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 분야 ‘인간 소외’ 심화, 대규모 해고와 일자리 대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 준비 안된채 새로운 세상 맞이할 수도”
“그럴수록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AI 사용하는 방법 배울 필요”
‘AI 대부’들, “AI와 인간의 협업으로 광범위한 번영 추구해야”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AI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AI를 개발하는 기업이나 개발자들은 특히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AI가 우리의 삶과 일, 그리고 여가 방식을 어떻게, 얼마나 변화시킬지는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버지니아 대학교 경제학자 안톤 코리넥이 CNBC에서 한 얘기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는 “AI가 장차 우리를 강타할 거대한 폭풍이라면, 그간 디지털세상을 규정해온 인터넷은 작은 ‘미풍’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기술이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속도로 발전한다면, 우리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AI 폭풍에 비하면 ‘인터넷 혁명’은 작은 미풍
삶의 다른 부위는 몰라도, 적어도 고용과 노동 분야는 이미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고객 서비스 분야에선 AI 기반의 비대면 시스템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AI자동화 바람이 불면서, 상품기획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의 AI솔루션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오픈AI CEO 샘 앨트먼은 최근 블로그 게시물에서 “2030년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얼마나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앨트먼과 오픈AI가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슈퍼AI, 즉 AGI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나아가서 오픈AI 창립 멤버이자, 퇴사 후 앤스로픽을 새로 만든 다리오 아모데이는 “향후 1~5년 안에 AI가 모든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위 ‘AI의 대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은 BBC 라디오4와의 인터뷰에서 AI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챗GPT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는 출시 후 단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기록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 100만 명에 도달하는 데 10개월이 걸렸고, 현재 X로 알려진 트위터가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2년이 걸린데 비하면, 가히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다가올 ‘AI 쓰나미’에 둔감한 세태 여전?
역설적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아직은 이런 ‘AI 쓰나미’의 미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에 뜻있는 과학자들은 “매우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의하면, AI는 매우 투기적인 기술이다. 아직은 AI기술이 분명 인간에게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발전해온 모습을 보면, 향후 몇 년 안에는 ‘초인적인 지능’을 갖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이미 변화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CEO들은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필연적 변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평소 직원들에게 “AI기술로 인해 대기업의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지시키고 있다. 포드의 CEO 짐 팔리는 “인공지능이 미국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특히 해고와 감원이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는 이미 AI의 대체가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AI 도구가 영업, 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대규모 감원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MS는 당시 1만 5,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지 일주일 만에 이런 주장을 폈다.
비단 MS뿐 아니다. 구글, 아마존, 인텔, 메타, 애플, 세일즈포스, 소포스, 깃허브,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오픈AI 등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나 알만한 기업들은 잊을만 하면, 대규모 인원을 AI로 대체하곤 한다.
기술 업계의 해고 열풍은 2025년에도 여전하다. 해고 추적 사이트인 ‘Layoffs.fyi’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작년 549개 기업에서 15만 건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기술 업계 전반에 걸쳐 2만 2천 명 이상의 근로자가 해고되었으며, 지난 2월의 경우 한 달동안만 1만 6천 84건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아예 채용 과정에서부터 해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한다. 쇼피파이(Shopify)사의 경우 입사 지망자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직책을 할당하기 전에 “당신이 맡을 직무가 왜 AI로 수행될 수는 없는지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관리 등 일상 전반을 AI가 장악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조직 관리를 위해서도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채용, 해고, 승진 결정에 AI를 두루 활용하는 한편, AI가 특히 중간 관리자를 많이 대체함에 따라, 하급 직원들은 ‘인간 상사’ 대신 ‘AI 상사’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 상황도 빚어진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생성 AI가 시험 부정행위 급증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렇다고 무조건 이 기술을 금지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이다. 어차피 학생들은 AI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 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챗GPT 출시 두 달 후인 2023년 1월 설문조사에선 미국 대학생의 거의 90%가 이미 과제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은 “AI가 사회를 뒤흔들 것이라는 예측”은 여전히 예측일 뿐이다. 유명한 Meta의 수석 AI 과학자이자, 역시 ‘AI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얀 르쿤은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아직은) 집고양이가 ‘법학 석사’ 수준이라는 LLM보다 세상에 대한 상식과 이해력이 훨씬 뛰어나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AI가 인간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란 뜻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인간은 기술변화에 충분히 적응”
그러나 더 많은 과학자들은 그와 다른 의견이다. 이들은 “AI가 지금 수준에서 그냥 멈춰선다 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수준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일자리와 삶을 뒤흔들 만큼 발전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AI와 인간의 화해’를 주장하기도 한다. 즉 일자리 감소와 교육 현장의 왜곡이 우려를 사고 있지만, 그 못지않은 낙관적인 전망도 펴고 있다. 즉 “인간은 지난 수 세기 동안 기술 변화에 적응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기대다.
앞서 버지니아 대학교의 코리넥은 “(AI와 인간의 협업으로)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고, 훨씬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훨씬 더 광범위한 번영으로 이어질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적잖은 공감을 사고 있는 낙관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