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구조 생성부터 반응 경로 예측까지 자동화
고분자·반도체·화장품까지
복합 조건 만족하는 소재도 AI가 단시간에 설계
[애플경제 김예지 기자] AI가 나노소재 연구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실험실에서 수개월씩 걸리던 물질 탐색이 이제는 생성형 AI 모델 하나로 며칠 만에 가능해지고 있다. 단순 예측을 넘어, 원하는 특성에 맞는 분자 구조를 직접 설계할 수 있게 되면서 소재 연구 전반의 접근법이 달라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비즈포럼 2025’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AI와 나노의 융합이 이끄는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기업과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AI 기반 신소재 개발 기술과 나노기술의 산업적 파급력을 공유했다.
LG AI연구원의 한세희 팀장은 포럼 발표에서 “과거에는 특정 물성을 갖춘 소재를 찾는 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지금은 생성형 AI로 하루 만에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라며 “이제는 실험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예측으로 연구의 정확도와 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자 생성에서 합성 경로까지, AI가 설계하는 물질
LG AI연구원은 최근 생성형 AI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을 계열사 대상 실험에 본격 적용하고 있다. 고분자, 반도체,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방식보다 몇 배 빠르게 유망 물질을 추출하고, 실험 시간을 대폭 줄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AI가 단순 예측을 넘어 물질의 구조를 직접 생성하고 그 합성 경로까지 함께 제안한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은 사람이 자주 쓰는 반응 유형을 따라가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전자 흐름을 기반으로 AI가 반응 자체를 재구성한다.
한 팀장은 “논문 기반의 다양한 반응 데이터를 학습해, 특허보다 실제적인 예측이 가능해졌고, 합성 현실성도 크게 높였다”며 “난연 고분자, 고온 냉각 소재, 고함량 효능 성분 등 복합 조건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도 AI가 신뢰성 높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노와 AI가 바꾸는 소재 산업의 미래
AI는 물성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특성까지 다룰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난연성처럼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속성도, 다중 물성 예측 결과를 통해 연관된 지표를 유추할 수 있다.
한 팀장은 “고객사의 수십 건 난연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상관 지표를 추출해냈고, 이는 실제 개발 항목에 반영됐다”며 “AI는 이제 연구 방향 자체를 바꾸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실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상용화 가능성 기반 필터링 기능도 구현됐다. 한 팀장은 “기존에는 실험 결과가 시스템과 맞지 않아 탈락하던 소재들이 있었는데, AI가 그 가능성을 미리 분류해 주면서 실험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기반 소재 설계가 친환경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복 실험과 자원 낭비를 줄이면서도 더 정밀한 연구를 가능케 하는 AI는 결국 ROI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산업계에서 의미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