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컴퓨팅파워, AI칩, 데이터센터 등이 경쟁력 좌우
AI인프라에 의한 패권국 vs 주변국 나뉘어, 미·중 패권경쟁 치열
데이터센터 보유 32개국 불과,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뒤처져
AI역량 부족 국가들, 미국 등 기술패권국에 예속 운명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생성AI’가 붐을 일으키며, 대중화되었지만 정작 국가별로 보면 AI 격차가 심각하다. 나라마다 AI 도입과 활용 수준이 천차만별이란 얘기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AI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국가는 32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국가가 세계사적 ‘AI 경쟁’에서 뒤처져있다.
나아가선 이로 인해 21세기판 제국주의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AI경쟁은 주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반면, 아프리카와 남미는 ‘AI 혁명’의 대열에 제대로 끼지도 못하고 있다. AI기술과 AI칩, 데이터센터, 컴퓨팅파워 등 인프라가 국제적 패권국가와, 그렇지 못한 주변국가로 확연히 구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격차, ‘휴대전화, 인터넷’→‘AI역량’으로 전환
특히 AI기술은 더 이상 재능이나 아이디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를 산업과 일상 전반에 실행할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특히 데이터의 질과 양이 AI의 품질을 결정하는 만큼, 데이터셋 구축 역량과 함께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도 AI경쟁의 관건이다.
디지털 격차는 한때 휴대전화나 인터넷 접근성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의 디지털 격차는 AI를 형성하는 기술과 인프라를 얼마나 확보하고 실행하느냐 하는 것이다.
부강한 나라들은 AI를 통해 새로운 미래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다른 많은 국가들은 컴퓨팅과 데이터셋 등에 필요한 자원의 제한, 빠듯한 자금력, 뒤처진 상황에 대한 초조감 등으로 선도국들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옥스퍼드 대학교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켐프너 연구소 등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나 각종 AI시설, 컴퓨팅 파워 등에서 나라별로 격차가 크다. 갈수록 그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북반구를 중심으로 32개국만이 전문 AI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런 중요한 기술 인프라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 데이터센터 90%가 미국과 중국에
특히 미국과 중국이 지구상에 있는 전문 AI 데이터 센터의 90%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들은 전 세계적으로 87개의 주요 AI 컴퓨팅 허브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39개를 운영하며, 그 뒤를 쫓고 있다. 이에 비해 AI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유럽의 경우 단 6개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와 남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체로 150개국 이상은 이런 인프라가 없다. 데이터센터의 문제점도 많지만, AI 역량의 핵심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데이터센터가 갖추고 있는 AI 관련 기술과 시설이다.
대부분의 데이터센터에는 주로 엔비디아가 제조한 고성능 칩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 칩은 최첨단 AI 도구를 구동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AI칩을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는 AI 개발이나, 과학 연구 등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격차는 단순히 인프라 문제만이 아니라 주권 문제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자체적으로 AI 데이터 센터를 갖추지 못한 나라는 AI 컴퓨팅을 위해 해외 기술, 특히 글로벌 빅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해외 데이터 센터를 임대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지연시간도 많다. 또 기술과 네트워크 운영 과정에서 외국 법률의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의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에게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AI 시대는 아프리카를 더욱 뒤처지게 할 위험이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힌 바 있다.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도 나름대로 AI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긴하다. 케냐의 경우 ‘칼라’(Qhala)라는 스타트업들이 아프리카 언어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데이터 센터가 없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서버를 임대하고 있다. 고성능 LLM은 서버와의 근접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케냐 뿐 아니다. 케냐보다 더욱 낙후된 나라에선 아예 LLM과 AI솔루션 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컴퓨팅 리소스 자체가 없다보니,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AI후진국들 ‘정치·경제적 주권’도 위협받을 우려
강력한 컴퓨팅 칩, 특히 엔비디아의 칩은 데이터 센터의 ‘두뇌’와도 같다. 엔비디아 칩은 때론 신제품의 경우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만큼 구하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들과 각국 정부도 이를 구하기 위해 긴줄을 서기 일쑤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대학교 켐프너 연구소의 경우,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이 소유의 AI 시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격차는 개선은커녕, 날로 더욱 벌어지고 있다. 즉, 컴퓨팅 파워가 미약한 국가의 인재들이 너도나도 자국을 탈출, 미국 등으로 떠나고 있다. ‘테크스토리’에 의하면, 아르헨티나에서도 몇몇 발전된 AI 허브들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매년 더 나은 컴퓨팅 환경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게 ‘GPU’는 그야말로 ‘황금’이나 다름없다.
이런 격차가 날로 심각지면서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로 비약되고 있다. 컴퓨팅 파워 능력이 미약하고, 그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지면서 많은 국가가 혁신의 동력이나, 투자자, 그리고 수많은 인재를 잃고 있다.
나아가서 이는 21세기판 제국주의를 연상케하는 모습을 빚고 있다. 데이터 센터가 없는 국가들은 미국이나 중국 기업으로부터 컴퓨팅 파워를 임대할 수 밖에 없다. 비용이나, 지연 문제 등은 물론 경제적, 심지어 정치적으로 이들 국가에 종속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부 후발국들, 낙후된 AI역량 만회 안간힘
AI인프라는 이미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이 대목에서도 특히 치열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는 지난 달 “아랍에미리트 기업이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는 대가로 중국 기술을 피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술적, 경제적으로 중국에 예속되는 상황을 미리 막겠다는 의도다.
반대로 아프리카에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기존 데이터 센터에 중국산 칩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기 위해 화웨이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은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국제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그러나 앞으론 AI 역량, 즉 컴퓨팅 파워나 데이터센터, 특히 AI칩 등이 국제질서와 패권경쟁의 키가 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졌다. 컴퓨팅 파워가 막강할수록, 국제적 영향력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최근엔 AI경쟁에서 뒤처진 여러 국가들이 현상 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크리퍼블릭’과 뉴역타임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인도는 AI 인프라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40억 달러의 보조금, 유럽 연합은 2,0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 동남부의 짐바브웨에선 이 나라의 한 억만장자가 이끄는 5억 달러 규모의 AI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5개의 데이터 센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AI칩과 컴퓨팅 파워 필요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을 것이냐가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