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독창적 성찰력 둔화, 신경, 언어, 행동에도 ‘부정적’
일련의 연구 결과, “자신이 출력한 글, 전혀 기억도 못해”
손수 작문에 비해 LLM 의존 “지적능력 감소, ‘무지함’ 유발”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챗GPT를 사용해 문서 작성은 물론, 논문이나 보도 기사를 쓰는 경우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해외 언론 일부에선 챗GPT를 적극 활용하면서 기자 인력 상당수를 해고하는 사태도 목격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연구에 의하면 챗GPT에 의존하는 것은 비판적이고 독창적인 성찰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신경기능, 언어능력, 행동 양식 등을 크게 저하시킨다고 해서 관심을 끈다.
글쓰기, 챗GPT에 의존하는 세태에 ‘경종’
이는 문서나 텍스트 작성은 물론, 보도기사마저 챗GPT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계 일부나 기업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유수한 여러 대학들이 심혈을 기울인 객관적 연구 결과란 점에서 이런 내용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웰즐리 칼리지, MIT 미디어랩, 매사추세츠 예술디자인대학 연구진은 지난 4개월 동안 ‘챗GPT에서의 뇌’라는 제목의 연구를 통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많이 사용한 경우 뇌 활동이 저조해지고, 주관적 분별과 판단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자신이 쓴 내용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에 따르면 챗GPT를 사용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창작행위의 일환인 글쓰기를 자동화하고, 비판적 사고에 대한 노력을 (AI에게) 아웃소싱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특히 “챗GPT가 교육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 연구 결과를 널리 공표하기로 했다”고 ‘타임’지에 밝혔다.
교육 분야에도 생성AI, 심지어 AI에이전트가 도입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교육 정책 입안자가 “GPT 유치원 개설”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초·중·고등학생의 AI 활용 능력과 숙련도 향상”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챗GPT가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급히 점검해야 했다”는게 연구의 취지다.
챗GPT, 구글검색, 스스로 작문 ‘세 그룹별’ 실험
이번 연구에선 54명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세 번의 세션에 걸쳐 (미국 대학입시 전형)SAT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 중 한 그룹은 챗GPT(LLM 그룹)를 사용했고, 다른 그룹은 구글 검색(‘검색 엔진 그룹’)을 사용했으며, 세 번째 그룹은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글을 쓰도록 한 것이다.
또 다시 1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했다. 앞서 LLM 그룹이 이번엔 챗GPT 없이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했고, 자신이 직접 글을 썼던 그룹은 챗GPT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들 참가자들이 (LLM, 검색엔진 또는 스스로) 글을 쓰는 동안 그들의 ‘뇌파’를 통해 뇌 활동을 측정했다. 또 자연어 처리(NLP)를 통해 에세이를 분석했으며, AI와 인간 채점자 모두에게 채점을 받았다.
이를 통해 기억력과 언어 처리 등 뇌의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알파 밴드 연결성’을 각 그룹별로 측정했다. 그 결과 스스로 자신이 머리를 짜내며 글을 쓴 그룹이 LLM 그룹보다 ‘알파 밴드 연결성’이 훨씬 뛰어났다.
특히 시간이 지난 후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작성한 에세이를 별도로 인용하도록 한 결과, 그런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LLM 사용자는 자신이 (챗GPT 등으로) 출력했던 에세이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기억을 되살려 인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정확히 인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챗GPT를 사용했던 그룹은 그게 없이 손수 글을 썼던 사람들과 달리 자신이 출력했던 에세이 내용을 거의 기억해내지 못했다. 즉 LLM 그룹의 낮은 기억력과 잘못된 인용은 해당 에세이와 저자 자신이 전혀 내부적으로 통합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즉, “인지 처리가 LLM에 아웃소싱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챗GPT에서 작성한 내용이나 얻어낸 내용을 정작 자신은 거의 기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대부분의 LLM 그룹이 써낸 글과 에세이 대부분은 온전한 창작물이 아닌, 챗GPT에서 ‘최소한의 편집’을 거친 응답을 ‘복붙’(복사하여 붙여넣은)한 것이기 때문이다.
LLM 의존, ‘저작과 창작자 의식도 희박“
더욱 큰 문제이자 차이점은 자신이 쓴 글이나 에세이에 대한 저작의식 내지 창작자 의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맥락과 구성을 구상하고, 문장을 전개했다는 ‘저작자로서의 자존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 논리적 일관성 역시 스스로 사유하며 글을 써나간 사람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LLM을 통한 글쓰기는 결국 “분열되고 갈등하는 저자 의식”을 보였으며, 출력한 글에 대해서도 완전한 저작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결국 이는 챗GPT가 인간의 본래적 창작에 끼치는 부정적 요소를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LLM에게 창작과정을 의존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스스로 야기(惹起)하는 노력에서 예술이 탄생된다”는 ‘예술사회학’의 기본을 훼손하는 셈이다. 그런 유혹을 떨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론 인지적 능력이 뒤떨어질 수(무지, 지적 하자) 밖에 없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