 예상, 해당 조항 허용
오픈AI “2025년 AGI 개발”, 해당 ‘금지’ 조항 새삼 환기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상 ‘결별’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처했다. 오픈AI가 추후 AGI를 개발할 경우 후원자이자 파트너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겐 “결코 AGI모델엔 접근하지 말 것”을 명문화했던 계약 조항이 화근이다. 오픈AI는 양사가 2030년 만료 기한을 정한 파트너십 계약 조항 중 MS의 ‘AGI 접근 금지’ 조항을 새삼 부각시켰다. “AGI에 접근할 생각일랑 꿈에도 하지 말라”며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다.
MS로선 어쩌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MS CEO 사티야 나델라의 판단 착오(?)일 수도 있다. 양사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나델라는 AGI가 빨리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샘 앨트먼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해당 조항 초안이 작성될 시점에 MS는 오픈AI가 2030년 양사의 계약 만료 전에 AGI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계약이 체결되었던 2023년 당시 나델라는 ‘와이어드’에 “AGI가 실현될 가능성은 없으며, 만약 그게 출현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사티야 나델라의 ‘판단 착오’?
그러나 그는 AGI가 2030년 이전에 개발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샘 앨트먼은 최근 “2025년에 AGI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만약 오픈AI가 앨트먼의 말처럼 AGI에 도달했다고 선언할 경우, MS는 계약 조항대로 향후 모든 AGI모델에 접근할 수가 없게 된다.
만약 그럴 경우 MS측도 가만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AGI접근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해당 계약을 수정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오픈AI와 샘 앨트먼이 ‘AGI 개발’을 공언할수록 양측의 긴장감은 높아가고 있다. MS로선 자신들에게 한껏 유리한 내용이라고 안심했으나,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결국 이를 계기로 “오픈AI와 MS의 계약에 포함된 조항은 기술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제휴 관계 중 하나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가 된 양사 계약 조항 3가지
외신을 종합하면, 양사 간 체결된 문제의 조항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접근을 종료할 수 있는 조건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 내용을 보면, 오픈AI가 특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AGI 기술을 개발하는 순간에 자사에 유리하게 법적인 효과를 갖도록 했다.
첫째 챗GPT 개발사(오픈AI) 이사회는 AGI 달성을 선언할 유일한 권한을 가진다. 만약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시점 이후에 개발된 모든 (AGI) 모델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둘째, 이 계약은 예상 수익성과 연계된 ‘충분한 AGI’의 기준을 정의하고 있다. 오픈AI가 만약 AGI모델이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하면, MS에 접근권에 대해 법원이 판결로 허용하지 않을 경우 접근을 거부할 수 있다.
셋째, MS는 오픈AI의 지적 재산권을 사용하는 파트너를 통하거나 독립적으로 AGI를 개발할 수 없다. 이러한 제한은 계약 기간 동안 유효하며, 계약 조건이 수정, 변경되지 않는 한 AGI 개발에 참여할 수 없다.
오픈AI가 단호하게 ‘MS의 접근권’을 부정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계약 용어의 모호함 덕분이기도 하다. 오픈AI는 AGI를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대부분의 작업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CEO 샘 알트먼조차도 누구에게 질문을 하는지에 따라, 혹은 동일 대상자라도 질문을 하는 시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트먼은 초지능(AGI)이 이르면 “2025년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픈AI 내부에서는 AGI로 가는 길이 이미 계획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체적으로 ‘일반 AI(AGI) 역량의 5단계’라는 내부 프레임워크가 그것이다. 이는 날로 발전하는 시스템을 측정하기 위한 점진적인 척도를 제시한 것이다.
오픈AI는 다만 ‘기술 표준’을 이유로 AGI에 대한 자체 논문을 비공개했다. 이 논문은 일반적인 과학 논문이 아니라 ‘AGI’ 역량을 분류하기 위한 초기 내부 작업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오픈AI는 또 “유용한 AGI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재현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방법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연구 커뮤니티에 밝혔다.
AGI 출현 이전, 양사 관계 ‘파국’ 가능성 커
이처럼 초지능(AGI)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면서 MS도 초조해졌다. 이에 오픈AI와 체결했던 계약의 해당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MS는 조건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계약 파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또 오픈AI가 ‘공익법인’으로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모색하는 점을 이용, MS는 이에 대한 인 권한을 활용해 지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파트너십 재협상에서 자사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양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지난달 샘 앨트먼은 뉴욕타임스의 ‘하드 포크 라이브’에 출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는 탄탄하다. 매우 좋은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양사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애써 강조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업계에선 “AGI 출현을 앞두고, 두 회사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지 않을까” 하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특히 MS가 AGI에 눈독을 들이며, 오픈AI와의 ‘AI 파트너십’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고 할수록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