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들 형제들 공개에 “이제 휴대폰 장사까지…” 비난
‘반짝이는 금빛 괴물’ 표현, “애국마케팅 커녕, ‘미국산’도 아냐”
“중국산 싸구려 ‘Revvl 7’, ‘쿨패드 X 100’ 등 외장재 바꾼 모조품”
美 현지선 “‘미국산’ 표현, 공정거래법 위반”, ‘고발’ 러시 조짐도
[애플경제 엄정원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일가가 한껏 자랑하며 출시를 예고한 황금색의 자체 휴대폰 ‘T1’를 둘러싸고 온갖 ‘뒷담화’와 구설수가 이어지고 있다. 전면엔 돈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 등 두 아들이 나섰지만, 그 배후엔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주변에선 이제 “하다하다 휴대폰 장사까지 하느냐”는 조롱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현지 매체들이나 시장분석가들도 ‘품평’이라기보단 비아냥이나 냉소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오는 9월경 출시된다는 이 제품은 “순수 미국산”이란 트럼프 측 ‘애국 마케팅’이 무색하게 대부분 외국에서 제조된게 분명하다는 얘기도 나돈다.
대부분 중국 등 외국에서 제조
현지에선 “미국 대통령직에 만족하지 못한 트럼프 가문이 T1이라는 ‘반짝이는 금빛 괴물’을 앞세워 휴대폰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현지 외신과 업계의 반응을 종합하면 한 마디로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가?”라는 의문과 함께 “현 기술 생태계에서 스마트폰이 어떻게 미국에서 제조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나”라는 의심도 따라붙는다. 그저 ‘허위사실’을 동원해서 그저 ‘애국심’이라는 가장 편협한 개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휴대폰은 미국보다는 대만,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서 대부분 만들어진다. 휴대폰을 구동하는 데 가장 좋은 칩은 제조사와 관계없이 대만(TSMC 등)에서 제조된다. 최고의 휴대폰은 중국, 인도, 베트남에서 만들어지고, 디스플레이는 흔히 한국에서 생산된다. 그나마 유리는 미국에서 만들기도 한다. 칩의 재료가 될 실리콘 웨이퍼도 미국에서 조달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휴대폰, 그리고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다. 순금으로 장식된 미국산 트럼프 휴대폰은 “모든 미국인을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허황된) 약속만큼이나 허구적이다.
특히 프로세서가 매우 미흡
그 성능 역시 흠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격은 499달러(한화 약 65만원)에 맞춰져있고, 사양 역시 그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16MP 전면 카메라용 펀치 홀이 있는 6.8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12GB RAM, 256GB 저장 공간을 갖추고 있다.
후면 카메라는 50MP 메인 카메라, 2MP 심도 센서, 2MP 매크로 렌즈로 구성되어 있다. 사양 목록에서 눈에 띄게 부족한 것은 프로세서다. 이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 프로세서가 해외에서 생산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분석가들은 트럼프 T1이 실제로는 ‘Revvl 7’의 외장재를 바꾼 수준의 ‘리스키닝’ 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거의 그대로 베낀 제품이란 얘기다. ‘Revvl 7’은 현재 미국 T-Mobile에서 판매 중인 200달러짜리 싸구려 안드로이드 폰으로, 중국 국유 휴대폰 제조업체이자 반도체 제조업체인 윙테크(Wingtech)가 만든 것이다.
사양과 외관은 스마트폰 분석 매체인 ‘지에스엠 아레나’가 리뷰한 것처럼, T1과 관련된 휴대폰으로 언급된 180유로(역시 약 200달러)짜리 ‘Coolpad X100’에 더 가까워보인다. ‘Coolpad X100’ 역시 6.8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256GB 내장 스토리지, 최대 12GB RAM을 탑재하고 있지만, 카메라 해상도가 훨씬 높고 카메라 모듈에 플래시가 내장되어 있다. ‘Revvl 7’과 마찬가지로 이 폰도 중국 기업에 의해 중국에서 만든 것이다.
돈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T1이 Revvl 7이나, 다른 기존 휴대폰의 리스키닝 버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막무가내로 ‘미국산’이라고 우기기보단, ‘최종적’이란 단서를 단 점에 눈길을 끈다.
엔가젯에 의하면 이들 트럼프 형제는 변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런 표현을 썼다. 아마도 ‘미국산’이라고 대놓고 우기기보단, (허위 원산지 혐의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단속으르 피하는 우회적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허름한 중국산 휴대폰을 뼈대로 외장재만 새로 갖다붙인 제품”이란 혹평을 피할 수 있는 이유다.
‘허위 원산지 공표’로 FTC 단속 가능성도
‘Made in America’라는 표현은 단순히 미국에서 조립된 것을 뜻하지 않는다. 모든 부품과 부자재 등이 미국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스마트폰의 모든 부자재와 부품 등을 모두 생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일은 휴대폰 제조업체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공정을 미국에서 생산했지만, 칩과 부품 일부를 한국 등에 의존하고 있는 ‘퓨리즘’ 휴대폰의 경우 ‘Made in America Electronics’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의 상당 부분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모든 부품을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이란 회사측 설명이다.
오는 9월 판매될 예정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T1’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미국산’ 라벨을 붙일 수 없다. 이런 식의 라벨을 붙였다간 FTC의 규제를 피할 수 없다. 물론 대통령의 아들들에게 FTC가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는 별개 문제다.
애초부터 FTC는 단순한 "스크루드라이버" 작업(거의 전적으로 외국 부품을 수입하여 미국에서 조립하는 작업)조차 소비자 기만의 명백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애플 역시 ‘미국에서 설계되었고 태국산이며 미국에서 최종 조립’이란 자세한 설명이 붙은 라벨을 부착한다. 그야말로 특정국이 아닌, ‘글로벌 기기’이기 때문이다.
전자 제품은 세계적인 기기이며, 아무리 금박을 입혔거나 미국 대통령 아들들이 허위 주장을 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애플이나 삼성조차 만약 미국에서 휴대폰을 생산하려면 앞으로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에 벌써부터 현지 업계에선 “트럼프 형제가 금박을 입힌 T1이 미국산이라고 주장한 것을 고발할 계획”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