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 “직원 해고 방침 철회, AI와 병존 방법 모색”
정작 상담 직원 ‘구인난’ 겪기도, ‘하이브리드 운영 방식’도 고려
인간 직원 상담은 ‘유료’, AI 상담은 ‘무료’ 등 ‘2단계 방식’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국내 ‘114’ 안내 서비스를 비롯,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크고작은 기업들의 콜센터나 대표전화 상담은 AI자동화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이를 재검토, 일반 직원(사람 직원) 중심 체제로 되돌리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AI상담에 대한 소비자들 ‘불만’ 날로 높아
상담 전화를 걸면, AI 음성 상담원이 응대하는 경우가 많다. 편리할 수도 있지만, 복잡한 내용은 결국 일반 직원에게 다시 연결되곤 한다. 또 민원이나 불편과 불만 상담 등은 AI가 응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소비자로선 AI자동화가 불편하고 짜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그렇다보니 AI와 일반 직원의 협업 체제나, AI로 보완한 일반 직원 중심의 시스템을 고려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선 이미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다양한 사연을 지닌 고객 상담의 경우 AI 기계만으론 역부족이란 판단 때문이다. “디지털화가 중요하지만, ‘디지털’만으론 안 된다”는 결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고객 서비스 부문에선 국내외를 막론하고 AI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그러나 갈수록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뿐 아니라, AI를 도입한 후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영국 등에선 전체 기업의 절반이 AI 도입을 철회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이에 가트너가 최근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고객 서비스나 접객 분야에서 AI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인간 직원은 여전히 필수적인 요소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트너는 영국의 사례를 들어 “고객 서비스 인력을 ‘대폭 감축’할 것으로 예상했던 기업의 절반이 2027년까지 계획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여기저 핵심 요인은 AI기술이 ‘인력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 직원들, 회사에서 AI 역할을 높여가야”
디지털 분석 플랫폼인 ‘퀀텀 메트릭’은 “그러나 많은 기업이 정작 ‘에이전트 없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직원을 구하려 했으나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해서 ‘구인난’을 보여주기도 한다. AI 기반 고객 서비스 전략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겪는 또 다른 딜레마라고 할 수도 있다.
‘퀀텀 메트릭’은 특히 “고객 서비스 관련 산업에서 AI자동화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면서 “무려 95%의 설문 응답자가 “가능한 한 인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궁극적으론 직원들이 회사에서 AI의 역할을 높여가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디지털화’를 우선하지만, ‘디지털 전용’이 아닌 방식을 통해 조급하게 에이전트 없는 모델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함정을 피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AI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완전히 ‘없던 얘기’가 된 것은 아니다.
그 결과 떠오른 또 다른 옵션은 인간 근로자와 AI 에이전트가 융합된,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의 고용 형태가 예상된다. 이는 AI가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즉, 사람들 간의 숱한 상호작용이나 인간관계에서 ‘인간의 손길’은 여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기술과 인간의 공감과, 이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즉 “AI와 인간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탁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란 결론이다.
차별화된 ‘2단계 고객 서비스’도 선택지
이런 논의를 종합해보면, 결국 고객 서비스 분야에선 ‘이중적인 양상’, 즉 하이브리드 고용과 함께 차별화된 2단계 서비스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즉, 인간 직원이 참여하는 ‘VIP’ 고객 서비스의 경우는 유료로 제공될 수 있다. 반면에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없는 고객은 자동화된 AI상담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런 단계별 서비스는 이미 일부 기업들도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퀀텀 메트릭’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AI자동화로 인한 ‘셀프 서비스’나 AI 상담원과의 소통보다는 월별 이용료를 내고, 직접 상담을 받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은 “불만 사항이나 문의는 실제 상담원과 직접 대화할 때만 제대로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AI자동화보단, 인간에 의한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